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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에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던 바닷가 비경들이 많다. 2010년부터 해파랑길이 조성되면서 하나씩 베일을 벗고 있다. 그중에서 일반인들에게 그리 알려지지 않는 경주 해안가 비경이 한 군데 있다. 그곳이 바로 경주시 감포읍 전촌항 인근에 있는 용굴이다.  

경주 용굴은 지금도 군사작전지역이다. 밤 10시 이후부터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2015년부터 동해안 군사작전지역으로부터 일부 해제되면서 알려지게 된 곳이다.

개방된 이후에도 지형상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워 출입도 뜸했던 곳이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나무 데크를 설치해 지금은 누구나 쉽게 접근이 용이한 곳이 됐다. 지난 26일 경주 용굴이 방송에 소개되면서 며칠 사이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공중화장실 위에 생뚱맞은 전망대

경주 용굴을 가려면 전촌항을 먼저 찾아야 한다. 전촌항은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곳이다. 고령화로 농업인구도 줄고 있지만, 어업인구도 마찬가지로 줄어드는 요즘이다. 그러나 전촌항은 작은 항구지만 어업 활동 하나만은 활기를 띠고 있는 곳이다. 주민 400여 명과 어선 60여 척이 조업 활동을 하고 있다.
 
경주시 감포읍 전촌항 입구에 세워진 '거마상' 조형물 모습
 경주시 감포읍 전촌항 입구에 세워진 "거마상" 조형물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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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촌항 입구에는 전형적인 어촌의 모습과는 조금 색다른 모습이다. 어촌과는 어울리지 않는 거마상(巨馬像)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공중화장실 위에는 생뚱맞게도 전촌항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세워져 있다. 공중화장실 옆으로는 각종 공연을 할 수 있는 야외 공연장도 있다.

어촌 입구에 거마상을 세운 이유가 궁금했다. 이곳 전촌항의 북쪽 산세가 마치 큰말이 누워있는 형국이라 하여 '거마산' '거마장'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신라 때 왜군의 침입을 경계하기 위해 병마가 주둔해 있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옛 지명의 유래를 담아 거마상 조형물을 세웠다고 한다.
  
경주 전촌항에 세워진 공중화장실 위 전망대 및 야외공연장 모습
 경주 전촌항에 세워진 공중화장실 위 전망대 및 야외공연장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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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촌항의 하이라이트는 야외 공연장이다. 천년의 미소 '수막새'처럼 빙긋이 웃는 기와 모형을 한 야외 공연장이다. 무대와 객석 사이에 바닥분수도 설치돼 있어 이색적이다. 지금은 동절기라 운영이 중단된 상태이지만 가동 중일 때는 멋진 모습으로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다.

공중화장실 위에 있는 전망대는 동해안 경주 전촌항의 모습과 야외 공연장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야외공연이 열릴 시 객석이 모자라면 관객들은 전망대로 올라간다. 한마디로 공중에서 보고 즐기는 멋진 객석인 셈이다.

화장실 위에 전망대를 설치해 예술적인 면을 특별히 강조하며 설계했다. 이는 전촌항 전체를 공연의 열기 속에 몰아넣자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 찾아가는 길

주소 : 경북 경주시 감포읍 전촌리
입장료 및 주차요금 : 없음


한혜진이 추천한 경주 용굴

전촌항 앞바다. 빨간 등대와 흰 등대가 서로 마주 보며 정답게 무슨 대화를 나누는 듯 보인다. 등대 사이로 배들이 오고 가는 모습이 전형적인 어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개를 돌려 북쪽을 바라보니 나무 데크 계단이 보인다.
  
경주시 감포읍 전촌항 인근에 있는 경주 용굴 모습
 경주시 감포읍 전촌항 인근에 있는 경주 용굴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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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굴을 가려면 여기로 가야 한다. 용굴까지는 직선으로 짧은 거리이다. 그러나 오르내림이 심해 계단을 10여 분 정도 걸어야 한다. 나무 데크를 오르내리다 보면 해안가로 구멍이 뻥 뚫린 바위가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용굴이다. 밑으로 내려가면 용굴이 보인다. 군사작전지역이라 철문이 설치돼 있다.

기자가 찾은 28일 오후에는 파도가 심하여 용굴 안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파도가 잠잠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용굴 안으로 들어가 인생 사진 찍기에 바쁘다. 특히 이른 새벽 용굴 안에서의 멋진 일출 사진이 SNS에 전파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이제는 전국에서 사진동호회 회원들이 버스를 대절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KBS 2TV 생생정보 방영후 경주 용굴을 찾는 관광객들 모습
 KBS 2TV 생생정보 방영후 경주 용굴을 찾는 관광객들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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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전으로 전해오는 경주 용굴의 전설

경주 용굴을 가리켜 '사룡굴' 또는 '단용굴'이라 부른다. 사룡굴에는 동서남북을 지키는 네 마리의 용이 살았다. '단용굴'에는 감포 마을을 지키는 용이 한 마리 살았다고 한다. 이들 다섯 마리 용은 왜국으로부터 나라를 지켰고, 마을의 길흉화복을 점쳐주었으며 또한 보호해 주었다. 한마디로 감포 사람들의 정신적 안식처 역할을 한 셈이다.

다섯 마리 용은 평소 좋은 일도 많이 해 감포 사람들에게는 신화처럼 남아있다. 임진왜란 때는 용굴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몸을 숨길 수 있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으로 강제징용돼 붙들려 갈뻔한 오누이가 이곳에 몸을 숨겨 위기를 모면했다고도 한다.
  
경주 용굴 앞에 있는 일명 '곰 바위' 모습
 경주 용굴 앞에 있는 일명 "곰 바위"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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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구전으로 전해오는 용굴의 전설은 이러하다.
 
하늘에서 죄를 지어 쫓겨난 용은 감포 앞바다에 평화가 오도록 좋은 일을 많이 했다. 이를 전해 들은 옥황상제가 이들에게 하늘로 승천할 기회를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하늘로 승천하는 것보다 감포 용굴에 남아 살고 싶다고 전했다. 이를 전해 들은 옥황상제가 오룡에게 명하기를 '경주 감포에 남아 더 좋은 일을 많이 하며 여생을 보내도록 명하였다'고 전해진다.

동쪽을 지키던 청룡은 마음이 약해 평소에도 잘 울었다. 작은 일에도 눈물을 흘리는 청룡은 하늘로 올라가는 대신 종의 머리에 붙은 용뉴(龍鈕)가 되어 종처럼 크게 소리 내어 울며 살고 싶어 했다. 서쪽 백룡은 물을 좋아해서 다리의 기둥이 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물과 함께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리를 건널 수 있도록 안전지킴이 역할을 하며 살고 싶어 했다.

남쪽 용으로 불리던 적룡은 싸움을 좋아해서 칼의 손잡이가 되기를 원했다. 장군들의 옆에 붙어 다니면서 나라를 지키며 살고 싶어 했다. 북쪽을 지키는 흑룡은 많은 사람들을 맞이하며 살고 싶어 했다. 흑룡은 하늘로 올라가는 대신 대문 손잡이에 자리를 잡고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나누면서 살고 싶어 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감포 마을을 지키던 황룡은 연기를 좋아해 향로가 되고 싶어 했다. 사람들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갈 때 좋은 연기를 피워줄 수 있는 향로가 되어 살고 싶어 했다고 전해진다.
 
경주 용굴인 '사룡굴'과 '단용굴'에는 용이 살았던 흔적만 남아있다. 그러나 지금은 용을 대신하여 출렁이는 파도가 용굴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혹자는 바닷가 구멍 뚫린 바위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지만, 경주 용굴은 분명 감포 사람들에게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석양이 드리워진 경주 감포읍 전촌항 앞바다 모습
 석양이 드리워진 경주 감포읍 전촌항 앞바다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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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11, 12코스와 중첩되는 감포 깍지길. 깍지길 마지막 코스에 있는 곳이 경주 용굴이다. 해송과 해국이 필 때 산책 삼아 걸으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곳이다. '갈색추억' '너는 내 남자'란 히트곡으로 유명세를 치른 지역 출신 가수 한혜진. 인기 가수 한혜진이 추천하는 명소가 바로 경주 해안가 비경인 경주 용굴이다. 일출 사진 명소로 머지않아 많은 사람들로 북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 용굴과 감포 깍지길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장소로도 좋은 곳이다. 더불어 경자년 쥐띠 해를 맞이해 새해 일출을 보며, 한 해를 설계하고 실천하는 약속 장소로도 손색이 없는 명소인 것 같다. 가족, 연인들과 서로 손에 깍지를 끼고 경주 해안가 비경을 구경해보자. 그리고 해돋이, 해넘이 시간에 맞추어 정답게 걸어가며 추억의 명장면을 연출해보자.

* 참고문헌 : 주인석 <감포 깍지길>

태그:#경주 용굴, #KBS 2TV 생생정보, #경주 전촌항 야외 공연장, #전촌항 전망대, #전촌항 거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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