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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 전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이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16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 전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이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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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고'라고는 했지만 거의 '지시'에 가까웠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16일 오후 2시부터 열린 수석·보좌관회의가 끝난 이후 '이례적인 내용'을 권고했다. "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은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라"라는 내용이었다. 그 대상은 "대통령 비서실과 안보실의 비서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이다.

노영민 실장은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라고 권고사항의 실행을 독려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통령 지시가 아닌 비서실장의 권고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채만 남기고 집을 처분하라'는 것이 형식은 '권고'였지만 내용은 '지시'에 가까워 보인다. 특히 이러한 권고사항을 향후 인사에 적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앞서 언급한 청와대 관계자는 "법적인 강제기준은 아니지만 향후 (청와대 인사를) 임용하는 데에서 하나의 잣대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대통령 참모들이 솔선수범해야만 정책 실효성이 있을 것"

그런데 노영민 실장은 왜 갑자기 '지시에 가까운 권고'를 내린 것일까?

그 이유와 관련해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노영민 실장이 비서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에게 정부의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라고 전했다.

마침 이날 정부 합동으로 '12.16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6.19대책, 8.2대책(이상 2017년), 9.13대책(2018년)에 이은 네 번째다. 분양가 상한제와 종합부동산세 과세 등의 강력한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계속 상승하자 깜짝 발표에 나선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하고 있다"(11월 19일,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서)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무색해지는 발표다.

앞서 언급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안정 대책을 만들어서 발표하는 마당에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대통령의 참모들이 솔선수범해야만 이 정책이 좀 더 설득력 있고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이런 결정을 내렸고, 권고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서 정부의 집값 안정 대책에 동참한다면, 다른 부처 고위공직자에게도 영향이나 파급이 미치지 않을까, 그런 정도의 판단은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네 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에 맞춘 청와대의 선제적 조치로 보인다. 특히 '1급 이상 청와대 전·현직 고위공직자 65명의 아파트·오피스텔 재산이 약 3년 간 평균 3억2000만 원 증가했다'는 지난 1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발표 내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도 "경실련에서 지적한 부분을 일부 수용했다"라고 인정했다.

또한 내년 총선에서 부동산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수 있고, 최근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경제활력 회복에 나선 정부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도 적극 헤아린 것으로 보인다.

"투기·투기과열지구에 2채 이상 보유 청와대 인사는 11명"
 
정부가 고가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고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 구매 시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앞에 시세표가 붙어 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서울·세종 전역 및 경기 일부 등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세율이 최고 4.0%로 오른다. 또한 정부는 내년도 부동산 공시부터 시세변동률을 공시가격에 모두 반영하고 특히 고가 주택 등을 중심으로 현실화율을 먼저 높인다고 밝혔다
 정부가 고가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고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 구매 시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앞에 시세표가 붙어 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서울·세종 전역 및 경기 일부 등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세율이 최고 4.0%로 오른다. 또한 정부는 내년도 부동산 공시부터 시세변동률을 공시가격에 모두 반영하고 특히 고가 주택 등을 중심으로 현실화율을 먼저 높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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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실장의 권고사항은 "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 채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처분해야 하는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이 누군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수도권이 대부분 투기지역 또는 투기과열지구에 해당되기 때문에 '수도권'이라고 표현한 것이다"라며 "공직자 재산신고를 기준으로 봤을 때 투기지역 또는 투기과열지구에 두 채 이상을 보유한 청와대 인사는 11명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해당 인사들에게 사전에 권고사항을 통보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앞서 지난 11일 경실련이 발표한 '아파트·오피스텔 재산 상위 10위'에는 김조원 민정수석과 박종규 재정기획관, 박진규 통상비서관, 여연호 국정홍보비서관,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 등 현직 청와대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이 관계자는 "전직 청와대 인사는 각자 알아서 판단할 문제이고, 저희가 그 분들에게 따로 권고하지 않겠다, 발표를 보고 판단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영민 실장이나 김조원 수석 등은 각자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라며 "다만 노영민 실장이 집을 두 채 가지고 있다고 이미 알려져 있는데 그것은 저희가 설정한 기준에는 특별히 해당이 안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강남 3구를 포함해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에서의 집값 상승이 전체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큰 요인이라고 판단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라며 "이것이 사람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투기지역이라는) 큰 기준에 의해 만들어졌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적인 조치가 아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지역이라면 다 해당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법률적 강제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이것이 법률적인 부분과 관계없이 자기 책임 하에 이뤄지는 일들이고, 고위공직자라면 그런 부분을 본인 스스로 판단해서 꼭 법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진다는 정도로 판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불가피한 사유'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단할 것"

노영민 실장의 권고사항에는 "불가피한 사유"라고 적시된 대목이 있다.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면 집을 처분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개인별로 또는 사안별로 다를 수 있다고 본다"라며 "본인들이 소명하게 될 텐데, 그 소명이 과연 납득할 만하냐에 따라 판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명의 판단기준은 일반적인 국민들의 눈높이, 상식적인 기준으로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서 부부가 따로 살 경우 작은 집을 따로 하나 샀다든지 등의 편의성 여부, 또는 거주하는 기간이 오래 됐는지 등 투기와의 관련성 여부 등 투기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면 소명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어떤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정확히 말하기 어려우나 저희가 내부회의에서 판단한 기준으로 보자면, 상식적인 기준에서 벗어나면 소명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라며 "어디까지나 일반인의 상식 선에서 소명의 판단기준이 설정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경실련 등에서 부동산문제를 제기한 이후 내부에서 몇 차례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관계자도 "논의가 몇 차례 있었다"라면서도 "구체적인 시점이나 내부 회의 진행상황은 밝히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다"라고 전했다.

태그:#노영민, #12.16 부동산대책, #권고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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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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