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로 이렇게 민망한 공소장이 없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게, 처음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 공소장 아니었습니까? 사실상 공소 취소를 해야 되는, 공소 기각 사유가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유지한 채 그것과 양립할 수 없는 또 다른 기소를 하는 방식으로 검찰이 자신의 체면을 억지로 이어가고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런 반성적 고려를 하지 않는 검찰의 태도가 조국 교수의 기소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의 견해다. 전날(지난달 31일) 검찰이 12개 혐의를 적용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기소한데 대해(관련 기사 : '가족 비리' 조국 결국 기소... 딸·아들도 '공모자'로 적은 검찰 http://omn.kr/1m6fl) 이 대변인은 같은 날 서면 브리핑에서 "뻔뻔하고 궁색한 결과"라며 "어떻게 해서든 조 전 장관을 피고인으로 세우겠다는 '인디언 기우제식' 억지수사라는 세간의 비판이 드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검찰의 향한 이런 비판이 2020년 새해 첫날을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출연한 정혁진 변호사는 검찰이 조 전 장관의 공소장에 조지워싱턴대 업무방해 혐의를 적시한 것을 두고 '장발장'에 비유하기도 했다. 빵을 훔친 절도죄의 경우 검사들이 기소유예를 하거나 경찰에서 훈방조치를 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기소까지 해야 하는 혐의가 맞느냐는 의문어린 비유였다.

"첫 번째는 행위 자체가 형사처벌을 할 정도로 엄중한 행위였느냐, 두 번째는 여기에 피해자가 나오는데 그 피해자가 누구냐 하면 조지워싱턴대학교일 거예요. 그런데 조지워싱턴대학에다 이런 것들을 문의하고 조사해서 결론을 냈을까. 그건 아닐 것 같고 그냥 뭐 카톡이나 이런 것 저런 것 보다 보니까 이런 내용이 있었네, 한마디로 말하면 망신주기인 것 같아서 굉장히 적절하지 않았다."

정 변호사는 "왜냐하면 검찰이 가지고 있는 칼은 굉장히 큰 칼이죠. 이걸 이런 데다 파리 잡는데 휘두르면 오히려 더 실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소 잡는 칼을 파리 잡는데 휘둘렀다"는 진행자의 비유에 "이건 닭도 아니고 제가 봤을 때 한 파리 정도"라고 정리하기도 했다. 요컨대, 형사처벌까지 가지 않을 사안에 대한 전형적인 검찰의 망신주기 기소라는 설명이었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지난달 31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 노무현재단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 역시 31일 공개한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의 생방송에 출연해 본인이 직접 취재한 내용이라며 "오픈북 시험에서 부모가 도와줬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온라인 오픈북 시험에 부모가 개입됐다는 의심만으로도 검찰이 기소한 것"이라며 "(이런 혐의 적용이) 깜찍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 이사장의 '취재'했다는 사실 관계와 조 전 장관 측 주장을 종합하면 이랬다.

"깜찍한 게 하나 있어요. 드디어 우리 검찰이 미국 대학의 업무까지 챙겨주기 시작했어요. 이게 오늘 나온 새로운 거죠. (중략) (조국 장관 자택 컴퓨터) 포렌식에서 뭐가 나왔냐면, 조 교수 집에서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 사이트 접속 기록이 나온 거예요. 그래서 조국 교수가 아들한테 답을 가르쳐줬다가 대신 온라인 시험을 봤다, 이게 문항이 한 20개 되는 쪽지 시험이라는데, 이렇게 기소를 했고요.

조 장관은 이에 대해 진술을 안 했어요. 저번에 조사를 받으러 갔을 때 묵비권을 행사해서 답을 안 했어요. 취재 해 본 결과로는, 집에서 아드님이 접속해서 본 오픈북 시험이에요. 우리가 보통 시험이라고 하면 시험 감독관 있고 손으로 쓰거나 카드에 편으로 표시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이 시험은 온라인 쪽지 시험이고, 오픈북시험이에요. 어떤 자료도 다 참고할 수 있는 시험이에요.

본인이 했다고 조국 교수는 이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정 교수 얘기로는 본인이 집에서 접속했다는 주장이에요. 오늘 공소장은 단지 검찰의 주장에 불과한 것이고. 사실 관계에 대해선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요, 조국 가족 주장은 또 있죠. 그건 법정에 가서 다퉈봐야죠. 깜찍했어요, 조지워싱턴대학교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조지워싱턴대'까지 염려하는 깜찍한 검찰
 
일각에선 사실 관계를 다 파악한 검찰이 조 장관의 혐의를 키우기 위해 '조지워싱턴대 업무방해' 혐의까지 끼워넣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를 바탕으로 '정유라 입시 비리=조국 아들딸 입시 비리'란 프레임을 만드려는 검찰의 노림수 아니냐는 해석이었다. 

5개월 간 대대적인 '조국 일가족' 수사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중대한 범죄나 완전히 새로운 혐의는 없었다. 유 이사장이 공개된 검찰의 공소요지에 대해 "분석하거나 비평할 게 별로 없다"고 한 이유다. 다만, 이 '조지워싱턴대 업무방해'와 함께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아들이 인턴으로 근무한 법부법인 청맥의 인턴 증명서를 위조했다고 봤다. 최강욱 공직기강 비서관과 함께. 유 이사장은 이 공소 내용 역시 "깜찍했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행정관으로 가 있는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였는데요. 청맥에서 한 인턴증명서도 있어요. 이것도 최 비서관이랑 조국이 함께 짜고 위조했다, 이것도 깜찍한 내용이고요.

공소사실 요지를 보면, 참고사항이라고 해서 최강욱 비서관하고 한 교수는 공소장에 실명을 기재했다, 이걸 검찰이 띄우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뉴스에 많이 나왔다. 보통 로펌에서 복사하고 하면 인턴 증명서 발급해 주잖아요. 그게 새로운 내용 그게 다고요."


요지는, 검찰이 현직 청와대 행정관이 대단한 범죄에 연루되고 조 전 장관과 짜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검찰의 언론플레이가 아니냐는 것, 이 역시 청와대와 조 전 장관을 망신주기 위한 일환이라는 것. 이에 대해 유 이사장은 "검찰이 낸 공소요지 보도자료를 보면, 기자들이 뭘 띄워주길 바랐냐면, 입시 비리"라며 "조지워싱턴대가 특히 깜찍했어요. 기사가 아주 많이 나왔어요. 성공했어요"라고 비꼬았다.

이어 <유시민의 알릴레오>의 진행자인 조수진 변호사는 "제일 놀란 건 기소를 했다는데 구속영장 청구는 다룬 혐의로 했다(는 것)"며 "금액이 적어서 우스워 보이지만 뇌물죄가 직권남용 이런 것보다 훨씬 큰 죄다. 왜 그걸로 영장을 청구 안 하고 유재수 건으로 영장청구를 했을까 좀 의아하다"고 물었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의 딸이 받은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600만 원을 뇌물죄로 기소한 것을 두고 의아함을 표시한 것이다.

그러자 유 이사장은 "그건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단언하며 "사실을 부정하지 않아요. 사실의 해석이 다를 뿐이지. 이걸 가지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없죠. 증거인멸과 관계없잖아요. 그래서 뇌물죄로 영장을 못 친 거예요"라고 풀이했다.

검찰의 '황새식 사냥법'의 말로
 
 지난달 31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한 조수진 변호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지난달 31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한 조수진 변호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 노무현재단


"황새가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 부리를 물속에 집어넣고 휘휘 저어요. 하나 걸리겠지 이런 식으로 사냥을 하거든요. 물론 물고기가 많을 때는 이 사냥법이 괜찮아요. 그런데 물고기가 없을 때 지금 조국 교수처럼 별로 뭐 혐의를 씌울 만한 게 별로 없어, 이럴 때 그냥 막 아무렇게나 휘저어놓는 검찰이라고 보면 돼요. 그냥 하나 걸려들어라 이러면서."

지난달 31일 MBC라디오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출연한 황교익 평론가는 검찰의 조 전 장관 기소를 이렇게 비유했다. "황새식 사냥법을 그대로 쓰고 있는 거죠, 막 찍는 거"라던 유 이사장의 견해와 동일했다. 유 이사장도 "청맥의 인턴확인서,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대리 시험"을 검찰의 대표적인 황새식 사냥법의 '신상'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은 검찰의 수사에 실망감(?)을 표시했다. 긴 한숨을 내쉬면서.

"검찰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 아니다를 떠나서 진짜 무능하구나. 사모펀드에 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근거가 부족한 예단이 이 모든 사태를 불러 왔다, 결국은. 이게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도 불확실하고, 죄가 된다 한들 소소하기 짝이 없는, 11개, 12개로 쪼아대는 수사 결과를 낸 거 아닌가. 그러는 바람에 공수처법이 통과되고, 조국 가족만 좀 불쌍하고 나머지는 행복한 그림이 된 것 같다..."

방송 말미, 유 이사장은 "조국이 너무 불쌍하다"며 "기소까지 됐으니 나중에 조 전 장관에 조용한 곳에서 맛있는 밥을 사주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 유 이사장의 표현에 따르면 '행복회로'라는 긍정적인 시각에서 볼 때, 결과적으로 '조국 사태'가 "조국과 윤석열만 불행한" 결과를 만들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유 이사장이 조 전 장관에게, 혹은 조 전 장관 가족에게 '맛있는 밥'을 사기에 아직 이른 시점일지도 모를 일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조 전 장관의 딸과 아들을 공모자로 적시했고, 일부 언론은 검찰이 조 전 장관 딸과 아들의 기소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검찰발' 기사를 끊임없이 생산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조 전 장관 측은 장문의 입장문에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다"며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하나하나 반박하고 조 전 장관의 무죄를 밝혀나가겠다"고 밝혔다. 2020년 다가올 '법원의 시간'에서 유 이사장이 "불쌍하다"던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이 어떻게 대응할지, 또 반격할지 지켜볼 일이다.      
유시민 조국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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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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