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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 구 도심지인 부원동 역세권지구 견본주택 개관에 방문객들이 몰려있다.
 경남 김해시 구 도심지인 부원동 역세권지구 견본주택 개관에 방문객들이 몰려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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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투자자들이야 빠져나가면 그만이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입게 되잖아요."

최근 경남 김해시 일대는 '아파트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들이 찾는 매물은 부동산 유튜버들이 찍어준 몇몇 아파트 단지.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아파트를 사들이면서, 몇 주새 일대 아파트값은 급등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를 보면, 경남 김해시 부원역 푸르지오 84.99㎡형은 지난해 8~11월 3억5000만~3억6000만 원선에 거래가 이뤄졌다. 11월 22일 기준 매매가는 3억6500만 원. 그런데 2주 뒤인 12월 9일, 매매가격은 4억 원을 넘었다.

봉황역 이편한세상의 경우 59.96㎡형은 지난해 11월 22일 2억5700만 원에 거래됐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12월 21일 기준 매매가는 3000만 원가량 오른 2억8400만 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은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집값이 급등하자 지역거주민들이 불안한 마음에 추격 매매에 나선 것. 투자자들이 집값을 띄우고, 실수요자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서 오른 가격에 집을 사들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해에서 공인중개사업을 하는 정아무개씨는 지난달 26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씨는 "투자자들이 참 무섭다, 하루 아침에 호가가 1천만 원, 2천만 원 오르고 있다"면서 "집을 사려고 하는 원주민들도 지금 놓치면 못산다는 조바심에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 피해는 고스란히 빚을 내서 집을 산 원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정부가 아파트 투기 규제를 하려면 제대로 모든 지역에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투자자들이 규제가 없는 지역에 투기하는 풍선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정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지금 현재 지역 부동산 상황은 어떤가?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투자자들이 많이 내려왔다. 부동산 투자 책도 쓰고 유튜브 강사로 활동하는 사람이 김해가 하반기부터 오른다고 찍어준 단지가 있다. 그 아파트를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 그러면서 경남 김해와 창원 일대 아파트 매매가, 호가는 하루가 다르게 널뛰기를 하고 있다. 왜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전국적으로 하지 않고, 풍선 효과가 나오게 놔두는지 모르겠다."

- 투자자들은 주로 서울 출신인가?
"제가 여기에서 만난 분들은 서울도 있고 다른 지역 사람들도 있었다. 주택 임대사업하고 있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임대사업자들이 가장 많고 거의 투자자들인데, 제 눈으로 직접 보진 않았지만 한꺼번에 40명이 내려 왔다고 하더라. 그중 10명이 매매 계약을 했다. 아파트 매물이 확 빠지니까 호가가 오르고, 앞으로 더 오를 거라고 생각해서 매물을 회수하는 사람도 있다."

- 최근 시장 동향을 좀 더 설명해 달라.
"지난 2018년부터 아파트 매매가가 많이 떨어졌었다. 전국에서 톱10 안에 들 정도로 가격이 하락했다. 내가 느끼기에는 떨어진 가격이 원래 가치를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투자자들이 몰려와서 '김해는 바닥을 쳤고 오를 일만 남았다'고 하면서 매물을 가져가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를 더 부추기는 경향이 크다. 그러니까 실거주자들이 덩달아 많이 움직인다. 실거주자들 사이에선 '사채를 써서라도 잡는 게 낫다'는 얘기까지 돈다."
 
- 부동산 시장이 이상 징후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지점은?

"김해 지역에 임대를 내놓는 상가들이 많다. 그게 내놓은 지 1년이 지나도 나가지 않는다. 정상적인 시장이고, 사람이 몰리는 곳이라면 아파트와 상가가 동시에 나가야 하는 게 정상인데 상가는 여전히 침체다. 이렇게 집값만 오른다고 경기 부양 되는 것 아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아파트에 실제로 거주하는 실거주민만 피해를 입게 된다. 투자자들이 참 무섭다."

- 구체적으로 어떤 단지들이 많이 올랐나?
"지금 김해 봉황역 푸르지오는 11월말 호가 3억6000만 원이던 게 지금 호가가 4억 원까지 올랐다. 11월 3억9천이던 아파트도 지금은 4억5000만~6000만 원까지 올랐다. 서울에서 1억씩 뛰는 것과 비교하면 아무렇지 않은 것 같지만, 지방은 1000만 원~2000만 원만 상승해도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지방에선 10건으로도 시세를 움직일 수 있다. 문제는 이 투자자들이 팔고 나가면 가격이 더 떨어질 텐데, 그걸 유지하려고, 바닥쳤다는 말이 많이 돈다. 이걸 (부동산시장이 자체적으로) 버틸 힘도 없다. 그러니 실거주자들은 더 불안하고, 집을 사려고 했던 분들은 '지금 놓치면 못 잡겠다' 싶어서 무리하는 것이다."

- 다른 부동산중개사도 다 비슷한 의견인가?
"저는 소수의견이다. 다른 소장님들 앞에선 말 못한다. 다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만 제가 아는 어떤 연로한 소장님은 투자자들이 오니 돌려보냈다고 하더라. 그분 입장에선 남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했던 것."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하려면 전국적으로 다 했으면 좋겠다. 서울만 하지 말고. 서울만 집중적으로 하다보니까 규제를 피해서 김해 같은 곳에 내려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풍선처럼 여기저기 다 빠져나가고 있지 않나. 국토부에도 전화를 걸어 규제를 더 해야 한다고 하니, '집값이 불안정한 지역이 아니다'라는 입장만 보였다. 집값이 다 오르고 피해 볼 사람 다 본 다음에 규제를 하면 뭘 하겠는가."

태그:#김해, #부동산, #짒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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