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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지 1000일이 된다. 실종선원들의 부모들은 3년 째 거리에서 "유해수습과 2차 심해수색"을 외치고 있다. 지난 2월 심해수색 업체는 어렵게 발견한 유해를 '계약이 안 됐다'라는 이유로 침몰 현장에 두고 왔다. 정부는 2차 심해수색을 사실상 포기한 상황이다. <오마이뉴스>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1000일을 맞아 3편의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 정부와 선사,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다. 이 기사는 그 두번째다.[편집자말]
[이전 기사 : 스텔라데이지호 1000일 ①] 
유해 보고도 그냥 돌아온 수색선, 정부는 이만하면 됐다? http://omn.kr/1m3r8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꼭대기에서 뛰어내리고 싶다. 하지만 죽더라도 아들은 데려다 놔야 할 거 아니냐. 어쩔 수 없이 버티는 이유다."

스텔라데이지호 1등 항해사인 박성백씨의 어머니 윤미자씨가 18일 오후 부산시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진행된 1인 시위 도중 굵은 눈물을 흘리며 <오마이뉴스>에 건넨 말이다. 그의 손에는 "폴라리스쉬핑은 침몰원인이 날씨 탓이라고 주장, 책임회피를 위한 변명 뿐 대책마련은 무관심"이라고 적힌 피켓이 들려있었다.

이날 부산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사는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회장에게 "폴라리스쉬핑은 영업이익을 위해 선원들의 안전을 도외시했다"면서 징역 4년,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지난 2월 불법으로 화물을 적재하고 무리하게 선박을 운항하는 등 선박안전법을 위반한 혐의로 김완중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2017년 3월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회장이 24일 부산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출두하고 있다. 2019.1.24
 2017년 3월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회장이 24일 부산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출두하고 있다. 2019.1.24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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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중 회장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 내려달라"   

4년을 구형받은 김완중 회장은 무거운 목소리로 "부끄럽고 참담하다"면서 4줄짜리 입장을 발표했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나를 비롯한 회사 임직원들은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회사 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3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결심공판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김 회장이 한 말이다. 실종선원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재판이 끝난 뒤 현장에 있던 실종선원 가족들은 울분에 찬 목소리로 "잘못을 뉘우치려면 제대로 처벌을 받아야지 왜 선처를 바란다고 말한 것이냐"라면서 김 회장을 쫓아가며 소리쳤다.   

김 회장의 변호인단은 지난 9월 첫 공판 이후 "스텔라데이지호는 복원성 기준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면서 "선박 결함은 이미 한국을 떠난 이후에 알게 돼 신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으며, 선박 안전을 위협할 정도의 심한 결함도 아니었다"라고 계속 주장해왔다.

변호인단은 이날 최후변론에서 "재판부의 양형판단에 있어 기소되지 않은 내용을 포함하면 위법"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이번 재판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을 피고인들에게 묻기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묻지 못하게 되자 사고와 무관한 선박안전법 등으로 수사 방향을 바꿔 기소한 것이다."

한마디로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 사건과 김완중 회장의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는 다른 사안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김 회장은 재판을 마치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10여 명의 경호원 호위를 받으며 법원을 빠져나갔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에도 개선 의지 없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박성백 일등항해사의 어머니 윤미자 씨는 매일 오후 아들의 사진을 들고 서명을 받는다.
▲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박성백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박성백 일등항해사의 어머니 윤미자 씨는 매일 오후 아들의 사진을 들고 서명을 받는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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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이날 결심공판에서 김완중 회장 외 선사 관계자 5명에게도 징역 1년에서부터 3년의 선고를 내려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검사는 '세월호 사건'을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선박 안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선박 안전 의식 고취를 위해서라도 (김완중 회장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9월 열린 첫 공판에서 검사는 "김완중 회장 등 선사 관계자들은 2015년 5월 스텔라데이지호의 평형수 3번 탱크 횡격벽 변형 등의 결함을 알았음에도 이를 해양수산부에 신고하지 않았다"면서 "균일적재가 아닌 격창적재 방법으로 스텔라데이지호를 운항하는 등 복원성을 유지하지 않은 채 선박을 운항했다"라고 말했다. 결심공판에서도 검사는 같은 주장을 폈다. 화물 적재 방식이 선체 피로도를 가중하고 선박 복원성을 훼손했다고 본 것이다.
  
3월 31일 지구 반대편 남대서양에서 갑작스럽게 침몰해버린 스텔라데이지호. 2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3월 31일 지구 반대편 남대서양에서 갑작스럽게 침몰해버린 스텔라데이지호. 2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 폴라리스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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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는 2009년 철광석 운반선으로 개조됐다. 1993년 일본 미쓰비시사가 건조한 스텔라데이지호는 이전까지 유조선으로 활용됐었다. 

검찰에 따르면 스텔라데이지호는 2009년 개조 당시 복원성 유지를 위해 각 화물창에 철광석 등 화물을 균등하게 적재하고 운항하는 것을 조건으로 설계 및 승인됐다. 하지만 폴라리스쉬핑은 스텔라데이지호에 균일적재가 아닌 격창적재 방법으로 화물을 적재하고 운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균일적재와 달리 격창적재는 비용이 적게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방식이 특정 화물창에 중력을 더욱 집중시켜 배의 균형을 비틀리게 하는 등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스텔라데이지호처럼 길이가 314m에 이르는 거대선박은 특정 화물창에만 화물을 적재할 경우 그 부분에 과도한 부하가 작용해 침몰할 우려가 있다"면서 "철광석의 경우 물이나 기타 다른 화물에 비해 중량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화물을 적재하고 내리는 방법이나 순서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어 "그러나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은 영업손실 등의 이유로 균일적재가 아닌 일부 화물창에만 짐을 싣는 격창적재의 방법으로 스텔라데이지호를 운항해 왔다"고 지적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이 18일 오후 부산지법 앞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이 18일 오후 부산지법 앞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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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원 10명 대동한 김완중 회장,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은 지난 9월 첫 공판부터 부산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2등 항해사 허재용씨의 엄마 이영문씨의 말이다.

"크리스마스면 아들이 실종된 지 1000일이다. 재판 때마다 김완중 회장을 보는데 제대로 사과 한 번 하지 않았다. 그사이 폴라리스쉬핑은 최고 수익을 경신했다고 계속 발표하고 있다. 우리를 놀리는 것도 아니고... 너무 억울하다."

그러면서 이씨는 지난달 27일 재판 후 오후 6시 30분께 발생한 실종선원 가족과 폴라리스쉬핑 임원 A씨 간 충돌에 대해 덧붙였다. 당시 이씨의 딸이자 2등항해사 허재용씨의 둘째 누나인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공동대표 허경주씨는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회장이 재판을 마친 뒤 택시를 타는 과정에서 막아섰다는 이유로 폴라리스쉬핑 임원 A씨에게 밀쳐졌다. 이 사건 이후 허경주씨는 병원에 입원, 현재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 상태다.

폴라리스쉬핑 측은 <오마이뉴스>에 "담당임원 A씨는 폭행한 사실이 없다"면서 "허경주 공동대표가 택시를 막고 서 있는 과정에서 택시와 부딪힐 위험이 있어 보호하려 시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종선원 가족들은 관련 사건을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이 때문에 18일 열린 재판 분위기는 이전과 크게 달랐다. 김완중 회장 측은 이날 10여 명의 경호원을 대동하고 법원에 출석했다. 김 회장을 본 기자들이 현장에서 질문을 하기 위해 따라 붙었지만 경호원에 둘러싸인 김 회장은 곧장 재판정으로 들어갔다.  

김완중 회장을 바라보던 이영문씨가 "칠십이 넘은 우리가 무슨 힘이 있다고 경호원을 저렇게 데리고 다니냐"면서 "그저 아들 찾게 해달라고 소리지른 게 그렇게 죄냐"라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 이날 재판에 함께 참여한 1등항해사 박성백씨의 어머니 윤미자씨 역시 "대한민국은 기업인들에게 너무나도 너그러운 것 같다"면서 눈물을 보였다. 

"폴라리스쉬핑은 사고가 난 선사인데 이후에 보험금 받고 새로운 배를 산 뒤 최고 수익을 기록했다. 그런데 아들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 발견한 유해는 그냥 두고 왔다. 왜 국가도 선사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냐."

한편 이날 실종선원 엄마들의 1인 시위에는 부산지역 목사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지난 공판 때 발생한 폭행 소식을 듣고 나왔다"면서 "피의자 신분으로 법원을 찾아온 사람이 오히려 피해자들을 폭행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부산에 온 실종선원 가족들이 대부분 여성인데, 자숙해야 할 회사 사람들이 오히려 비인간적이고 반인권적 폭행을 했다. 혹시나 다시 폭력이 가해질 수도 있지 않나 싶어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3월 31일 철광석 26만t을 싣고 브라질을 떠나 중국으로 향하던 스텔라데이지호는 우루과이 동쪽 3000km 해상에서 침몰했다. 당시 선원 24명 가운데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됐고, 한국인 8명, 필리핀 선원 14명은 3년째 실종 상태다.

침몰 사고 이후 지난해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한 폴라리스쉬핑은 심해수색과 유해수습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최종선고 공판을 내년 2월 14일 오전 10시 진행한다고 밝혔다.

태그:#스텔라데이지호, #부산, #폴라리스쉬핑, #1000일, #김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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