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새 예능 <진짜 농구: 핸섬 타이거즈> 제작발표회 현장

SBS의 새 예능 <진짜 농구: 핸섬 타이거즈> 제작발표회 현장 ⓒ SBS

 
또 한 편의 새로운 스포츠 예능이 시청자들을 찾아온다.

SBS가 10일부터 리얼 농구 예능을 표방한 <진짜 농구, 핸섬타이거즈>(아래 진짜 농구)를 선보인다. 대표적인 농구인 출신 스포테이너로 자리 잡은 서장훈이 감독을 맡고 배우 이상윤, 서지석, 차은우, 김승현, 강경준, 쇼리, 줄리엔강, 문수인, 이태선, 유선호 등 연예계 농구마니아로 유명한 출연진들이 선수로 활약한다. 걸그룹 레드벨벳 조이는 매니저를 맡았다.

<진짜 농구>는 '스포츠 예능'이라는 장르 특성상 선행주자였던 <우리 동네 예체능>이나 <뭉쳐야찬다>와 비교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다양한 종목의 '생활체육 도전기'를 소재로 했던 <예체능>은 2013~2014년 '농구편'을 다루어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당시는 최인선 전 감독과 우지원 코치가 코칭스태프를 맡았다. <진짜 농구>에 합류한 줄리엔 강과 서지석 등은 <예체능>에서도 활약한 멤버들이다.

<뭉쳐야찬다>는 생활 축구를 소재로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 안정환이 감독을 맡고, 이만기, 허재, 진종오, 이봉주, 이형택 등 대한민국 각 스포츠 분야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은퇴 선수들이 함께 조기축구팀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뭉찬>은 2019년 스포츠 예능의 본격적인 부활을 이끌어낸 히트작으로 꼽힌다. 일부 시청자들은 <진짜 농구> 역시 <예체능>과 <뭉찬>을 의식한 아류작이 아니냐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예능 장르에서 원조와 아류의 구분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엄밀히 말하면 <예체능>이나 <뭉찬>도 스포츠 예능에서 딱히 원조라고 할 수 없다. <뭉찬> 이전에 은퇴한 스포츠 전설들이 한 팀을 이룬다는 콘셉트는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에서 먼저 시도한 바 있다. <예체능>도 <출발 드림팀> <천하무적 야구단>등 다양한 기존 예능에서 단발성 이벤트로 자주 시도하던 아이디어를 고정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 뿐이다.

<진짜 농구>의 성공, 차별화에 달렸다
 
 SBS의 새 예능 <진짜 농구: 핸섬 타이거즈> 제작발표회 현장

SBS의 새 예능 <진짜 농구: 핸섬 타이거즈> 제작발표회 현장 ⓒ SBS


결국 <진짜 농구>의 승부처는 다른 스포츠와는 또 다른 농구의 매력을 이미 기존에 보여준 스포츠 예능과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지 등 '차별화'에 달렸다. 농구는 구기종목 중에서도 대표적인 다득점 스포츠이자 빠른 공수전환 등을 통한 박진감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도 만화 <슬램덩크>,드라마 <마지막 승부> 등이 크게 히트한 바 있다. 농구가 대중적으로 얼마든지 통할수 있는 소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하지만 농구 '마니아'를 제외하고 농구가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낼 만한 소재인가 하는 부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경쟁종목인 야구는 이미 국민스포츠로 자리 잡았고, 축구도 대다수가 관련 에피소드를 하나쯤 가지고 있다. 10대~20대에서 50대~60대까지 비교적 나이를 가리지 않고 여러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특히 최근 축구를 다룬 <뭉찬>이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아재미'(아저씨들의 개그)에 있다. 축구경기임에도 백패스를 손으로 잡는다거나, 노마크 찬스에서 홈런을 날리는 '개발'의 추억이라든지, 실력은 없어도 허세가 넘쳐나는 아저씨들의 무용담에 이르기까지. 축구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끼리 공유할수 있는 보편적인 '코드'가 많다.

설사 그 종목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도 멤버들의 유쾌한 만담과 캐릭터를 살린 뒤 종목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능적인 재미와 조화를 이뤘다. <뭉찬> 방송 초반까지만 해도 그 필요성에 의문부호가 붙었던 연예인 출연자들이 스포츠 전설들 사이에서 '축구와 예능 사이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꿰찰 수 있었던 이유다. 

방송으로 매력 담아내기 쉽지 않은 농구

그에 비하면 농구는 같은 생활체육이라고해도 접근성이 낮은 편이다. 체력적인 부담이 크기에 국내에서는 젊은 사람들 위주로 즐기는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한데다, 변화무쌍한 경기 내용의 매력을 담아내기에는 방송적으로 편집이 쉽지 않은 종목이다.

<진짜 농구> 이전에 농구를 소재로 한 <리바운드>나 <버저비터> 등은 사실상 예능보다는 '서바이벌 경쟁'에 더 초점을 맞췄으나, 시청자들의 몰입을 유도할 만한 중심 스토리 라인이나 캐릭터 구축에 소홀했던 탓에 일부 농구팬들을 제외하고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신체적 조건이 강조되는 농구의 특성상, 구성원들간 '실력차'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뭉찬> '어쩌다 FC'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운동 천재들을 모아놓고도 여전히 방송 6개월이 지나도록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생활체육의 수준은 생각보다 높다는 걸 보여준다. 

<예체능>의 경우, 초창기에 멤버들의 실력이 떨어졌기에 김혁이나 줄리엔강 등 농구실력이 뛰어난 멤버들을 영입하며 전력 상승을 꾀했지만, 오히려 강호동이나 이수근, 최창민같이 당시 고정멤버였지만 실력은 떨어지는 멤버들이 농구편 내내 들러리로 전락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9명이 선발로 뛰는 야구나, 11명이 뛰는 축구(뭉찬은 8인 축구)에 비하여 5명이 뛰는 농구는 실력이 뛰어난 1~2명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최근 <뭉찬>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뭉찬> 특유의 '아재미'를 선호하는 시청자들은 축구보다 예능의 비중을 선호하지만, 축구를 더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은 어쩌다FC의 실력 부족과 진지함이 부족한 것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너무 경기 결과를 강조하면 예능이 아닌 '다큐'가 되어버리고, 너무 가벼우면 스포츠의 매력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 이래저래 스포츠 예능을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농구인' 서장훈, '축구인' 안정환
 
 SBS의 새 예능 <진짜 농구: 핸섬 타이거즈>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서장훈.

SBS의 새 예능 <진짜 농구: 핸섬 타이거즈>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서장훈. ⓒ SBS


또한 <진짜 농구>의 감독을 맡게된 '농구인' 서장훈이 <뭉찬>의 '축구인' 안정환과는 얼마나 다른 리더십을 보여줄지도 중요한 관건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서장훈보다 최근 <뭉찬>을 통하여 예능인으로 급부상한 허재가 감독을 맡는 게 낫지 않느냐며 아쉬워 하기도 한다. 허재는 <뭉찬>의 섭외에 처음 응했던 이유로, 향후 농구를 소재로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약속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으나, <진짜 농구>가 먼저 등장하며 선수를 빼앗긴 셈이 됐다.

<뭉찬>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축구인으로서 자신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던 개성 강한 스포츠 선후배들을 조화롭게 다독여낸 안정환의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정환은 <청춘FC>에서도 그러했듯이, 축구에서 선수들을 지도할 때는 매우 진지한 모습을 보이지만, 예능적인 면에서는 풀어질 때 함께 풀어지기도 하면서 <뭉찬>이 축구와 예능 사이에서 나름의 균형을 이룰 수 있게 중심을 잡아줬다.

서장훈은 앞서 2016년 <우리들의 공교시>에서 고등학생을 지도하며 감독으로서의 모습을 처음 보여준 바 있다. 농구인 출신답게 농구에 있어서는 진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생활체육과 어린 학생들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거나 어른답지못한 감정적인 태도를 보여 종종 지적받기도 했다.

이는 <리바운드> <버저비터>에서 역시 감독 역할로 출연했다가 상대 선수와 언쟁까지 벌여 화제가 됐던 현주엽(창원 LG 감독)도 지적받았던 부분이다. 오히려 <뭉찬>에서 선수와 감독시절의 '강성 이미지'와 달리 동료들과 팬들 앞에서 망가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친근한 허당 아저씨' 이미지로 재평가 받았던 허재와 다른 점이었다.

서장훈이 참고할 만한 안정환의 리더십

<진짜 농구> 제작발표회에서도 서장훈은 "예능으로 생각하기보다 농구에 관해서는 진지하게 임하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서장훈은 한국농구의 레전드 출신인데다 여러 차례 '운동에서 즐긴다는 이야기는 말장난'이라고 주장할만큼 자신의 신념과 운동철학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짜 농구>의 목적은 승부 그 자체보다 '농구의 매력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느냐'에 맞춰져야한다. 감독으로서는 서장훈이 안정환의 리더십을 오히려 참고해야할 이유다.

<공교시> 시절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방송인으로서도 경력도 제법 쌓인만큼 서장훈이 프로그램의 방향을 얼마나 유연하게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진짜 농구>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도 달라질 수 있다. <진짜 농구>는 과연 <예체능>과 <뭉찬>의 그늘을 넘어 '농구예능'으로 자립에 성공한 최초의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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