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 특별판으로 샘터에서 <스스로 행복하라>는 제목으로 법정 스님의 주옥같은 글들을 모아 출간했다. 샘터 창간 20주년 기념강연 '어떻게 살 것인가'의 내용을 요약 발췌한 것으로 시작되는 이 책의 '서문'은 마치 입적하신 법정 스님이 다시 말을 건네는 것처럼 따스한 말들이 펼쳐진다.  
 
출판사 : 샘터 가격 : 12,000원(법정 스님 열반10주기 특별판/ 샘터50주년 지령 600호 기념판)
▲ 스스로 행복하라 출판사 : 샘터 가격 : 12,000원(법정 스님 열반10주기 특별판/ 샘터50주년 지령 600호 기념판)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언젠가 읽었던 주옥같은 글, 밑줄을 그으며 '나도 이렇게 살아가고 싶다'며 감동하던 글들을 본다. 마치 법정 스님이 다시 부활해서 차근차근 곁에서 다시 들려주시는 말씀처럼 들려온다.

새삼스러운 마음으로 읽은 것은 그렇게 살지 못했다는 자책이기도 하다. 또한, 스님의 글은 내 삶 일부에 녹아진 말씀이기도 하고,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깨달음이 더해지기도 하고, 망각한 기억의 소환이기도 하여서 새삼스럽고 따스하다.

당연한 사실을 문장으로 지어내 감동을 주고, 진리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증하는 문장들에 나의 눈길이 머문다. 눈길이 머무는 문장에 밑줄을 치면서, 아마 이전에도 이 문장에 밑줄을 쳤을 것이라 생각한다.

"꽃들은 저마다 자기 나름의 빛깔과 모양과 향기를 지니고 있습니다....꽃들은 다른 꽃들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다른 꽃들을 닮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사람에게는 저마다 자기 몫의 삶, 자기 그릇이 있습니다.(pp. 5,6)"

나도 법정 스님의 정갈한 문장은 아닐지라도 비슷한 의미의 말을 수없이 했다. 그런데 이 문장이 다시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그렇게 살고자 하지만, 여전히 그렇게 살지 못하는 나의 삶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체득한 까닭이기도 하다.

어느새 50대 후반을 살아가는 나이가 되고 나니, 나는 내게 주어진 삶의 몫을 제대로 살아온 것인지, 살아갈 가능성은 있는 것인지 진지하게 돌아보게 된다. 그 진지함은 스님이 입적하신 10년 전보다 더 절절하다.

연말연시에 이와 같은 맥락의 글은 나의 묵상 제목이었다. 그 묵상에 큰 도움을 준 것은 배철현 교수의 <위대한 리더>라는 책이었다.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자기 안에 있는 신의 형상을 발견하는 자,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자, 그가 위대한 리더다.'

결국, 법정 스님의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다. '자기 몫의 삶'의 내용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내부)'에 이미 내재해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소중한 것은 자기 안에 있지 않고 밖에 있다고 생각하며 자기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인의 비극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두 눈 똑바로 뜨고 자기를 직시하고자 해도 자아를 찾기 어려운데, 도통 자신의 내면을 관조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변화무쌍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그냥 휩쓸려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도 버거운 것이다.

나의 오십대가 그랬다. 그리고 오십대 후반이 되어서야 계속 이렇게 휩쓸려 살아가다가는 죽음의 순간에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처럼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할 것만 같았다. 그것도 의미 있는 삶일 수 있겠지만, 그냥 남은 삶도 그렇게 '우물쭈물 살다가' 끝날 것 같은 불안감은 내 삶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 초조함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미친 듯 열심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몇 년간의 삶을 복기하면서 나에 대해서 평가하기를 '미쳤구나!'였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이라고 하지만, 미친 결과로 미친 것이 아니라, 미치지 않았어야 진정 미칠 수(다다를 수) 있었는데 어줍잖게 미친 결과로 너무 바쁘게 살아왔다는 후회 같은 것이 밀려왔다.

이런 마음은 새해가 시작되고도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헛헛했다. 그 참에 법정 스님의 <스스로 행복하라>는 책을 펼쳐들게 된 것이다. 법정 스님의 책은 모두 탐독한지라, 언젠가는 읽었던 내용이고, 나름 삶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들도 많았다. 그러나 다시 복기하면서, '왜 나는 이렇게 소중한 것들은 놓치고 살았는가?' 하는 반성이 일었다.

그 반성의 시간들은 꽉 막혀 굳어진 마음에 물꼬를 트는 시간이었고, 트인 물꼬 사이로 흐르는 물은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했다. 책을 넘기고 소중하게 여겨지는 문장을 음미하며 밑줄을 그어 가는 중에 행복해졌다. 좋은 책을 만나는 기쁨을 오랜만에 느낀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행복', 2장은 '자연', 3장은 '책'. 4장은 '나눔'이다. 각 장에 들어 있는 글은 법정 스님의 글 중 주제와 관련된 것들이다. 어떤 글은 제목만 보아도 과거에 읽었던 내용이 복기된다.

그러나 고전을 읽듯 다시 음미하며 글의 숲을 거닐다보면,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전에 익히 알았다고 생각했던 문장은 살아온 세월이 더해지면서 또 다른 묵직한 의미로 다가온다. 선택한 글들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텅 빈 충만', '오두막 편지', '산에는 꽃이 피네', '무소유' 같은 제목의 글들은 법정 스님이 입적하시기 전에 출간했던 책들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제목만으로도 큰 울림을 준다. 반복해서 읽어도 늘 새롭게 다가오는 글은 그리 많지 않다. 다시 읽어도 곱씹어 볼수록 행복해지는 책, 이런 책이 좋은 책이다. 이런 책에는 나무도 감사할 것이다.

이 책을 출판한 '샘터'는 올해 50주년을 맞이했으며, 월간지 '샘터' 2월호는 지령 600호를 맞이했다. 지난해, 경영난으로 인해 '월간지 샘터'를 중단한다는 언론 보도 이후, 수많은 독자들의 응원에 힘입어 지속해서 '월간지 샘터'를 출간하기로 했다.

나도 응원자 중의 일인이었기에, <스스로 행복하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샘터'가 지속해서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글들을 전해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구입했다. 그런데, 책 한 권으로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으니 참 좋다.

지난해 책에 '미쳐서(?)' 한 달 평균 11.7권의 책을 읽었다. 물론, 책을 구입하는 인터넷 서점의 통계자료였지만, 그 많은 책 중에서 10% 정도가 구입비용, 독서하느라 들인 시간, 나무에 대한 미안함 등을 상쇄했다. 어떤 책은 개인적인 손해는 고사하고, 나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 책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새해에는 출발이 좋다. 천천히 복기하듯 읽고, 책꽂이에서 한 동안 쉬고 있었던 법정 스님들의 책을 다시 꺼내어 읽으며 내 삶을 재충전하면서 노년의 삶을 계획해야겠다. 참 좋은 책을 만나 스스로 행복해졌다.

스스로 행복하라 -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 특별판, 샘터 50주년 지령 600호 기념판

법정 (지은이), 샘터사(2020)


태그:#법정, #샘터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