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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19 올해의뉴스게릴라로 김종성, 박만순, 변상철, 송주연 기자를 선정했습니다. 올해의뉴스게릴라에게는 상패와 상금 150만 원을 드립니다. 시상식은 2020년 2월에 열리며 이 자리에서는 '2019 특별상', '2020 2월 22일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자 모두 축하합니다.[편집자말]
미세먼지가 유난히 극성을 부리던 날이었다. 출판과 관련한 약속이 있어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갔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울역으로 가는 길이었다. 아이가 저녁을 먹기 전에 대구로 돌아와야 해서다. 늘 그랬듯, 아이가 학교 간 틈을 타 대구-서울을 오가는 일은 빠듯하기만 했다. 서울역버스환승센터에서 내려 '기차 시간에 딱 맞게 도착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전화가 걸려왔다.

"기자님. 축하드려요. 올해의 뉴스게릴라로 선정되셨어요."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하지만 금세 지난해 이 상을 받았던 시민기자님들이 수상 소감을 적은 글들이 떠올랐다. 이 상의 의미가 가늠이 되자, 기쁨과 감동, 부끄러움과 민망함, 수상 소감에 대한 압박까지. 여러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글을 쓰면서 나의 40대는 진정으로 '나를 찾아 나서는' 의미 있는 시간들로 채워지고 있다.
 글을 쓰면서 나의 40대는 진정으로 "나를 찾아 나서는" 의미 있는 시간들로 채워지고 있다.
ⓒ 송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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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해 전 불혹의 문턱을 넘었다. 30대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던 딱 이맘때 겨울이었다. 이른 아침 일어나 일기를 쓰는데(밤잠은 많고 아침잠은 없는 나는 새벽에 일기를 쓰고, 글도 새벽에 쓴다)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이 말했던 그 '쿵' 하는 느낌이었을 게다.

돌아보니 30대의 나는 내가 아니었다. 결혼과 출산, 육아로 가득 채워졌던 나의 30대. 틈틈이 심리학 대학원에 다니면서 학위도 받고, 상담심리사 자격증도 따고 상담사로서 일에서 보람을 느끼긴 했지만, 왜인지 모를 공허함이 자주 밀려왔다.  

심리학에서 중년은 다시 한 번 나를 찾아가는 시기라고 해석된다. 흔히 중년의 시작이라고 일컫는 40세를 며칠 앞두고 있던 이날 '쿵' 했던 그 느낌은 이제 다시 나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심리적 사인이었다.

이 사인을 알아차리고 40세가 됐던 해. 남편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1년 반 동안 일할 기회를 얻었고, 우리 가족은 함께 그 곳에 가기로 했다. 밴쿠버로의 이사를 위해 내 짐들을 정리하던 날. 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써왔던 나의 글과 일기들을 꺼내보고야 말았다.

초등학교 시절 각종 백일장대회에서 썼던 글부터 중·고등학교 때 논술 연습을 했던 글들, 그리고 기자 시절 내가 썼던 글들이 고스란히 박스에 담겨 있었다. 이게 바로 나였다. 늘 무언가를 적고 글을 쓰며 행복감을 느끼고, 글을 쓰며 월급을 받는 일을 하기 위해 기자가 되었던 나.

박스 속 글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나는 한동안 웃고 울었다. 결혼과 거의 동시에 기자직을 그만두고 심리학 대학원에 진학해 상담심리사가 된 것 역시 나의 또 다른 꿈을 실천하기 위함이었지만, 나는 늘 글을 쓰던 사람이었다. 한 편의 글이 완성될 때, 그리고 글을 통해 낯선 이들과 소통할 때 느꼈던 그 기쁨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오마이뉴스>는 나의 보잘 것 없는 경험과 생각들을 기사로 만들어 주었다. 나의 잔잔한 경험들이 '사는이야기'가 되면서 일상의 순간들 하나하나가 더욱 의미 있어졌다.

또한, 그동안 공부했던 심리학적 지식들을 드라마와 노래가사, 영화 등을 통해 풀어내면서 내가 공부한 학문이 더욱 쓸모 있게 느껴졌다. 특히, 올해 연재한 <엄마의 이름을 찾아서>는 결혼 후 지금까지 나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통합해갈 수 있는 기회였다.

글은 글쓴이를 보여준다. 한 자 한 자 자신의 생각과 경험들을 적어 내려간 글에는 그 사람의 분위기와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이 고스란히 배어나기 마련이다. 나는 내가 쓴 글들을 통해 나 자신을 새롭게 알아갔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해 온 가치가 무엇인지, 나에게 있어 '나답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글을 통해 더 잘 알 수 있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들의 따뜻한 조언, 때로는 힘이 되고 때로는 아팠던 독자들의 피드백을 통해서 나의 시야를 넓혀갈 수 있었다.

글을 쓰면서 나의 40대는 진정으로 '나를 찾아 나서는' 의미 있는 시간들로 채워지고 있다. 혼자 쓰고 읽는데 그치지 않고, 공적인 글쓰기를 선택한 것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참 잘한 일이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 통합과 성장의 기회가 되어 준 오마이뉴스에게 그저 감사드릴 따름이다.

한 가지 바람이 생겼다. 내가 글을 쓰면서 얻은 자양분들을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주고 싶다. 나의 글이 다른 누군가의 성장에, 그리고 보다 평등한 세상,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아주 작게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들로 나의 중년을 채워갈 수 있을 듯하다.

이번 수상은 이런 바람을 실천할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 대표 기사
연재기사 : 엄마의 이름을 찾아서
"너도 나만큼 벌어보든지" 남편의 말이 의미하는 것 http://omn.kr/1ksmb

연재기사 : 송주연의 가사공감
오죽하면 아이유가 이런 말을... 이제 그만 좀 합시다 http://omn.kr/1c4zu

태그:#시민기자, #뉴스게릴라 , #송주연, #엄마의 이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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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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