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까지는 이제 1승 남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 출전중인 한국축구대표팀이 22일 오후 10시 15분 태국 랑싯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강호 호주와 대회 준결승전을 치른다.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최종예선을 겸하는 이번 대회에서 1∼3위 팀은 개최국 자격으로 1장을 미리 확보한 일본과 함께 올림픽 본선 무대에 진출한다. 준결승에 오른 한국은 호주만 꺾으면 결승전 결과에 상관없이 도쿄행 티켓을 얻는다. 한국은 1988 서울올림픽 이후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한두 경기만 삐끗해도 그동안의 공든 탑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토너먼트는 아시아 강호이자 올림픽 단골 손님인 한국 축구에게도 부담이 큰 대회였다. 하지만 김학범호는 우려와 달리 지금까지 훌륭한 성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조별예선부터 중국,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함께 '죽음의 조'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3연승으로 당당히 조 1위를 차지했고 19일 요르단과의 8강전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터진 이동경의 극장골을 앞세워 승리했다. 물론 매 경기마다 크고 작은 고비와 문제점도 있었지만 그러한 과정상의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고 항상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낸 저력이 더 돋보였다.

4연승을 달리고 있는 한국은 이번 대회의 유일한 '전승' 팀이다. 2014년 초대 대회 이후 아직까지 이 대회에서는 정상에 올라보지 못한 한국은 1차 목표인 올림픽 티켓을 넘어 내친 김에 전승 우승까지도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도쿄 직행 여부를 가늠할 준결승전에서 만날 상대는 호주다. 이란, 일본 등과 함께 아시아-오세아니아를 대표하는 강호로 꼽히는 호주는 한국으로서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4강까지 올라온 팀들간의 전력 차는 거의 없다고 했을 때 경기 내외적인 여러 가지 변수들이 승부를 가를 수도 있다. 첫 번째 변수는 역시 '체력'이다. 이번 대회는 무더운 태국에서 펼쳐져 개막 전부터 체력문제가 토너먼트에서의 중요한 변수로 꼽혔다. 한국도 9일 중국과의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22일 호주와의 4강전까지 13일 만에 5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김학범 감독은 효율적인 로테이션 전략으로 지금까지 체력관리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한국은 지난 4경기 모두 각기 다른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오며 베스트11에 의지하지 않는 로테이션 축구의 절정을 보여줬다.

골키퍼 송범근을 제외한 20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모두 경기에 출전했다. 비교적 오래 뛴 주전급 선수들도 일부를 제외하면 출전시간이 200분 이하가 대부분이다. 득점루트도 세트피스, 중거리슛, 역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여 특정 선수나 원 패턴에 의지하지 않았다.

호주는 한국에 비하여 주전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었다. 시리아와의 8강전에서는 연장전까지 치르는 혈전을 벌였다. 연장전 추가시간은 30분이지만 체력이 이미 떨어진 상황에서의 30분은 피로누적의 부담이 더 커진다. 호주가 한국보다 8강전 이후 휴식일이 더 길지만 이미 조별리그부터 지속적인 로테이션을 통하여 선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해온 한국보다 체력적인 면에서 우위라고 하기 어려운 이유다.

'조커'도 경기 후반 분위기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한국은 이번 대회 4연승을 거두는 동안 매 경기 한 골 차 승부를 벌였고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로 이긴 것만 두 번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마다 이동준이나 이동경같은 교체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포지션마다 스타일이 다른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기에 짧은 시간에 전술 변화의 효과를 유연하게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김학범호가 가진 큰 장점이다.

김학범호도 약점은 있다. 바로 수비 집중력이다. 한국은 8강전까지 3실점을 허용한 기록은 호주와 같다. 멀티골을 내준 적은 없지만 무실점은 중국과의 첫 경기가 유일했다. 특히 후반들어 집중력이 순간적으로 흔들리며 수비가 수적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도 상대에게 위험한 장면을 내주는 경우가 잦았다.

비록 연승 행진에 가려졌지만 김학범호에 경기 흐름과 빌드업의 완급조절을 해줄 수 있는 노련한 플레이메이커가 없다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상대에게 선제골을 먼저 내준 적이 없기에 실점을 내주고도 팀이 빠른 시간에 분위기를 추스를수 있는 여유가 있었지만, 만에 하나 한국이 먼저 끌려가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선수들이 당황하게 될 수 있다.

마지막 변수는 '다음 경기'의 존재가 선수들에게 심리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이다. 8강전과 달리 준결승에서는 지더라도 3, 4위전이라는 기회가 한번 더 남아있다는 게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느슨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반대편 조의 사우디-우즈벡도 하나같이 만만치않은 상대다. 만일 상승세가 한번 꺾인 상황에서 올림픽 진출이 걸린 '데스매치'까지 치르게 된다면 선수들이 받게 될 압박감이 너무 크다.

한국은 2014년 초대 대회(당시는 올림픽 예선과 무관)에서도 3, 4위전에서 요르단에 승부차기로 패한 아픈 경험이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었던 2016년 대회에서는 결승에서 일본에 역전패하며 한국은 아직까지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웃어본 일이 없다. 한순간의 여유나 방심이 이제껏 쌓아왔던 모든 노력을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수도 있는 것이다. 결승전이든 3, 4위전 등 다음 경기를 생각하지 말고 호주전만이 '사실상의 결승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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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호주 도쿄올림픽 김학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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