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음원 차트가 조작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하루 이틀 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심증만 있는 일들이 대부분 그렇듯, 진실은 밝혀지지 못하고 시간은 흘러왔다. 그러던 와중에 2018년 4월 갑자기 음원사이트 1위에 오른 가수 닐로의 곡은 차트를 의심하게 만든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지난해 11월에는 그룹 블락비의 멤버 박경이 자신의 SNS에 특정 가수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사재기를 언급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당사자들이 시인하지 않는 이상 진실은 알기 힘든 상황.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성공,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조작된 세계' 방송 갈무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조작된 세계' 방송 갈무리. ⓒ SBS

 
지난 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조작된 세계'편은 본격적으로 음원 사재기에 대해 파헤쳤다. 음원 1위에 오르기 전까지 닐로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음악 페스티벌 참가자들조차 그를 낯설어 했기에, 당연히 그의 곡 '지나오다'가 차트 상위권에 진입한 것에 대해 모두가 의아해 했다. 
 
<그알> 제작진과 만난 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차트 순위가) 올라갈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진우 중앙대학교 교수는 "(상대적으로) 굉장히 빨리 올라왔던 케이스"라고 말했다. 방송 출연도 없고, 이전에 알려진 바도 없던 가수의 상승세라고 생각하기에는 그 계기도 불명확하고 속도도 이상하게 빠르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유명 래퍼와 트로트 가수를 제치면서 음원 차트 1위를 하는가 싶더니, 이용자가 적은 심야 시간에 점유율 그래프가 급상승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었다. 그러나 닐로의 소속사는 반박 자료를 통해 "SNS를 기반으로 한 바이럴 마케팅이 좋은 결과를 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조작된 세계' 방송 갈무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조작된 세계' 방송 갈무리. ⓒ SBS


<그알> 제작진은 음원 순위 조작과 관련 다방면으로 취재를 이어 나갔다. 제작진이 만난 사람 중엔 실제로 조작 관련 제안을 받았다고 밝힌 적이 있는 디스코 그룹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이하 술탄)도 있었다. 2006년에 데뷔한 이들은 지금까지 롱런하고 있는 아티스트다. 그런데 지난해 새 앨범을 내고 난 뒤 바이럴 마케팅 업체라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술탄 멤버는 "그들이 '저희의 목표는 차트 30위가 목표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들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업체는 30위를 만들어주겠다고 하면서 그에 따른 수익은 업체가 7, 술탄이 3으로 나눠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들이 제안한 순위 유지는 1년에서 1년 반 정도다. '힙합계의 대부'라고 불리는 타이거JK 역시 수없는 사재기 제안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당시 업체는 순위 조작을 대가로 1억을 제안했다고 한다.
 
홍보 대행업체라고 자신을 밝히면서 가수들에게 접근한 이들은 '히트 칠 것 같은 장르'를 코치해주기도 한다. 술탄은 '가창력을 뽐내는 슬픈 노래', '노래방에서 부를 것 같은 스타일'을 요구받았다. 타이거JK는 '30대가 아니라 10대, 20대들에게 어필이 되어야 한다'는 '충고'를 들었다고 한다. 2017년 데뷔한 가수 말로는 홍보 대행업체 관계자가 "우리랑 같이 하면 (법적으로) 걸릴 일이 없다"면서 조금 더 신나는 음악을 만들라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 모든 제안은 차트 조작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믿지 못하는 가수들에게 그들은 '누구 누구가 다음 주에 앨범을 내는데 그 곡이 차트 3위로 갈거다'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은 현실화됐다. 
 
진실은 밝혀질 것인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조작된 세계' 방송 갈무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조작된 세계' 방송 갈무리. ⓒ SBS

 
박경이 '폭로'를 했을 때, '개념 연예인'이라며 치켜세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 역시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내밀하고 내부적인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알> 취재에 응한 이들 중엔 음성변조를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도 많았다.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 아티스트들은 그나마 한국사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오면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는 데에 성공한 이들이다. 그들이니까 그나마 방송에 얼굴을 비출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결국에는 공권력이 나서야 그나마 해결될 수 있는 일인 것 같지만, 그게 또 쉽지 않다. 2018년 닐로의 곡이 논란이 되었을 때 당시 닐로 소속사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진상조사를 요청했고 "(사재기라고)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문체부의 대중문화산업과 담당자는 "(음원차트의 모양새가) 특이한 패턴을 보인다고 해서 불러다가 조사할 수는 없다. 저희는 수사기관이 아니니까"라고 입장을 밝혔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조작된 세계' 방송 갈무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조작된 세계' 방송 갈무리. ⓒ SBS

 
결국 이렇다 할 물증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박경이 실명을 거론한 아티스트의 소속사 관계자들은 "선동꾼들이 공론화를 이뤄내는 데 성공을 한거다", "음원을 팔면 수십억을 버는데 굳이 조작을 할 필요가 없다"는 등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들의 말만 들어보면 차트 조작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지만, 엄연히 같은 제안을 받은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나. 결국 <그알>은 차트 조작이라는 게 실체가 아예 없는 행위, 절대로 불가능한 행위는 아니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불을 피워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두가 지켜보게 되지 않을까.
#사재기 #차트조작 #그것이알고싶다 #음원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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