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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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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노동권 확대'와 '사회대개혁'으로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겠다. 100만 조합원, 한국사회 제1노총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노정관계를 주도하며 4.15 총선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일 발표한 신년사다.

2018년 1월 취임한 김명환 위원장이 임기 중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민주노총을 제1노총으로 만들었다는 점일 것이다. 1946년 설립 이래 단 한 번도 제1노총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한국노총이 최근 진행중인 위원장 선거에서 "제1노총의 지위를 확보하겠다"라는 공약을 내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명환 위원장 스스로 내세운 성과는 '노동기본권 향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년 동안 모든 노동자의 노동할 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끝까지 힘을 쏟았다"면서 남은 임기엔 질적 성장을 이루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9일 아침 서울 정동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김명환 위원장을 만나 지난 2년의 행보와 남은 1년의 과업 등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그는 이 자리에서 경사노위 참여를 둘러싼 민주노총 내부의 고민과 제1노총이 된 뒤에 느끼는 책임감, 최근 논란이 됐던 민주노총당 등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

"경사노위 참여,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김 위원장 임기 내내 그를 좇은 단어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시절부터 '사회적 대화 참여'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8년 10월과 2019년 1월에는 경사노위 참여를 주요 안건으로 걸고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도 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실패했다. 구성원의 반대가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당시 민주노총 대의원들은 "경사노위는 노동자의 일방적 양보만을 강요한다. 경사노위 위원 18명 중 (민주노총 위원은) 1명에 불과할 뿐이다. 차라리 이익과 권리를 방어하는 기본적인 노사관계 업무에 에너지와 자원을 집중시키는 것이 현명하다"라며 강하게 거부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올해 8일 노사정 신년인사회에서도 민주노총의 참여를 촉구했지만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다시 참여하려면 '경사노위 참여'를 민주노총 내부 토론에 부쳐야 한다. 지역 순회도 하면서 간부들을 만나 설득도 해야 한다. 그 과정이 최소한 4개월 이상이다. 남은 임기의 절반 이상을 이러한 과정에 쏟아 부을 수는 없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정부와의 대화에 대한) 내 의지와 신념은 분명하다"면서 "나는 여전히 문재인 정부와 대화를 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사구시로 해결했으면 한다. 노동시장의 양극화·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경사노위에만 있는 건 아니다. 노사정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범국민토론회를 열거나 그것을 발전시킨 대화기구를 열면 된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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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노총으로서의 책임감"

이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제1노총으로서의 책임감"을 수차례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96만 8035명이 됐다. 이는 93만 2991명의 한국노총보다 3만 5044명이 많은 수치로, 정부 공식 통계 이후 처음으로 민주노총의 조합원 수가 한국노총을 앞서게 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제1노총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면서 "지난 12년 동안 전력조직화 사업을 통해 사람과 재정을 투여한 결과가 빛을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민주노총은 대기업과 정규직, 남성 중심의 조직이었지만 비정규직과 여성노동자들에 보다 집중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줬고, 조직이 필요한 곳엔 직접 찾아가 조직화했다. 이명박 정권 때 9.2%까지 떨어진 노조 조직률이 지금은 11.8%다."

김 위원장은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여전히 0.1% 미만"이라면서 작은 사업장의 조직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5인 미만 사업장과 400만 특수고용직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를 개정해야 한다. 제도적으로 보장하거나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에는 근로자와 사용자, 노동조합, 노동쟁의 등의 개념과 대상의 범위가 규정돼 있다. 김 위원장이 강조한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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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당은 해프닝"

김 위원장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1일 경총 신년사에서 "기업 활력 제고가 최우선 과제"라면서 "노사관계가 산업경쟁력을 저해하고 고임금 저생산성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서 쓴 소리를 내놨다. 손 회장은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도 절실하다"면서 노사관계에 있어 '노측의 힘이 상대적으로 더 강하다'라고도 했다.

"정말로 노동자들이 더 힘이 있고 사측이 힘이 약하다고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사용자 측이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축소됐다고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은 뭐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사용자 단체의 사회적 영향력이 줄어둔 것을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하는 건 결코 옳지 못하다."

김 위원장은 "노동자가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가는 건 역사의 도도한 발전과 같다"라면서 "'노조하면 빨갱이'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노조를 만든다고 탄압하면 더 강하게 일벌백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큰 논란이 된 '민주노총당'에 대해서도 "해프닝"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총선에서 다원적인 진보정당들과 공통적이고 핵심적인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제안 속에 나온 것"이라는 거다. 지난달 말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은 "민주노총이 '민주노총당' 창당 설문조사를 했다"면서 "민주노총이 창당을 준비한다"라고 보도했다.

"내부에서 '민주노총당' 등 정당을 창당하자는 의견도 분명히 있다. 이를 확인코자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를 묻는 '2020 민주노총 정치사업 수립을 위한 조합원 설문조사'에 해당 의견을 문항으로 넣은 거다. 시기적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국회를 통과했고, 민주노총이 100만 조합원으로 제1노총에 오르면서 '민주노총이 민주노총당을 만든다'라는 이야기가 나간 것 같다."

김 위원장은 "진보가 단결해야 진보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총은 노동과 사회개혁 의제 등에서 다원화된 진보정당들의 공동대응을 위해 연합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노동자들의 청와대 인근 시위'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노동자들이 청와대로 향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피해를 당한 노동자들이 청와대로 가는 건, 청와대로 가서 해결을 봤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공공부문 등에 산재한 적폐세력을 끌어내는데 있어 청와대의 역할과 의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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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명환, #민주노총, #조선일보, #경사노위, #10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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