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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 당일인 25일 삼지연극장에서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이었던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왼쪽 네번째)가 2013년 9월 9일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했다. 왼쪽부터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정은 위원장, 리설주 여사,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 김여정 당 제1부부장. 2020.1.26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 당일인 25일 삼지연극장에서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이었던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왼쪽 네번째)가 2013년 9월 9일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했다. 왼쪽부터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정은 위원장, 리설주 여사,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 김여정 당 제1부부장. 2020.1.26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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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74) 노동당 전 비서가 6년 4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등장한 가운데, 그가 장기간 공개활동을 중단한 것은 남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 및 숙청과 상관이 없으며, '건강 악화'로 인한 것이라는 견해가 나왔다. 김경희는 25일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삼지연 극장에서 열린 설 기념공연을 관람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26일 논평자료를 내고 "김경희는 2013년 12월 12일 장성택 처형 이후에 발표된 김국태 당중앙검열위원회 위원장의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면서 "이후에도 김경희는 김정은 기록영화에 한동안 계속 모습을 드러낸 바 있어 그의 공개활동 장기 중단은 장성택 처형보다는 건강 문제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센터장에 따르면, 김경희는 남편 장성택의 실각 이전부터 신부전증, 고혈압, 뇌종양, 발가락 문제 등으로 수술과 치료를 받는 상황이었다. 김경희는 이미 2012년에 싱가포르 병원에 입원한 바 있고, 2013년 5월엔 프랑스 파리에서 뇌종양으로 치료를 받았다. 같은 해 9~11월까지는 러시아에서 발가락이 휘는 질환으로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김경희는 장성택 처형 3일 뒤인 2013년 12월 15일 발표된 김국태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후 스위스로 출국해 치료를 받고 귀국했다. 정 박사는 "(그뒤 그는) 건강 상태가 더욱 악화돼 장기간 입원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라면서 "건강 상태가 한때 매우 위중했지만 서서히 회복됐다"고 알렸다. 

지난 6년간 국내외 언론은 김경희에 대해 자살설, 김정은 위원장에 의한 독살설과 피살설 등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CNN은 2014년 11월과 2015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고위급 탈북자 인터뷰를 인용해 "김경희가 김 위원장과 통화 도중 세번째 뇌졸중을 겪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곧 숨졌다"라거나 "김 위원장이 고모를 독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국내 탈북민 단체가 음독자살설을, 일본 <산케이신문>이 지병 사망설을 주장했다.    

정 박사는 이에 대해 "백두혈통인 김경희가 사망했다면 북한이 이를 숨길 이유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탈북민들이 김 위원장을 두고 북송 재일교포 출신인 어머니 고용희와 친일파 설이 제기되는 외조부 고경택을 언급하며 후지산 곁가지라고 폄하하는 가운데, 김경희는 북한이 내세우는 백두혈통의 적자이자 김일성의 유일한 딸이다. 남편이 '반당종파'로 몰려 숙청당했어도 북한에선 그 위치가 확고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김경희처럼 남편이 '반당종파' 주모자로 몰렸으나 숙청을 면했음은 물론 북한의 최고위직까지 오른 사례가 있다. 허정숙(1908~1991)은 연안파 리더이자 '8월 반당종파' 사건의 주모자인 최창익 부수상의 아내였으나 최창익이 사형당하고 친척들까지 연좌제로 처벌받았음에도 최고재판소장과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을 두루 지내며 사망 때까지 권력 핵심에서 건재했다.     

정 센터장은 그러나 "김경희가 공식석상에 재등장하기는 했지만 그가 현재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에서 어떠한 직책도 맡고 있지 않으며,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고 봤다. 

그는 또 "김경희가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다시 등장한 것은 장성택 처형과 김정남 암살 이후 김정은 가족의 불화와 갈등 이미지를 불식하고, 백두혈통의 결속과 가족의 화합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며 김정은의 정면돌파전에 대내적으로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했다. 

한편 김경희가 유일한 혈육이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 및 남편 장성택과 어떤 관계였는지 엿볼 수 있는 증언이 있다. 

김정일의 요리사였으며, 김 위원장의 신임을 받아 평양에 일식요리점을 개업한 후지모토 겐지는 <북한의 후계자 왜 김정은인가>(2010)에서 "장성택의 힘의 원천은 김경희에게 있다"면서 "친어머니를 일찍 여읜 김정일에게 김경희는 유일하게 마음을 허락하는 존재여서 그런지 여동생에겐 무척 너그러웠다"고 전했다.

책에 따르면, 김경희는 자주 오빠인 김정일에게 거액의 돈을 요구했는데 김정일은 이런 여동생의 응석에 늘 응해줬다. 또한 후지모토가 파티장에서 직접 본 김경희는 장성택에게 표독스러웠고, 아무데서나 남편의 이름을 불렀다. 

후지모토는 "브랜디를 몰아치듯 마시는 김경희는 장성택에게 '자, 더 마셔'라면서 부하나 하인에게 명령하듯 술을 권했다"라면서 "그런 아내의 횡포에 대해 장성택은 거역할 생각도 못하고 늘 얌전히 부인이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고 썼다.

태그:#김경희 , #장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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