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드 V 페라리> 스틸컷

영화 <포드 V 페라리>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무엇을 할 때 가슴이 뛰고 좋은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자신을 소개할 때 직업 명칭보다 '무엇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면 지금 하는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다는 증거다. 어떤 지위에서 일했는지 보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직업과 업(業)의 차이는 간단하다. 좋아하는 것을 밤새도록 할 수 있는지, 그것도 무보수로, 실패할 위험이 있더라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고 있는 일. 안 하면 죽을 것 같고 잠시 미뤄 두었다가도 언젠가 꼭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런 일말이다. 당신에게는 그런 일이 있는가?

영화 <포드 V 페라리>의 두 남자는 가슴 뛰는 꿈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와 캐롤 셸비(맷 데이먼)는 자동차에 미친 사나이들이다. 흔히 레이싱 영화에서 기대하는 것을 뒤집는 연출은 히어로 영화 <로건>을 봤을 때와 비슷하다. 건조하고 거친 레이스를 보여주거나 <분노의 질주>처럼 상상이상의 레이싱을 다루는 것을 떠나 '사람과 업(業)'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연기 장인이라 불리는 '크리스찬 베일'과 '맷 데이먼'을 필두로 <로건>을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까지. 똑떨어지는 삼박자가 기대를 찬사로 맞바꾸었다.
 
 영화 <포드 V 페라리> 스틸컷

영화 <포드 V 페라리>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포드 V 페라리>는 1960년대 최고의 레이싱 대회 '르망 24시'에서 절대강자 페라리를 꺾고 포드가 강자가 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레이싱을 배경으로 삼아 두 남자의 우정, 포드와 페라리의 대결을 중심에 세운다. 그리고 한 우울만 판 장인의 이야기를 통해 업(業)의 본질을 들여다본다. 이는 개인과 개인의 대결을 넘어 자동차 회사 간의 대결, 국가의 대결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당시 미국 최고의 자동차 회사였던 포드는 이탈리아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가 보기에 매우 하찮은 존재였다. 포드가 경영난에 시달리는 페라리에게 인수합병을 제안했을 때 페라리가 기막혀했던 모습이 인상적이다. 1960년대 중반 페라리는 왕중의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 페라리의 수장 '엔초 페라리'는 레이싱에 빠져있었고 그로 인한 경영난에 시달렸다. 그러나 사람 보는 눈은 정확했다. 엔초 페라리는 켄이 포드의 노리개처럼 이용당해 르망 24에서 우승을 빼앗겼을 때도 그를 최고로 인정한 유일한 사람이다. 장인의 눈에는 장인만이 보인다.

하지만 포드도 할 말은 있다. 1960년대 미국은 전쟁 2세대인 베이비 부머들에게 차를 팔아야 했다. 전쟁이 끝나고 대대적인 소비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에 포드는 마케팅 묘수를 레이싱에서 찾았고, 포드도 레이싱에 출전하자는 결정을 내린다.
 
 영화 <포드 V 페라리> 스틸컷

영화 <포드 V 페라리>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에 적임자는 레이서 출신인 캐롤. 캐롤은 참전 군인이자 정비사인 켄을 영입하게 된다. 켄은 자동차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거니와 실제 레이서로도 뛰어난 자질을 갖추었다. 이는 천재와 천재가 만난 시너지 그 이상이다. 이제 달리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회사의 이익과 브랜드 홍보를 중요하게 생각한 포드 경영진들과 마찰을 빚게 된다. 포드는 운전하는 사람은 보지 않고 오직 자동차만 봤다. 쉽게 말해 자본주의 시스템 속 하나의 부품으로 사람을 취급했다. 영화에서는 잦은 갈등을 통해 자신의 전부를 거는 사람과 이를 이용하는 자본가를 교묘하게 대비한다.

그러나 실제 레이서들도 굳건한 스폰서가 없다면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다음 경기 출전이나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봤을 때 최종적으로 선택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이는 나란히 3대의 포드 자동차가 결승점을 통과하는 장면으로 상징된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에서 차분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는 켄은 "네가 약속한 건 레이스지 우승이 아니었어"라고 담담히 말한다. 안타깝고도 멋진,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영화 <포드 V 페라리> 스틸컷

영화 <포드 V 페라리>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매일 이성과 감성의 온도차를 겪으며 팍팍한 하루를 견디는 사람들에게 '신념'이란 말은 쉽게 거론하기 어려운 단어다. 그러나 돈으로 뭐든지 가능한 시대, 돈으로 안되는 게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 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장인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반갑다. 인간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자신의 길을 수행할 때다. 성공과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때 승부 없는 인생게임 승리자는 나 자신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포드 V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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