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의 기세가 무섭다. 5연승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특히 가장 최근 경기에서 안양 KGC를 잡고 공동 2위까지 치고 올라가는데 성공했다. 선두 서울 SK와는 아직 격차가 있으나 현재의 기세를 꾸준히 이어나간다면 충분히 선두싸움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사실 올 시즌 KCC는 부침이 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즌초 약체라는 혹평을 뒤로하고 전창진 감독의 모션오펜스를 앞세워 선전을 거듭했다. 조이 도시(36·206㎝), 리온 윌리엄스(31·197㎝)라는 외국인 선수 조합이 타팀에 비해 파워가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예상치 못한 반란이다는 평가도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KCC는 이른바 승부수를 걸었다. 지난달 11일에 있었던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2:4' 대형 트레이드가 바로 그것이다. 리온 윌리엄스(33·197cm), 박지훈(30·193cm), 김국찬(23·191cm), 김세창(22·182cm)을 내주면서 이대성(29·193cm), 라건아(30·199cm)를 받아왔다. 프로농구 역사에 남을 만큼 임팩트가 큰 트레이드였다.

KCC가 트레이드에 응한 이유는 간단하다.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이름값 자체에서는 국가대표팀에서도 맹활약한 바 있는 라건아, 이대성이 훨씬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대성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자유 계약) 자격을 얻게 된다. 라건아 또한 사용기간이 한시즌 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CC는 팀의 미래 중 하나로 불리던 김국찬을 비롯 알짜 식스맨 박지훈, 젊은 피 김세창을 내줬다. 이대성, 라건아가 있는 동안 무조건 우승해야 되는 이유다. 만약 우승하지 못하고 이대성, 라건아를 차례로 떠나보낸다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많은 트레이드가 될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KCC는 빅딜 이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전력을 팀에 융화시키는 과정에서 조직력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경기력도 뚝 떨어지며 패배가 늘어났다. 경기 내용은 물론 성적까지 따르지 않자 팬들 사이에서는 '손해 보는 트레이드였다'는 불만까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KCC는 다시금 반등에 성공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금씩 팀에 적응해가려 노력 중이던 이대성은 물론 전천후 식스맨 송창용까지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연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흔들렸던 조직력이 다시금 살아난 것이 그 이유라는 분석이다. 
 
 돌아올 이대성은 전주 KCC의 마지막 퍼즐이 되어줄수 있을까?

돌아올 이대성은 전주 KCC의 마지막 퍼즐이 되어줄수 있을까? ⓒ 전주 KCC

 
에이스가 아니어도 좋다, 플러스 퍼즐로서 역할 기대
 
라건아의 팀내 적응, 이정현의 컨디션 회복, 돌아온 정통파 포인트가드 유현준(22·178cm) 의 가세 등 최근 KCC 상승세 원동력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불안했던 요소들이 조금씩 나아지고, 호재가 겹치며 다시금 시즌초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듯하다. 교체 외국인선수 찰스 로드(34·200cm)의 컨디션까지 올라오고 있어 더욱 든든하다.

무엇보다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있으니 다름아닌 궂은 일을 해주는 식스맨들의 존재다. 공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줬던 송창용이 잠시 빠진 상태지만 최승욱(25·192cm), 정창영(31·193cm) 등이 잘해주고 있다. 공격성향이 강한 온볼 플레이어가 많은 KCC에서 공 없는 움직임을 잘 가져가는 것을 비롯 수비에 많은 에너지를 쏟으며 밸런스를 맞춰주고 있는 모습이다.

최승욱은 신명호의 뒤를 이어 팀내 간판 수비수로서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빠른 발과 근성 거기에 수비센스를 갖추고 있어 팀수비, 개인수비에서 모두 뛰어난 기량을 보여준다. 특히 상대팀 1~3번 핵심선수에 대한 족쇄수비가 가능해서 전술적 활용도가 높다. 공격능력이 전무하다시피한 신명호와 달리 당일 컨디션에 따라 내외곽 공격에서 쏠쏠한 보탬이 되기도 한다.

애프터스쿨 정아의 남편으로 유명한 정창영 역시 벤치가 얇아진 KCC에서 나쁘지 않은 팀 공헌도를 보이고 있다. LG 시절 정찬영은 불안한 드리블과 볼간수 능력 그리고 잦은 실책 등으로 인해 '무늬만 가드다'라는 혹평에 시달렸다.

그러나 KCC에서는 자신이 공을 오래 소유하지 않고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수에서 조커 역할에만 집중하고 있다. 주로 궂은일에 집중하다가 찬스가 나면 외곽, 돌파 등으로 득점지원을 해주는 모습이다. 팀에 꼭 필요한 유형의 블루워커 스타일로 팀에 보탬이 되고 있음은 물론 자신도 살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KCC는 우승권에 도전하기에는 2%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확실한 주전 4번감이 없는 가운데 김국찬, 박지훈의 이적으로 벤치도 얇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많이 움직이는 농구스타일을 펼치는 전 감독의 성향상 장기레이스에서 고민이 될 것이 분명하다.

KCC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고 상수는 단연 이대성이 팀에 녹아들어 확실한 시너지효과를 내주는 것이다. 베스트 컨디션의 이대성은 최승욱처럼 수비하고, 이정현처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공수 모두에서 팀의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터보엔진같은 존재다.

문제는 그간 드러났다시피 쉽지 않은 사용법이다. 이대성은 공을 많이 만지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타입이다. 본인이 신바람이 나야 플레이가 살아나는 선수로, 그런만큼 기복도 심하고 폭발력도 좋다. 제대로 터지는 날은 외국인선수 부럽지 않다. 현대모비스 소속으로 뛰었던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5경기 평균 16.2득점 2.6리바운드 3.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것이 좋은 예다. 

거기에 수비에도 일가견이 있어 마음먹고 압박에 들어가면 자신이 맡고 있는 선수는 물론 상대팀 앞선의 에너지 레벨자체를 다운시켜버릴 수 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앞선수비가 필요할 때는 이대성을 활용했을 정도다. 잘만 쓴다면 공수에서 이만한 선수도 없다.

아쉽게도 KCC와 이대성의 궁합은 아직까지는 좋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KCC에는 이정현(32·191cm)이라는 국내 최고의 슈팅가드가 있다. 이대성과 포지션은 물론 볼을 오래 소유했을 때 경기력이 좋아진다는 부분까지 같다. 거기에 올 시즌 들어 국내 최고의 3번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송교창(23·201cm) 역시 전략적으로라도 밀어줘야 될 자원이다.

빅맨 라건아는 둘째치고라도 토종 앞선 라인의 핵심 3인방이 모두 에이스급 자원들이어서 볼소유 문제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트레이드 초창기 전 감독은 무엇보다도 빅네임간 공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했고 그런 가운데 KCC 팀 전체가 어수선해지며 경기력이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다행히 완전하지는 않지만 트레이드 당시에 비해 많이 안정화됐다. 이대성과 달리 이정현, 송교창은 볼 없는 움직임도 좋은 선수들이다. 서로가 팀의 상황을 이해하고 팀플레이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으며 라건아 또한 KCC 시스템에 적응해가고 있다.

거기에 더해 포인트가드 유현준의 복귀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유현준은 대학시절부터 당찬 성격으로 유명했다. 이를 입증하듯 KCC에서도 코트에 나서게 되면 선배들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있게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비슷한 또래인 송교창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정현, 이대성, 라건아는 유현준 입장에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유현준은 개의치 않고 있다. 자신이 게임을 지휘하고 있을시에는 아무리 에이스급 선배들이라도 아니다 싶은 순간에는 공을 주지 않는다. 선배나 이름값보다는 더 좋은 위치에 자리 잡은 동료가 우선이다. 이러한 원활한 볼배급 덕에 유현준이 코트에 돌아오자 KCC의 빡빡했던 볼 흐름도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KCC는 이대성이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도 연승을 이어나가고 있다. 외려 팀플레이는 이대성이 있을 때보다 더 원활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이대성은 자신이 돌아왔을 때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것이 중요하다. 더 이상 팀이 자신에게 맞추는 것이 아닌, 본인이 팀에 맞춰야한다.

현대모비스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본인이 공격을 주도하는 에이스가 되기보다는 수비 등 궂은 일에 집중하다가 기회가 왔을 때 흐름에 맞춰 오펜스에 참여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대성이 그러한 모습을 보일 때 KCC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돌아올 이대성이 재도약중인 KCC의 마지막 퍼즐이 되어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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