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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0.1.3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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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론이긴 하지만, 그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칼을 든 이가 목적을 감추고 웃음을 내보였을 뿐. 일종의 허허실실이었던 걸까.

지난 12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초반,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추 장관(당시 후보자)을 상대로 정공법을 선택했다.

박지원 : 현재 언론이나 국민들은 추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되면 즉각 검찰 인사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해임할 거라고 그런다. 특히 대검 반부패부장,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 및 반부패 1·2·3·4부장, 서울동부지검장 등 현재 수사와 관련된 검사들에 대해 인사를 할 거라고 한다. 그런 인사 계획을 갖고 있나.
추미애 : 인사에 대해 그 시기나 대상에 대해 보고받은 바 없다.

: 취임해도 인사 시기가 아니니 인사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받아들여도 되나.
: 장관은 제청권이 있을 뿐, 인사권자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인사에 관해 발언하는 건 부적절하다.

박 의원의 질문은 이후에도 이어졌지만 추 장관의 답은 "답변 드리기 곤란하다", "제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로 일관됐다. "그렇다"도 아닌, "아니다"도 아닌 정치인 특유의 화법이었다. 결과적으로 박 의원 질문 속 예측은 윤 총장을 제외하고 그대로 이뤄졌거나, 앞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용들이었다(관련기사 : 6개월 만에 끝난 '윤석열 황금기'... 추다르크가 노린 것).

[장면 ① 인사청문회] 박지원 상대로 "판사처럼" 빨간펜
 
추미애 청문위원 맡은 박지원 "늘 믿는다" 박지원 대안신당(가칭)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법 관련 질의를 하던 중 "저는 늘 (후보자의 약속을) 믿는다"라고 말하고 있다.
▲ 추미애 청문위원 맡은 박지원 "늘 믿는다" 박지원 대안신당(가칭)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법 관련 질의를 하던 중 "저는 늘 (후보자의 약속을) 믿는다"라고 말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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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윤석열 인사할 계획 있나?” 추미애 “제가 언급할 사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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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우연히 나온 두 사람의 대화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추 장관의 속내가 드러났다. 박 의원은 질문 도중 "(대통령에게 인사권이 있고) 장관에게 제청권이 있지만 검찰총장과 협의하게 돼 있다"라며 "그럴 계획이 있나"라고 물었다. 그런데 추 장관은 박 의원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빨간펜'을 들이밀었다.

"법률상으론 (검찰총장과) 협의하는 게 아니고 의견을 듣는다고 돼 있다."

곧장 박 의원은 "판사처럼 하지 마라. 제가 틀려도 좀 이해를 해달라"라고 농담 섞은 핀잔을 건넸다. 박 의원 입장에선 '콩떡 같이 말하면 찰떡 같이 알아들으면 되지' 식의 농담을 던질 정도로, 큰 의미를 담은 질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추 장관에게 "검찰총장과의 협의한다"는 질문은 즉각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었다.

좀 더 과거로 되돌아가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목요일인 12월 5일 추 장관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했고, 추 장관은 금요일과 주말을 지나 12월 9일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했다. 지금으로부터 딱 한 달 전의 일이다.

[장면 ② 첫 출근] 환한 웃음, '윤석열 전화'에 대한 답변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준법지원센터에 마련된 준비사무실에 첫 출근을 하며 청문회 준비단 언론홍보팀장 심재철 서울남부지검 1차장 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2월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준법지원센터에 마련된 준비사무실에 첫 출근을 하며 청문회 준비단 언론홍보팀장 심재철 당시 서울남부지검 1차장 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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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게 웃으며 차에서 내린 추 장관은 인사청문회 준비단 언론홍보팀장 자격으로 기다리고 있던 심재철 당시 남부지검 1차장 검사와 악수를 나눈 뒤 취재진 앞에 섰다(심 검사는 이번에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임명됐다. 해당 보직은 윤 총장 체제의 핵심 인물인 한동훈 검사가 맡고 있었는데, 한 검사는 이번에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임명됐다).   사흘 전 윤 총장이 추 장관에게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져 현장에선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왔다(관련기사 : 환한 웃음 속 첫 출근... 추미애 "윤석열과 관계 신경쓰지 마시라").

- 윤 총장 축하 전화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받았나.
"그냥 단순한 인사였다. 서로 모르는 사이이기 때문에 뭐... 헌법과 법률에 의한 기관 간의 관계지, 개인 간의 관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듯하다. 어디까지 헌법과 법률에 위임 받은 권한을 상호 간에 존중하고 잘 행사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날 추 장관의 "헌법과 법률에 위임 받은 권한을 상호 간에 존중한다"는 말은, 이후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협의하는 게 아니고 의견을 듣는다"는 말의 좀 더 '부드러운 버전'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법무부와 검찰은 '검찰 인사에 있어서 검찰총장의 역할'을 두고 인사 단행 직전인 8일 늦은 오후까지 공방을 벌였다(관련기사 : 법무부-대검, 검찰 인사 두고 정면 충돌... 문자메시지 공방).

[장면 ③ 취임식] 애드리브, 박수 유도, 그리고 악수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뒤편으로 취임식에 참석한 검찰 고위 관계자들이 보인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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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잘 들어라? 원고에 없던 추미애의 '애드리브'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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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의 첫 출근 때처럼, 추 장관은 환한 웃음을 자주 내보였다. 그 절정이 지난 3일 열린 장관 취임식이었다. 추 장관은 준비된 취임사 원고를 읽어 내려가면서도 곳곳에서 '애드리브'를 선보였다(관련기사 : 검찰 잘 들어라? 원고에 없던 추미애의 '애드리브').

특히 추 장관은 검찰개혁을 강조하면서 취임식에 참석한 검찰 관계자 및 법무부 직원들의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어 "이제 박수치셨으니까 약속하신 것", "이 박수 소리는 다 녹음, 녹취가 됐기 때문에 꼭 지키셔야 한다"며 미소 띤 얼굴로 뼈있는 말을 내던지기도 했다. 그는 취임사 마무리 역시 원고에 없는 말로 채웠다.

"조직 내 특권의식을 배제해 개개인이 국민을 위한다는 긍지와 신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법무행정, 조직내부 쇄신을 통한 지원을 하도록 하겠다. 이것은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취임사를 마무리한 후 추 장관은 이례적으로 단상 아래로 내려가 검찰 고위 관계자 30여 명과 마주했다. 좌석 앞 세 줄을 차지하고 있던 검사 중 앞 두 줄과는 한 명 한 명 악수를 나눴고, 뒤 한 줄과는 목례를 주고받았다. 윤대진·배성범·박찬호 검사 등과는 악수를, 한동훈 검사 등과는 목례를 나눴다. 검사들이 자신의 보직을 이야기하며 손을 내밀자, 추 장관은 밝은 미소로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닷새 뒤 추 장관은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그때 악수와 목례를 나눈 검사 대부분이 이번 인사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행사장을 나서자,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추 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행사장을 나서자,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추 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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