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8일 방송한 MBC <스트레이트> '조국과 다르다는 나경원...아들 황금스펙의 비밀' 편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아들로 현재 예일대에 재학 중인 김씨가 고교 시절에 교수, 박사급 연구원들과 나란히 의과학 분야 학술 포스터 저자로 잇따라 등재했던 의문의 '스펙 쌓기'를 집중적으로 추적했다.

지난 방송이 김씨의 학술 포스터 표절 및 저자 자격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면 13일에 방송한 '나경원 아들 의문의 황금 스펙 2탄 미국 현지 추적' 편은 두 차례 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예일대 측의 반응을 살펴보고 학술 포스터가 게재된 IEEE(국제전기전자분야 기술자협회)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김씨의 스펙 쌓기에 '엄마 찬스'가 있었던 걸까?
 
방송에 따르면, 나경원 의원의 아들 김씨의 스펙 쌓기는 시작부터 불법이었다. 김씨는 2010년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미국으로 홀로 조기 유학을 떠났다. 의무교육인 중학교 졸업 이전에 부모가 동반하지 않은 해외 유학은 '초·중등교육법' 위반에 해당한다. 비판 여론이 거세자 나경원 의원은 "실정법에 위반되는지는 몰랐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나경원 의원과 남편 모두 판사 출신이기에 법을 몰랐다는 해명은 쉬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김씨의 서울대 실험실 사용과 학술 포스터 저자 등재도 의혹투성이다. 김씨는 고등학생 시절인 2014년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윤형진 교수의 지도 아래 서울대 실험실에서 학술 포스터 관련 데이터 생성 실험과 미국과학경진대회 준비를 동시에 했다. 김 씨가 국가 기관인 서울대 실험실을 이용할 수 있었던 배경엔 엄마 나경원 의원의 도움이 있었다. 나경원 의원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방학 동안에 실험할 곳이 없어서 (윤형진 교수에게) 부탁을 드렸다"고 밝혔다.

나경원 의원의 아들은 고등학생 신분으로 2개의 학술 포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하나는 2015년 8월 윤형진 교수팀이 IEEE에 제출한 <비실험실 환경에서 심폐 건강 측정에 대한 예비적 연구>에 제4저자로 등재되었다. 그런데 김씨는 자격 요건부터 문제가 된다. 이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의 연구 지원 대상으로 진행되었는데 자격 요건을 보면 '참여 연구원의 경우 국내 소재 소속 기관 근무자로 국적 제한은 없다. 과제 착수 시 국내 소재 기관에 상주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당시 미국 고등학교에 다니던 김씨는 명백한 자격 미달이다. 윤형진 교수는 자격 미달을 의식한 탓인지 학술 포스터에 김씨를 '서울대 소속 연구원'으로 표기했다. 나중에 '착오'로 인한 오기라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고교생인 김씨가 교수, 박사들과 동급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는 부분도 의문이 든다. 학술 포스터의 내용이 고교생이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손승희 미국 컬럼비아대 전 연구원은 학술 포스터 내용을 보고 "김씨가 와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의료 기기에 대해 아는 것도 아니고, 의료 지식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김씨가 독창적으로 수행한 연구인지 여부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제2저자로 이름을 올린 윤아무개 박사가 이미 수개월 전에 작성한 박사 논문과 판박이인 문장이 수두룩하다. 이미 만든 논문의 실험을 가져와 일부 표현만 바꾸어 학술 포스터를 만든 셈이다.

연구 책임자인 윤형진 교수는 "(김씨가)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이전에 기반이 됐던 데이터를 생성하는 데 참여를 했기 때문에 포스터에 이름이 들어갔다"고 해명한다. 앞서 나온 논문과 실험의 결과물이 같은데 도대체 김씨가 무슨 데이터를 생성했다는 말인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김씨는 또 다른 학술 포스터 <광전용적맥파와 심탄동도를 활용한 심박출량의 타당성에 대한 연구>엔 제1저자로 올라갔다.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심장이 내보내는 혈액량을 비교, 분석하는 실험 내용으로 김씨는 이 연구를 미국 뉴햄프셔 과학경진대회에서 내서 전체 2위, 기술 분야 1위를 기록했다. 나중에 윤형진 교수팀이 학술 포스터를 작성할 때엔 김씨는 제1저자로 등록되었다.

그런데 김씨가 연구에 활용한 '도플러 초음파 영상 분석(몸에 붙이는 센서로 혈액량을 측정하고 피의 흐름과 속도를 파악하는 방법)'은 대학원생들도 하기 쉽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실험 과정과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전문가들도 영상의학과 전문의나 심장내과 전문의가 없으면 연구 설계와 판독이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등학생이 할 수 있는 연구가 아니란 소리다.

이상한 건 김씨에게 실험실을 빌려주기 전, 윤형진 교수가 이미 연구계획서를 삼성에 제출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윤형진 교수가 계획한 연구에 김씨는 단순히 참여했다는 게 된다. 논문이나 학술 포스터의 '저자 자격'에 대한 엄창섭 대한연구윤리위원회 회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기초 데이터를 얻어내는 건 기술자들도 할 수 있다. 데이터를 뽑아내서 여러 가지 원칙을 적용해서 전환했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데이터가 탄생이 된다. 그 작업을 한 사람을 저자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본다."
 
김씨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서울대 실험실을 이용하여 실험을 진행했다. 여기서 했던 실험을 바탕으로 과학경진대회도 입상하고 학술 포스터에 제1저자가 되었다. 이런 활동 경력은 당연히 예일대를 진학하는 데 활용되었다.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해 나경원 의원은 아들이 똑똑하고 실력이 남다르다는 주장만 되풀이한다.

"우리 아이가 다 쓴 겁니다. 포스터를 작성하기까지 1년 과정 전부 다 저의 아이가 실험하고 작성한 겁니다."

나경원 의원은 예일대가 모든 조사를 마친 뒤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의혹을 일축하는 상황이다. 나경원 의원의 주장은 사실일까? <스트레이트>는 김씨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조사가 현재 진행되는지를 묻기 위해 예일대 법무팀, 김씨가 다니는 화학과 학과장, 마빈 천 학장을 만났지만, 한결같이 답변을 거부했다. 이후 예일대 언론홍보팀은 "우리 학교는 하나의 수상 실적만으로 학생을 뽑지 않는다. 여러 가지 요소가 입학에 작용한다. 문의한 내용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에 근거해 알려줄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전했다.

의혹의 학술 포스터가 게재된 IEEE의 입장은 어떨까? 빌 하겐 IEEE 지적 재산권 책임자는 김씨가 고등학생 신분으로 학술 포스터 저자에 이름을 올렸다고 설명하자 "그가 천재인가?"며 "정말 드문 일이다. 우리 저널은 (대부분) 박사들의 논문이다"고 반응했다. 이어 표절 논란이 일어난 학술 포스터를 살펴본 후 "똑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현재 IEEE는 김씨가 저자로 등재된 학술 포스터 2장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병리학회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이 저자로 올라간 논문을 취소시키며 "저자로서 역할이 불분명하고, 고등학생 신분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으며, 연구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사유로 들었다. 이 3가지 사유는 나경원 의원의 아들에게 불거진 의혹과 똑같다. 김씨는 한술 더 떠 기존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나경원 의원의 '엄마 찬스' 논란은 아들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딸의 대입 부정 의혹과 성적 특혜 의혹, 발달장애인의 스포츠와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임원직 세습과 사유화 논란 등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중이다.

시민단체는 나경원 의원의 의혹과 관련하여 이미 9차례나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처음 고발장이 제출되었던 시기는 2019년 9월 16일이다. 그러나 11월 8일이 되어서야 고발인 조사가 이루어졌고 피고소인인 나경원 의원을 비롯하여 참고인 소환은 여전히 진행되지 않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 속도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나경원 의원에 대한 검찰의 이중 잣대를 강하게 비판했다. 

"어떤 분은 직권남용을 동원해서라도 먼지 털기 수사를 당하는 것 같은데 정말 우리가 보기에 오랫동안 추적했고 문제가 더 심각해 보이는 사안들은 수사조차 안 되는 것은 너무나 부당하다."
 
나경원 의원은 잇따른 고발에 대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덮기 위한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며 반발한다. 보도자료를 통해 "포스터와 관련해서는 이미 충분히 소명했다"며 "의혹을 제기한 언론은 2016년 총선을 앞둔 시점부터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며 불공정 보도를 일삼았다"고 반박한다. 지난 7일엔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 대표자를 대상으로 허위 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나 의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하나도 해소되지 않았다. 문득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거침없던 나경원 의원의 모습이 떠오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딸 문제를 해명할 자료를 내놓으라고 큰소리로 외치던 그의 모습 말이다. 마지막으로 나경원 의원에게 자신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했던 말의 주어만 바꾸어 들려주고 싶다.

"나경원 의원, 진실의 심판대 위로 올라오십시오. 당당하다면 자료와 증인 앞에 떳떳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