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가 위기다.

KCC는 12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4라운드 맞대결에서 88-84로 패했다. 한때 14점차까지 앞섰지만 3쿼터 막판 분위기를 내주며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날 승리로 KGC는 SK와의 선두 경쟁에 다시금 불을 지폈지만 KCC는 2연패에 빠지며 향후 일정이 순탄치 않게 됐다.

KCC는 시즌초 약체로 꼽혔다가 다크호스의 위력을 보여줬던 것도 잠시, 연승과 연패를 반복하고 있다. 우승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그들은 시즌초, 팬들의 많은 박수를 받는 농구를 펼쳤다. 조이 도시(37·206㎝), 리온 윌리엄스(32·197㎝)의 외국인 선수 조합이 경쟁팀들에 밀린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주전, 벤치멤버 할 것 없이 열심히 뛰는 농구를 통해 '예전과 달라졌다'는 극찬을 받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른바 농구계가 깜짝 놀랄 빅딜이 터졌다. 세대교체를 원하는 현대모비스와 우승에 도전하려는 KCC의 입장이 맞아떨어지면서 대형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팬들과 관계자들 역시 빅딜 후 KCC를 우승후보 중 한 팀으로 꼽았다. 그렇지 않아도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펼치고 있던 상태에서 국가대표 두 명이 합류했기 때문이다. 전력 업그레이드는 당연시됐다. 한술 더 떠 KCC는 찰스 로드(35·200cm)까지 데려오며 승부수를 던졌다. 
 
 KCC 입장에서는 라건아와 송교창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 4번의 부재가 뼈아프다.

KCC 입장에서는 라건아와 송교창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 4번의 부재가 뼈아프다. ⓒ 전주 KCC

 
기복심한 경기력, 빅딜 효과는 아직?
 
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KCC는 조직적인 부분에서 반복적으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이대성(30·193cm), 라건아(31·199cm)는 여전히 팀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으며 시즌초 잘 돌아갔던 이른바 팀 농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외려 이대성이 부상으로 나오지 않을 때 상승세를 타다가도 그가 합류하기 무섭게 하락세로 떨어지는 웃픈(?) 상황을 보여주며 팬들을 어이없게 만들고 있다. 

사실 빅딜 당시부터 이대성, 라건아의 합류가 KCC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좀 있었다. 간판스타 오세근의 부상 이탈 후 오히려 더 잘나가는 KGC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농구는 이름값만으로 되지 않는다. 에이스, 블루워커, 슈터, 골밑자원, 벤치멤버들이 고르게 조화가 될 때 비로소 강팀이 된다.

이대성, 라건아의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은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들은 오래 시간 현대모비스 농구에 특화되었고, 전 소속팀에서 주인공으로 뛰었다는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둥지를 옮긴 KCC에도 이정현(33·191cm), 송교창(24·201cm)이라는 두 주인공이 있다. 코트에 나설 수 있는 인원이 다섯 명인데 무려 네명이 에이스 역할에 익숙한 선수다.

새롭게 합류한 이대성, 라건아도, 기존의 송교창, 이정현도 어렵고 낯설 수밖에 없다. 이대성, 라건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대모비스에서 노장 양동근, 함지훈의 지원을 받았다. 패싱능력이 좋은 함지훈은 포인트포워드로서 활동량이 왕성한 이대성, 라건아를 도왔고, 양동근 역시 기존의 주인공 역할을 내려놓은 채 도우미 역할을 자처했다.

물론 최상의 시나리오는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며 손발을 맞춰나가는 것이겠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대성, 라건아, 이정현 등 베테랑급 에이스들은 오랜 시간 자신이 주연급으로 플레이해왔다. 마음을 바꿔먹고 궂은일부터 해보자고 다짐을 해봐도 시즌중 플레이 스타일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 외려 안하던 플레이를 펼치려다보니 잘됐던 움직임도 안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정현, 이대성같은 경우 포지션도 2번으로 같을 뿐 아니라, 볼을 오래 가져가면서 컨디션을 찾아가는 타입이다. 실제로 둘은 같이 코트에 나서게 되면 시너지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두 선수가 나란히 폭발하며 상대 수비진을 어지럽게 하는 이상적인 그림은 찾아보기 힘들다. '너 공격 한번 나 한번'만 반복된다. 외려 둘 중 하나가 벤치로 들어간 상태서, 송창용, 정창영, 최승욱 등 백업 멤버가 나올 때 볼이 더 순조롭게 돌고 경기가 잘 풀린다. 식스맨들이 궂은일을 해주고 볼없는 움직임을 원활하게 소화해주기 때문이다.

시즌 초부터 계속해서 지적된 4번 부재도 문제다. KCC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현민을 4억에 데려오고, 한정원까지 영입했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주전 4번은 커녕 제대로 된 식스맨 플레이도 못 보여주고 있다. 김진용, 곽동기 등은 아직 1군에서 제대로 플레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번 이정현이 3번을, 3번 송교창이 4번을 보게 되는 상황이 늘어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단 두 선수 다 수비에서 힘들다보니 경기 초반에 활약이 좋다가도 시간이 갈수록 수비, 체력적 부담이 커지며 경기력이 뚝 떨어지는 모습이다. 상대팀에서도 이를 잘 알고 집중 공략하고 있다.

시즌 초에는 김국찬, 박지훈 등 풍부한 스윙맨 자원을 활용했지만 빅딜 후 이같은 인해전술조차 불가능해졌다.

4번 부재로 인해 라건아, 로드 역시 홀로 골밑을 사수해야 되는지라 어려움이 많다. 결국 이대성, 라건아, 이정현, 송교창 등은 누구도 주인공이 되지 못한 채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경기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주변에서 '팀에 맞춰라', '헌신해라'해도 갑작스런 변신은 낯설기만 하고, 이른바 에이스급들이 터지게 되는 필수 요소인 신바람이 나지 않고 있다. KCC가 올 시즌 우승을 노리고 싶으면 트레이드를 통해서라도 미스매치를 막아줄 4번감을 데려와 포지션별 밸런스를 맞춰야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여전히 실험중인 KCC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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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4번부재 파워포워드 곽동기 최현민 4억 포지션별 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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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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