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 앞둔 주장' 신영석(대한민국·왼쪽)-마루프(이란) 선수

'결전 앞둔 주장' 신영석(대한민국·왼쪽)-마루프(이란) 선수 ⓒ 국제배구연맹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이 절박하고 비장한 각오로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에 도전한다.

대표팀은 11일 중국 광둥성 장먼에서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대륙별 예선전)' 준결승전을 갖는다. 상대는 아시아 최강이자 세계적 강팀인 이란이다.

이란은 지난 9일 종료된 조별 리그 A조에서 3전 전승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이 2승 1패로 2위를 기록해 준결승에 진출했다. B조는 카타르, 한국, 호주가 똑같이 2승 1패로 동률을 이뤘다. 승점에서 차이가 나면서 순위가 결정됐다. 카타르가 7점, 한국이 6점, 호주가 5점을 획득했다. 그에 따라 카타르와 한국이 조 1~2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강팀 호주가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8일 카타르에게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한 것이 결정타였다. 대회 개막 전까지만 해도 호주는 유력한 B조 1위 후보로 전망됐었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 남자배구 입장에서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카타르가 이란, 일본, 중국과 함께 새롭게 아시아 강호 대열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한국도 9일 카타르에게 풀세트 접전 끝에 극적으로 승리했다. 앞으로는 아시아권 국제대회에서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남자배구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준결승은 11일 오후 5시(아래 한국시각)에 한국-이란, 오후 9시에 중국-카타르가 맞대결하게 됐다. 결승전은 12일 오후 9시에 열린다.

여자배구와 마찬가지로 오로지 우승 팀에게만 도쿄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진다. 우승하지 못하면 올림픽 출전은 완전히 좌절된다.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은 '20년 만에 올림픽 출전'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남자배구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출전 이후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핵심 공격수' 가포르 빠졌지만, 여전히 아시아 최강
 
 이란 남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2020.1.9)

이란 남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2020.1.9) ⓒ 국제배구연맹

 
이란 대표팀의 이번 대회 최종 엔트리 14명을 포지션별로 살펴보면, 레프트는 밀라드 에바디포르(1993년생·196cm), 파야지(1993년·195cm), 샤리피(1999년·193cm), 미르자잔포르(1991년·205cm)로 구성됐다.

라이트는 샤흐람(1988년·198cm), 얄리(1999년·209cm)가 맡는다. 센터는 세이에드 무사비(1987년·203cm), 샤피에이(1991년·198cm), 모자라드(1997년·205cm), 레자 아베디니(1991년·203cm)가 포진했다.

세터는 마루프(1985년·189cm), 카리미(1998년·204cm), 리베로는 하즈라트포르(1999년·187cm), 모아젠(1991년·175cm)이 나선다.

이란은 설명이 필요 없는 아시아 최강이자 세계적으로도 강팀이다. 현재 남자배구 세계랭킹에서도 8위에 올라 있다. 일본은 10위, 호주는 15위, 중국은 20위, 한국은 24위, 카타르는 33위다.

이란 대표팀은 장신 군단을 구축했고, 강력한 공격 파위와 빠른 스피드 배구를 구사하면서 세계 강팀 수준의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수비 후 공격 연결 과정이 매우 빠르고, 수비 조직력도 견고하다.

또한 주전 선수 대부분이 해외 리그에서 뛰는 해외파다. 밀라드 에바디포르, 파야지, 세이에드 무사비는 올 시즌 폴란드 리그에서 주전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샤리피는 터키 리그 부르사의 주 공격수다. 마루프는 지난 시즌까지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었으나 올 시즌은 중국 리그 베이징 팀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다만, 이란 대표팀의 핵심 공격수인 가포르(1991년·202cm)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가포르는 올 시즌 이탈리아 리그 최강 팀인 루베 치비타노바에서 주전 라이트로 활약하고 있다. 가포르가 빠지긴 했지만, 이란의 전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지면 코트에서 죽는다는 각오로 뛰겠다"
 
 한국 남자배구 선수들...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2020.1.7)

한국 남자배구 선수들...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2020.1.7) ⓒ 국제배구연맹

 
이란과 한국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차이가 큰 건 분명하다. 최근 상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열세다. 한국은 지난 2015년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이란에 3-1로 승리한 바 있다. 이후 2016년 AVC컵 대회부터 지난해 9월 아시아선수권 대회까지 내리 5연패 중이다. 2016 AVC컵 대회만 이란과 한국의 대표팀 2군이 출전했다. 이후 4개 국제대회는 모두 이란과 한국의 대표팀 1군끼리 맞대결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만은 그냥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임도헌 감독과 선수들은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내겠다는 '절박하고 결연한'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대표팀 주장인 신영석은 10일 오후 훈련을 마친 뒤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란과 준결승전에 임하는 굳은 각오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그는 "배구 실력은 우리가 뒤처지지만 정신력이나 물고 늘어지는 독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런 부분들을 팀원들에게 얘기하면서 이끌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과 경기는 '지면 코트에서 죽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대등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어려운 경기가 될 수 있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이란을 꺾고 결승에 진출하다면, 사실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대회처럼 중요도와 압박감이 크고, 단판 승부 성격의 단기전에서는 이변이 발생하기도 한다. 남자배구의 절실함이 '기적의 반란'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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