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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한 맘스터치 매장
 요즘 핫한 맘스터치 매장
ⓒ 맘스터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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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회사, 갑자기 사모펀드에 매각

요즘 외식 프랜차이즈기업 분야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맘스터치의 운영사 해마로푸드서비스(이하 해마로푸드)의 사모펀드 매각이다. 지난해 11월 해마로푸드의 정현식 회장은 회사를 글로벌하게 성장시키기 위해 회사를 사모펀드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사실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사모펀드 매각은 드문 일이 아니다. 배달앱 등으로 외식업의 매출이 증가하자 공차, 투썸, 놀부, 카페베네, BHC 등 많은 기업들이 사모펀드에 매각되었고 운영되고 있다. 그 중에는 놀부처럼 실패한 사례도 있지만, 공차처럼 성공한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해마로푸드의 매각이 의외인 것은 소위 조국사태로 전 국민의 사모펀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이유도 있겠지만, 그동안 맘스터치가 보여준 성장세 때문이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가 독과점하고 있던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맘스터치의 성공은 기적에 가까웠다. 맘스터치는 거의 유일한 패스트푸드 국내기업으로서 고등학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큼 꾸준히 성장했고, 지금은 맥도날드를 넘어 업계 1위인 롯데리아까지 거의 따라잡은 상황이다.

그런데 왜 이런 시점에 하필 정 회장은 굳이 회사를 사모펀드에 매각했을까. 게다가 그는 올해 맘스터치를 기반으로 프랜차이즈협회의 회장까지 되지 않았던가.

이런 갑작스러운 매각에 대해 역시나 가장 당황한 이들은 해마로푸드의 직원들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 회장은 직원들과 가족같이 동고동락하면서 회사를 키우고 상생해 왔는데, 이번 매각 결정은 정 회장과 극히 소수의 임원진이 결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가 사모펀드에 넘어간 이상 직원들의 고용안정 역시 확신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이에 해마로푸드의 직원들은 지난해 12월 3일 민주노동 산하 서비스일반노동조합 해마로푸드서비스지회를 설립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70명 직원 중 112명이 가입했고, 현재도 계속해서 조합원들이 가입 중에 있다. 멀쩡한 회사가 전격적으로 사모펀드에 매각되었을 때 그 속에 있는 노동자들은 어찌 해야 될까. 해마로푸드 노조 박상배 지회장을 지난 8일 만나보았다.
 
해마로푸드의 노조 창립총회
 해마로푸드의 노조 창립총회
ⓒ 해마로푸드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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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을 흔들고 있는 박상배 지회장.
 깃발을 흔들고 있는 박상배 지회장.
ⓒ 해마로푸드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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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불안해진 직원들, 노조 만들자 이야기" 

- 처음 노조를 설립하게 된 이유는 뭐죠?
"직원들이 회사의 사모펀드로의 매각 결정을 공시와 함께 뉴스로 접했습니다. 다들 실망감이 컸죠. 믿고 있던 회사였고 가족 같이 함께 일해 왔는데. 회장이 결국은 본인의 이익을 위해 회사를 팔면서 같이 고생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없었구나 생각했죠. 

게다가 매각 국면에서 새로 인수한 회사가 사모펀드라는 걸 알았을 때 더욱 불안했죠. 구조조정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드니까. 회장은 팀장과의 대화 자리에서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그냥 막연하게 잘 될 거야 수준이었고. 결국 돌아온 답이 정확하지 않고 애매했어요. 또 이제는 회사의 주인이 오너가 아니라 투자자이기 때문에 실적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불안감이 증폭되었고, 직원들 사이에서 노조를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죠."

-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불안했었나 보네요?
"사모펀드로 매각된 회사에서 일하다 온 경력직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매우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버거킹의 예만 봐도 많은 매니저들이 다 그만두거나 했다니까 다들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었죠. 그러니 우리가 계속 더 일을 하고자 하면 노조를 만들어서 우리의 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든다고 하니까 생각보다 많은 직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들어왔어요. 불안한 심리는 똑같았던 것 같아요."

- 지회장님은 회사의 원년멤버인데 노조 지회장을 수락하기 어렵지 않으셨나?
"엄청 고민 많았죠. 나서고 싶지 않았어요. 뒤에서 도와주고 싶었는데 지회장을 맡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동지들이 오래 하셨던 대표성 있는 분이 해주시면 힘이 되겠다고 했고, 또 하나는 정말 사모펀드가 구조조정을 하는 등 안 좋아지면 내가 나서서 밑의 직원들을 위해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해마로푸드 노동조합 박상배 지회장
 해마로푸드 노동조합 박상배 지회장
ⓒ 해마로푸드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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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시급 받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이리 많다니..."

- 민주노총을 찾아가셨는데, 주위 분위기는 어땠나요?
"처음 부지회장이 제안했을 때는 놀랐어요. 우리끼리는 노조 만들어야 되는 거 아니야? 어떻게 해야 되지? 이 정도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민주노총 이야기를 들으니 놀랬죠. 너무 센 거 아냐? 사람들이 아무래도 민주노총에 부정적인 게 있잖아요. 너무 과격하고, 한쪽 입장만 이야기하는 거 같다는. 다른 사람들도 처음에는 거부감이 엄청 많았습니다."

- 지금은 어떠신가요?
"막상 가입하고 교육을 다녀와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귀족 노조일 수 있겠구나. 현장 교육을 갔는데 최저시급 받고자 하는 분들이 많은 걸 보고 정말 노동조합이라는 게 이런 분들 때문에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마트 노조, 택시 노조, 퀵서비스 노조, 택배 노조, 학교 비정규직 노조 등 현장에서 생계형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교육을 하면서 과제로 전태일 평전을 읽었어요. 위원장님이 이건 꼭 노조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읽어야 하는 성경 같은 책이라고 해서. 그런데 책 속의 우리 사회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사람을 하나의 도구로밖에 보지 않는, 그리고 그걸 유지하기 위해 계속 탄압하더라고요. 그것이 지금도 비슷한 것 같아요. 바뀐 게 없어요. 우리나라는 ILO(국제노동기구)에 가입도 안 되어 있고. 아직도 자본가들을 위한 사회입니다. 그럼 노동조합이 왜 필요한지, 노동3권 등을 배워야 되는데 젊은 친구들은 아예 모르고."

- 젊은 층은 왜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사회적인 문제 같아요. 입시부터. 사회가 어렸을 때부터 입시라는 과제를 주고 거기 올인하게 만들고. 입시 끝나면 취업이라는 어떤 새로운 삶의 어떤 방향성을 정해주고. 그걸 위해 여러 가지 스펙을 쌓아야 되는. 또 취업을 하고 나면 노동운동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을까, 실적을 낼까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일을 배웠고, 지금도 하고 있고."
지난 7일에 열린 해마로푸드 노동조합 기자회견
 지난 7일에 열린 해마로푸드 노동조합 기자회견
ⓒ 해마로푸드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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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산별 노조가 필요하다"

- 앞으로 노조의 목표는 뭡니까?
"저희는 현재 회사 측에 두 가지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고용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노동조합 만들었으니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하라. 회사에서는 제 직급이 수석부장이라서 조합원 자격을 시비 걸고 있지만 제가 회사 노사협의회의 근로자 위원이었거든요. 그건 핑계죠. 다행히 어제 기자회견 이후로 적극적으로 나오더군요. 처음으로 노조를 불러서 상황은 이렇다고 쭉 이야기 하더라고요."

- 사모펀드 측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오해하지 말라고 말은 해요. 우리도 성장하는 회사에 왔지 이거를 저해하려 온 건 아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선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 그래도 생각보다 사이가 아주 나쁘진 않으신 것 같은데.
"노동조합이 원하는 것과 회사가 추진하는 게 맞다고 하면 협력하고 상생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그게 안 맞으면 주어진 권한에 따라 행동을 취해야 하지만 아직은 그 단계가 아닌 것 같고. 또 하나는 가맹점이 있다 보니 우리 행동이 가맹점에게 피해로 가면 안 되는 거잖아요. 가맹점을 고려 안 할 수 없어요. 우리가 월급 더 받자고 파업을 해버리면 가맹점주들은 당장 물건 못 팔거든요. 가맹점에게 피해가 안 가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노조운동을 해야죠."

- 프랜차이즈라는 점이 일반 노조와 다른 것 같네요?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가맹점이라는 특수성이 있죠. 그리고 프랜차이즈의 특성상 실적 위주고, 유행이 빠르고. 그러다 보니까 일하는 친구들이 금방금방 바뀌기도 하고. 그래서 실력행사를 하려고 해도 상당히 신중해야 해요. 말 그대로 구조조정하고, 원가 올리고, 그걸 가맹점에게 전가하려 하면 그때 해야죠. 이런 걸 보면 프랜차이즈 산별 노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아직은 우리가 최초거든요. 예전에 다른 기업에서 생길 뻔 했는데 회사가 위로금 좀 주고 와해시켰다고 하죠."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어디가 귀족노조라느니 어쨌느니 하지만 노동자에게 생존권에 대해서는 다 같은 입장입니다. 모두 노동조합을 만들고 같이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전에는 왜 하는 거냐고 했지만 그 입장이 되어보니 모두 똑같은 노동자일 뿐인 거죠."

해마로푸드 노조의 건투를 빈다.

태그:#맘스터치, #해마로푸드,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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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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