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한국과 홍콩의 경기. 벤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9.12.11

11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한국과 홍콩의 경기. 벤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9.12.11 ⓒ 연합뉴스

 
동아시안컵 최고의 '빅매치' 남자축구 한일전이 18일 부산에서 열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이날 오후 7시30분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일본과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우승을 놓고 마지막 한 판 승부를 벌인다.

벤투호 출범 이후로는 첫 한일전이다. 하루 앞서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일본에 0-1로 패한 아쉬움도 만회해야한다. 여자대표팀은 1승 1무 1패 2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번 맞대결로 남자축구의동아시안컵 우승도 결정된다. 한일 양팀은 나란히 2승을 거뒀으나 골득실에서 일본(+6)이 한국(+3)에 앞서 있다. 일본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차지하는 반면 3연패를 노리는 한국은 일본을 반드시 이겨야하는 부담이 있다. 또한 한국은 역대 동아시안컵에서 홈팀이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다는 징크스도 넘어서야한다.

비록 친선 대회의 성격이 강하기는 하지만, 한일전 특유의 상징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다사다난했던 벤투호로서는 2019년을 마감하는 마지막 A매치 한일전에서 유종의 미를 기대하고 있다.

한일전 역대전적

한일전 역대 전적은 41승23무14패로 한국이 크게 앞서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로 일본축구의 위상이 급상승하면서 이제는 아시아축구의 패권을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대등한 라이벌이 됐다. 피파랭킹도 일본(28위)이 한국(41위)보다 더 높다. 

2010년대만 놓고보면 3승 2무 2패로 거의 호각세에 가까운 한국의 아슬아슬한 우위다. 가장 최근 경기는 2017년 12월16일에 열린 동아시안컵 도쿄 원정으로 당시 신태용 감독이 이끌던 한국이 4-1로 역전승을 거두며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의 일본을 압도한 바 있다.

연령대별 대표팀의 맞대결에서는 2010년대에도 한국이 확실히 일본을 압도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었던 2016 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만 2-3으로 아쉽게 역전패당한 것을 제외하면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8강전,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 2019 U20월드컵 16강전 등 한국은 중요한 국제무대 토너먼트에서 대부분 일본을 제압했다.

축구팬들이 아쉬워 하는 부분은 동아시안컵 정도를 제외하면 양팀 모두 최근에는 유럽파를 포함한 최정예멤버끼리 맞붙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타이틀이 걸린 국제대회에서 A팀이 마지막으로 맞대결한 것은 8년 전인 2011 아시안컵 4강전으로 당시 조광래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2-2 무승부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일본에 석패했다. 이 대회를 끝으로 '한국축구의 전설' 박지성과 이영표가 동시에 은퇴했기에 한국축구로서는 더 아쉬운 장면이 됐다.

가장 최근에 A팀 최정예끼리 마지막으로 맞붙었다고 할만한 경기는 역시 2011년 8월 일본 원정으로 열린 친선전이었다. 아시안컵의 설욕을 꿈꿨던 조광래 감독은 0-3으로 패했다. 하필이면 광복절을 앞두고 벌어진 A매치에서 역대급 패배를 당했기에 팬들이 받은 충격은 더 컸다.

특히 이 경기는 단순한 평가전을 넘어 훗날 한국축구에 여러 가지 나비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만화축구'를 표방한 조광래 감독은 지금의 벤투 감독과 비슷하게 짧은 패스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점유율 축구를 추구하며 초반에 승승장구했으나, 정작 '원조'라고 할수 있는 일본을 만나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이후 조 감독은 레바논과의 아시아 월드컵 예선 원정 경기에서 패하고 3차예선에서 탈락 위기에 몰리자 결국 경질됐다. 

이란과 함께 아시아 강팀으로 꼽히는 일본
 
 15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중국 경기에서 승리한 한국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15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중국 경기에서 승리한 한국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벤투 감독도 다소 미묘한 시점에 일본을 만나게 됐다. 벤투호는 홍콩과 중국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압도적인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경기내용으로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세트피스 득점을 제외하면 이전 경기까지 포함하여 'A매치 5경기 연속 필드골 무득점'이라는 불명예 기록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투 감독은 여전히 '점유율 축구가 최선'이라며 경기력에 대한 우려를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벤투호 출범 이후 아시아권에서 만난 상대 중에서는 이란과 함께 가장 강한 팀으로 꼽힌다. 가뜩이나 아시아 축구 특유의 밀집수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사실상 대등한 전력에다가 한국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짜임새있는 패스축구를 지향해온 일본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한일전을 앞두고 벤투호를 둘러싼 상황도 불안정하다. 유럽파 정예가 합류하지 못한 것은 양국 모두 마찬가지지만 상대적으로 주전 의존도가 심했던 벤투호에 더 불리할 수 있다. 이미 국내파와 아시아리거 중 김신욱-이용이 부상으로 아예 동아시안컵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고, 대회가 시작된 이후로는 김승대·김문환·문선민까지 줄줄이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지휘하고 있다. 모리야스 감독은 A팀과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을 겸임하고 있으며 이번 동아시안컵에는 내년에 열릴 도쿄 올림픽을 대비하여 젊은 선수들 위주로 구성하고도 안정적인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중국을 2-1로 제압한데 이어 한국이 두 골차로 이긴 겨우 이긴 홍콩을 5-0으로 대파하기도 했다.

물론 벤투호도 비록 유럽파가 빠졌지만 국내파와 아시아리거들이 주축이 된 미드필드와 수비진은 사실상 최정예나 다름없다. 올림픽대표팀에 가까운 일본을 상대로 홈에서 이겨봐야 본전이고 지면 망신이 될 수 있다는 부담감은 벤투호가 더 클 수밖에 없다. 한일전에서 답답한 골결정력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줄 새로운 스타의 탄생이 절실하다. 전술의 다양성과 유연성 부재라는 비판에 시달리고있는 벤투 감독이 한일전에서는 어쩐 전술적 카드로 팬들의 우려를 불식시킬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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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한일전 점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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