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JTBC <뉴스룸> 문화초대석에 출연한 가수 양준일

지난 25일 JTBC <뉴스룸> 문화초대석에 출연한 가수 양준일 ⓒ JTBC

 
유튜브 온라인 탑골공원(과거 음악 프로그램 동영상)을 통해 재발굴된 이후 JTBC <투유프로젝트-슈가맨3>(이하 <슈가맨3>)에 출연하여 큰 화제를 모았던 가수 양준일 만큼 예능 <슈가맨>의 모티브가 된 <서칭 포 슈가맨>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슈가맨'이 또 있을까. 

재미교포 출신인 양준일이 한국에서 데뷔하고 활동할 당시만 해도 그는 많은 대중에게 박수받는 인기 가수가 아니었다. 양준일이 지난 6일 방영된 <슈가맨3>에 출연했을 때 여전히 90년대 초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한 40대 판정단의 고백처럼, 당시 그는 일부 소수만 극심히 좋아하던 존재였다(방송인 김숙은 JTBC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에서 양준일의 오랜 팬임을 고백한 바 있다). 

1990년대 초 시대정서를 감안했을 때 그는 여러모로 파격적인 모습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라 짐작은 했었다. 그러나 무대에 선 양준일에게 물건을 던지는 것은 기본, 그의 비자 연장을 거부하며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다는 게 싫다"라는 말로 큰 상처를 안겨준 출입국 관리소 직원 관련 에피소드는 놀라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양준일이 <슈가맨3>에서 덤덤히 고백한 "난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다는 게 싫어"라는 발언이 너무나도 충격으로 다가왔던 탓인지, 25일 JTBC <뉴스룸> 문화초대석 초대손님으로 등장한 양준일에게 가장 먼저 던져진 질문은 그것과 관련된 것이었다. 

과거와 달리 자신을 뜨겁게 맞아주는 분위기에 감격한 시간여행자는 "매일이 꿈만 같고 행복하다"면서 인터뷰 내내 행복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날 인터뷰 진행을 맡은 손석희 앵커가 "<뉴스룸>에 출연하여 이렇게 시종일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출연자는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여러모로 뼈저리게 다가온 손석희의 앵커 브리핑
 
 지난 25일 JTBC <뉴스룸> 문화초대석에 출연한 가수 양준일

지난 25일 JTBC <뉴스룸> 문화초대석에 출연한 가수 양준일 ⓒ JTBC


<슈가맨3> 출연 이후 각종 방송, 광고 출연 제의를 받았을 양준일이 첫 인터뷰 매체로 <뉴스룸>을 선택한 이유는 손석희의 12월 9일 '앵커 브리핑'에 있었다. 이날 손석희 앵커는 양준일의 <슈가맨3> 출연 관련 내용으로 앵커 브리핑을 진행했다. 

시대를 지나치게 앞서간 탓에 1990년대초 활동 당시 많은 사람들의 질타를 한몸에 받았던 양준일의 회고담을 통해 다름을 인정하지 않은 한국 사회의 폐쇄성과 혐오 문화를 지적한 손석희의 앵커 브리핑은 여러모로 뼈저리게 다가왔다.

과연 1991년의 양준일에 열광하고 있는 2019년의 사람들은 지금 '또 다른' 양준일이 등장한다면 선뜻 환영의 불을 켜줄 수 있을까. 용기를 내어 다시 어렵게 한국 대중들 곁으로 돌아온 양준일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도 다른 한쪽에선 편견, 차별, 혐오, 악플이 횡행하는 한국 사회를 따끔하게 꼬집은 손석희의 멘트는 양준일에게도 큰 감동으로 다가온 듯하다. 

양준일은 손석희 앵커와의 <뉴스룸> 인터뷰에서 지난 9일 앵커브리핑을 언급하며, "(손석희) 사장님이 나를 표현해줬을 때, 사장님의 눈에 내가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자신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준 손 앵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손석희의 앵커 브리핑을 보면서 펑펑 울었다는 양준일은 "살면서 투명인간이 됐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고 가수의 꿈을 접어야했던 지난 날의 아픔을 스스럼없이 털어 놓았다. 

"인생이 롤러코스터 같았다. 실제로 살면서 쓰레기를 많이 버려야 했다. 머릿속에 있는 쓰레기를 많이 버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 과거를 보면 내 미래로 이어간다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 그래서 이걸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행복하기 전 불행함을 버려야 하는 것처럼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나 자신에 대한 편견을 버리느라 그런 노력을 거의 생활처럼 했다."

"살면서 투명인간이 됐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내가 왜 존재하나 물음표가 많이 나오는데 (손석희) 사장님이 그 물음표를 놓게 해 줬다. 모든 국민분들이 따뜻하게 받아주는 느낌이 느껴져 더 이상 내 과거가 날 괴롭히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과거엔 제 삶의 하루하루가 재방송 같았는데 최근엔 하루하루가 안 끝나고 계속 가는 느낌이 든다."


'또 다른 양준일'도 품을 수 있는 한국 사회가 되길
 
 지난 25일 JTBC <뉴스룸> 문화초대석에 출연한 가수 양준일

지난 25일 JTBC <뉴스룸> 문화초대석에 출연한 가수 양준일 ⓒ JTBC

 
무대를 사랑했고, 무대를 진정 즐길 줄 알았던 양준일에게, 2019년 대중들이 열광하는 '1991년 그의 과거'는 마냥 아름다운 추억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는 아픔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기에 아련한 과거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양준일은 다시 무대로 돌아온 자신에게 따스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팬들, 대중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봐주고 박수 쳐주며 좋아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진심으로 행복해하고 감격해하고 있었다. 

오는 31일 처음으로 열리는 팬미팅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자신을 원하는 동안은 음원이든, 광고든, 뮤지컬이든 많은 활동을 다 해보고 싶다는 계획을 밝힌 양준일. 부디 한국 대중들 곁으로 다시 돌아온 뮤지션 양준일이 그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과 시선 때문에 더 이상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또 다른 양준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을 수 있는 한국 사회가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양준일 뉴스룸 손석희 슈가맨 온라인 탑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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