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튼 '램페이지' 잭슨(41·미국)이 또 하나의 거물 사냥에 나선다. 오는 29일 일본 사이타마슈퍼아레나서 있을 벨라토르 일본대회가 그 무대로 상대는 '얼음 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43·러시아). MMA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잭슨이 프라이드에서 뛸 때만 해도 그가 표도르와 메인이벤트로 경기를 가지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챔피언을 위협하는 복병이긴 했으나 '도끼살인마' 반더레이 실바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물며 표도르는 한 체급 위 헤비급 최강자였다. 미르코 크로캅,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같은 헤비급 강자들도 노려보기 힘든 상황에서 표도르는 그야말로 손에 닿기 힘든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잭슨에게 실바는 그야말로 아쉬움 가득한 숙적이었다. 파워, 테크닉 등에서 충분히 해볼만한 상대였음에도 막상 진검승부가 펼쳐지면 딱 한끝이 모자라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치열한 접전 후 실바가 빰클린치후 니킥연타로 잭슨을 침몰시키는 장면은 프라이드 홍보영상에 자주 쓰였을 만큼 인상적인 하이라이트였다. 잭슨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치욕이 아닐 수 없었다.
 
 
 얼음 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와 퀸튼 '램페이지' 잭슨이 격돌한다.

얼음 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와 퀸튼 '램페이지' 잭슨이 격돌한다. ⓒ 벨라토르 공식 인스타그램

 
프라이드, UFC 이어 벨라토르에서도 사고 칠까?
 
물론 잭슨은 실바 이외의 상대에게는 강력한 모습을 선보였다. '아부다비의 대마왕'으로 불리던 최강 그래플러 히카르도 아로나를 맞아 아찔한 위기를 딛고 역전 슬램 넉아웃 승리를 가져가는가하면 UFC가 자객으로 보낸 프랜차이즈 스타 '아이스맨' 척 리델을 처참하게 파괴시키며 프라이드의 자존심을 지키기도 했다. UFC 라이트헤비급 최강자 리델이 프라이드 랭커 중 한명에게 무너지는 모습은 데이나 화이트 대표 입장에서도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잭슨은 이후 실바의 절친한 후배이자 새로운 최강자로 떠오른 마우리시오 쇼군에게 마저 니킥에 이은 사커킥 연타에 전의를 상실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악마의 소굴'로 불리던 슈트복세 아카데미 소속 선수들은 당시 잭슨에게 그야말로 뼈저린 숙적이자 천적이었다.

하지만 프라이드의 몰락과 함께 잭슨은 UFC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프라이드 시절에 이어 리델을 다시 한번 침몰시키며 꿈에 그리던 챔피언에 등극한 것을 비롯 실바를 상대로도 리벤지에 성공한다. 묵직한 펀치력을 앞세워 리델, 실바라는 한 시대를 풍미한 레전드를 모두 정리해버렸다.

잭슨은 이후 '벨라토르 206'대회서 실바와 또다시 만났다. 클래식 매치로 볼 수 있던 당시 경기에서 2라운드 4분 32초 레퍼리 스톱 TKO로 승리하며 실바와의 악연을 완전히 끊어내 버렸다. 펀치 파워, 테크닉 등에서 압승을 거뒀다. 연패로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거둔 승리인지라 더욱 달콤했다.

분명 잭슨은 한시대의 지배자나 아이콘으로 불리기에는 2%부족하다. 하지만 프라이드, UFC, 벨라토르라는 메이저단체에서 꾸준히 뛰면서 리델, 실바, 아로나를 비롯 이고르 보브찬친, 케빈 랜들맨, 무릴로 부스타만테, 무릴로 닌자, 맷 린들랜드, 댄 헨더슨, 키스 자르딘, 료토 마치다, 맷 해밀, 킹 모, 이시이 사토시 등 무수한 빅네임 파이터들을 잡아냈다.

롱런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성공한 파이터라고 할 수 있다. 불혹을 넘긴 나이를 감안했을 때 언제까지 활약을 이어갈 지 알 수 없으나 레전드 파이터로서 격투 역사에 남을 것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표도르와의 일전은 매우 중요하다. 표도르가 전성기를 훌쩍 지난 것은 사실이지만 잭슨 또한 마찬가지다. 한물간 노장을 젊은 선수가 잡아내는 것이 아닌 비슷한 입장에서 자웅을 겨뤄 승부를 내는 그림이다. 더욱이 프라이드의 향수가 가득한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펼쳐지는지라 승리할 경우 올드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무엇보다 아무리 노쇠했다 해도 '표도르를 이긴 파이터'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프라이드 시절 같았으면 꿈꾸기 힘든 대형사건을 많은 시간이 흘러 벨라토르에서 터트릴 수 있게 됐다.

만약 프라이드 시절 같았으면 둘의 경기 스타일은 짐작하기 어려웠다. 잭슨과 표도르 모두 타격은 물론 그래플링에도 일가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결은 펀치공방전 위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두 선수 모두 나이를 먹을수록 펀치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표도르같은 경우 이제는 과거의 올라운드 파이터가 아닌 펀처라고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이다.

같은 펀처라고해도 스타일은 판이하게 다르다. 잭슨은 탄탄한 복싱 베이스를 바탕으로 안면가드를 굳건히 하고 근접거리에서 짧지만 정확한 펀치를 잘 때린다. 상대의 펀치공격을 훅 혹은 어퍼컷 카운터로 받아치는데도 능하다.

반면 표도르는 프라이드 시절부터 정통타격(?)과는 거리가 조금 멀었다.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탐색전을 벌이다가 빈틈을 발견했다싶은 순간 득달같이 달려가 순발력, 유연성을 앞세운 타격으로 몰아붙였다. 큰 궤적으로 치는 펀치가 많은지라 허점도 적지 않지만 핸드스피드와 맞추는 재주가 좋아 연타가 한번 들어가기 시작하면 대부분 상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신체능력이 한창 때에 못 미치는지라 연타보다는 크게 한방씩 꽂는 경향이 잦아지고 있다. 자칫 공격이 실패할 경우 예전처럼 빠르고 부드럽게 빠져나가는 플레이가 쉽지 않은 것이 그 이유다. 때문에 이번 경기는 누가 이기든 강력한 펀치가 오고가는 넉아웃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과연 세기의 클래식매치는 누구의 승리로 결판이 날까. 램페이지와 얼음황제가 격돌할 29일 일본 사이타마슈퍼아레나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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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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