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은 2018년 한국 대표팀을 맡은 이후 15승 8무 2패의 성적을 거뒀다.

파울루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은 2018년 한국 대표팀을 맡은 이후 15승 8무 2패의 성적을 거뒀다. ⓒ 대한축구협회

 
지금까지는 과정이었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벤투호에게 2020년은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벤투호는 2018년 8월 출범 이후 약 1년 반 동안 총 25경기를 치르며 15승 8무 2패의 성적을 거뒀다. 2019년에는 12승 5무 2패로 마감하며 절반의 실패와 가능성을 확인했다.

벤투 감독, 아시안컵 실패 이후 점진적인 변화

시작은 좋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은 벤투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코스타리카와의 데뷔전에서 2-0 완승을 거뒀고, 남미의 강호 칠레와 무승부, 우루과이에 2-1로 승리했다.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은 확고했다. 3선의 미드필더 2명이 번갈아가며 수비 라인까지 내려와서 빌드업을 맡았다. 그리고 좌우 풀백들이 적극적으로 높은 지점에 위치하며 공격에 가담했다. 2선 공격수들이 상대 최종 수비 라인으로 근접했다.

좌우 측면 수비 배후 공간으로 중앙 미드필더들이 오픈 롱패스를 전개하면서 측면을 통한 공격이 시작된다. 2선 공격수들의 활발한 스위칭과 좌우 풀백의 침투로 공간을 창출했고, 좌우 윙어들이 중앙으로 좁혀오는 공간을 풀백들이 메웠다.

벤투 감독의 첫 번째 시험무대는 지난해 1월 열린 2019 AFC 아시안컵이었다. 목표는 59년 만의 우승. 하지만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거두긴 했지만 필리핀, 키르기스스탄에 가까스로 1-0 승리에 그쳤다.

중국전 2-0 승리로 분위기 반전을 하는 듯 보였지만 16강에서 만난 복병 바레인과 연장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8강전에서는 이 대회 우승팀 카타르에 덜미를 잡혔다. 

무엇보다 경기 내용이 기대 이하였다. 상대에 따른 맞춤 전략은 없었고, 항상 같은 전술과 같은 포메이션, 같은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벤투 감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앞선 평가전과는 확연히 다른 경기력이었다. 아시안컵에서는 대부분 한국보다 약한 상대들과 맞붙었다. 라인을 내리고, 밀집 수비에 치중하는 전술을 맞아 벤투 감독은 이렇다 할 파훼법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더블 볼란치를 내세우는 안정 지향형 4-2-3-1 포메이션을 반복했고, 중앙 미드필더 2명이 후방으로 쳐지면서 공격시 숫자가 부족했다. 벤투 감독은 볼 점유율을 높이고 능동적으로 지배하는 플레이를 추구했으나 정작 경기 도중 과감한 선수 교체를 통해 공격 숫자를 늘리려는 적극성이 결여됐다. 결국 카타르의 선수비 후역습에 무너지며 8강에 만족해야 했다.

절치부심한 벤투 감독은 지난해 3월 볼리비아, 콜롬비아와의 2연전과 6월 열린 호주,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실험을 강행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4-1-3-2 포메이션으로의 전환이었다. 원톱이 아닌 투톱으로, 미드필드 구성을 일자가 아닌 다이아몬드 형태로 변화를 꾀했다.

빠르고 속도감 있는 공격 전개와 직선적인 플레이가 가미된 벤투호는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았다. 남미의 볼리비아, 콜롬비아, 호주를 모두 제압한데 이어 아시아 최강 이란전에서는 비록 무승부에 그쳤지만 경기력에서 합격점을 이끌어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졸전 끝에 비겼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졸전 끝에 비겼다. ⓒ 대한축구협회

 
벤투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부진… 동아시안컵 우승으로 마무리

제대로 된 시험 무대는 9월부터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이었다. 4경기에서 2승 2무. 물론 세 차례 원정 경기로 열렸지만 북한, 레바논과의 무승부는 아쉬움이 남았다.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경기 내용이 실망스러웠다. 다시금 상대 밀집 수비 공략법에 대한 문제를 노출했다. 벤투 감독에 대한 여론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완고함과 고집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11월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는 새로운 희망을 쏘아올렸다. 강팀과 만나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던 과거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세 골 차의 완패였지만 한국은 브라질과의 중원 싸움에서 선전했다. 주세종과 정우영은 과거 기성용을 연상하게 하는 경기 조율과 패싱력을 보여줬다. 한국은 무득점에도 불구하고 허리와 수비가 강한 브라질을 상대로 많은 슈팅을 생산했으며, 벤투 감독의 철학인 빌드업 축구를 상당 부분 실현한 것은 고무적이다.

2019년의 마무리는 완벽했다. 한국은 12월 한국 부산에서 열린 2019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는 3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전에서는 자신의 철학을 다소 버리고, 강한 전방 압박과 직선적인 롱패스 비율을 늘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FIFA가 공인하는 A매치 기간이 아닌 탓에 유럽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황희찬, 황의조 등을 차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기존의 황인범, 나상호, 김민재, 김영권 등 주전급을 신임하면서도 이영재, 문선민, 김인성, 이정협, 손준호, 김태환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하며 실험을 강행했고, 결과까지 만들어냈다.
 
 동아시안컵 우승한 한국 대표팀. 대표팀은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열린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3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동아시안컵 우승한 한국 대표팀. 대표팀은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열린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3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 대한축구협회

 
"더 이상 실험은 없다"…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돌입

2020년의 A매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일정으로 짜여 있다. 사실상 평가전을 잡기 쉽지 않다. 이제 실험이 아닌 오로지 실전뿐이다.

한국은 갈 길이 바쁘다. 남은 아시아 2차 예선 4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승점을 획득해야만 조 1위로 통과할 수 있다.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3승 2패를 기록한 투르크메니스탄(승점 9), 2승 2무 1패의 레바논과 북한(이상 승점 8)이 맞물려 있다. 한국은 이 세 팀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황에서 승점 8이다. 홈 3경기, 원정 1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일정상 유리하다.

한국은 3월 26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5차전 홈 경기를 시작으로 3월 31일 스리랑카 원정에 나선다. 6월 4일에는 북한, 6월 9일 레바논을 홈으로 불러 들여 2차 예선을 마무리한다.

2차 예선을 통과하면 본격적인 살얼음판 경쟁이 기다린다.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은 2020년 9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진행된다. 최종예선은 그야말로 강팀들과의 대결이 불가피하다. 이란, 호주, 일본, 우즈베키스탄 등 만만히 볼 상대가 없다.

벤투 감독은 자신만의 축구 철학이 확고하고, 선수들 역시 큰 신뢰를 보내고 있다. 벤투 감독은 지난 2019년을 결산하며 "우리의 자취를 남기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것이다. 부임 후 1년여 동안 확실하게 우리만의 색깔과 스타일을 확립했다고 생각한다"며 "함께하는 선수들이 확신과 믿음이 있고 자신이 있기 때문에, 우리 스타일을 꾸준히 유지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벤투호의 최종 목표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이다. 벤투호가 2020년에는 한 단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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