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해외 뮤지션들의 내한공연은 '전성기가 지난 뮤지션들이 방문하는 것', 혹은 '옆 나라 일본을 방문하는 김에 펼쳐지는 것' 정도로 여겨진 적이 있었다. 지금도 포털 사이트에서 이러한 댓글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오해다. 옆나라 일본과 비교했을 때 다양성과 규모 면에서 한계는 있지만, 뉴미디어의 발달은 공연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시켰다.

물론 페스티벌은 약화되고 있지만, 단독 공연의 빈도 역시 높아졌다. 오아시스의 리더였던 노엘 갤러거처럼, 아시아 투어 일정에 한국을 필수적으로 넣어놓는 뮤지션도 있다. 2020년에도 다양한 장르, 여러 세대의 뮤지션들이 한국 방문을 앞두고 있다. 이제 한국에 어떤 아티스트가 온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2020년대의 문을 여는 공연들
 
 퀸과 아담 램버트의 '랩소디 투어'

퀸과 아담 램버트의 '랩소디 투어' ⓒ 현대카드

  
올해의 시작을 알리는 내한 공연은 1월 12일, 본 이베어(Bon Iver)다. 해외 인디 음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본 이베어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본 이베어는 저스틴 버논(Justin Vernon)이 이끌고 있는 밴드다. 본 이베어는 전자 음악의 몽환미, 포크와 가스펠의 서정성을 결합하면서 자신만의 문법을 창조했다.

본 이베어는 2012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앨범 < Bon Iver >로 최우수 신인상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오는 1월 26일 열리는 62회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올해의 앨범상'과 '올해의 레코드상' 후보에 지명되는 등, 꾸준히 평단의 찬사를 받고 있는 뮤지션이다. 라이브로 구현하는 섬세한 사운드, 그리고 저스틴 버논의 음울한 목소리가 한겨울의 날씨와 빚을 조화가 기대된다.

지난해 말, 수많은 록 팬의 숙원이었던 록밴드 U2의 공연이 이루어졌다. U2가 남긴 여운에서 빠져 나오지 못 하는 록 팬의 이목을 집중시킬 소식이 있다. 1월 18일과 19일, 퀸(Queen)이 고척 스카이돔에서 두번째 내한 공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Queen + Adam Lambert'를 연다.

2018년, 한국에서 9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개봉 이후 펼쳐진 '랩소디 투어'의 일환이다. 퀸의 원년 멤버인 브라이언 메이(기타)와 로저 테일러(드럼)의 연주를 한 공간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다. 불세출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자리는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가수 아담 램버트(Adam Lambert)가 대신한다. 아담 램버트는 6년 째 퀸과 함께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Father of All…', 'Fire, Ready, Aim' 등 신곡을 발표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그린데이(Green Day)도 있다. 이들은 3월 22일, 약 10년 만에 내한 공연을 연다. 밴드의 높은 위상, 국내에서의 두터운 팬층에 비해 잠실실내체육관이라는 공연장이 협소하지 않느냐는 여론도 존재한다.

'한국 사랑' 뮤지션의 귀환
 
 미카의 내한 공연이 오는 3월 5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다.

미카의 내한 공연이 오는 3월 5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다. ⓒ 프라이빗커브

  
'지한파' 잉글랜드 싱어송라이터 미카(Mika)의 소식도 반갑다. 미카는 2016년 단독 공연 이후 4년 만인, 2020년 3월 5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내한 공연을 열 계획이다. 조지 마이클 등의 보컬을 연상시키는 그의 목소리는 한국 팬들에게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국 팬들은 늘 그에게 종이비행기와 금가루 등의 이벤트를 준비했고, 미카 역시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 등 재치있는 팬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미카는 'Happy Ending', 'We're Golden' 등 밝은 멜로디로 많이 알려졌지만, 그의 음악은 내면의 고뇌를 고백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기도 하다. 매력적인 목소리를 갖춘 알앤비 뮤지션 칼리드(Khalid) 역시 'Free Spirit' 투어의 일환으로 올해 4월 9일,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에서 영국 록과 팝은 많은 사랑을 받지만, 영국 힙합신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 않다. 첫 내한 공연을 펼치는 스톰지는 현재 영국 힙합신과 그라임(Grime/ 일렉트로니카의 갈래인 UK 개러지와 힙합 등을 결합시킴으로서 탄생된 장르)를 대표하는2018 브릿 어워드에서 '베스트 브리티시 앨범상'과 '브리티시 남성 솔로 아티스트상'을 수상하는 등, 높은 위상을 자랑한다.

스톰지는 자신의 정치적 소신, 인종 차별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브릿 어워드 무대에서 'Big For Your Boots'를 부르던 스톰지는 공연 말미에 테레사 메이 당시 영국 총리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 '테레사, 그렌펠 참사를 위한 돈은 어디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여러 차례 인종차별적 언사로 논란에 휩싸였던 보리스 존슨 총리 역시 예외는 될 수 없었다. 소규모 공연장인 홍대 무브홀에서 공연을 하는만큼, 상대적으로 관객들과 더 많은 호흡을 주고 받는 그림이 펼쳐질 것으로 예측된다.
본 이베어 스톰지 그린데이 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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