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남자부 한국과 중국의 경기.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은 대한민국 김민재가 기뻐하고 있다.

15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남자부 한국과 중국의 경기.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은 대한민국 김민재가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방적인 게임 흐름 속 슛 기록 16개, 그 중에서 유효 슛은 4개, 그러나 골은 단 하나였다. 세트 피스까지 부실했다면 좀처럼 고개를 들기 어려운 결과였다. 이제는 뚝심이 느껴지는 빌드 업, 빠른 측면 활용 전술 등 분명히 과정은 칭찬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골 결정력에 대해서는 유구무언인 게임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15일 오후 7시 30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남자부 중국과의 두 번째 게임에서 센터백 김민재의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내며 1-0으로 이겨 일본과 우승 트로피를 다투게 됐다.

코너 킥 세트 피스 결승골

한 골 차 게임이라는 사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선수들은 중국 필드 플레이어들을 일방적으로 끌고다녔다. 홍콩과의 첫 게임 정도는 아니었지만 우리가 의도한 후방 빌드 업부터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원하는 만큼 공을 충분히 돌릴 수 있었다.

게임 시작 후 13분만에 센터백 김민재의 깔끔한 헤더 골이 터졌기에 이 게임은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황인범이 얻어내고 주세종이 오른발로 감아올린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골 이외에는 더 기쁜 소식이 터져나오지 않았다.

세트 피스 골을 폄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벤투호가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낸 축구 색깔이 비교적 높은 위치부터 빠르고 강하게 압박하여 공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라 세트 피스 골만으로 진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없는 셈이다. 빌드 업의 실질적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필드 골'이 하나라도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 사람들은 비단 팬들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후반전에 중국은 과감하게 라인을 올리며 한국 수비 라인을 아찔하게 몰아세웠다. 그 때문에 53분에 한국 센터백 김영권이 빌드 업을 시작하며 크게 당황했고 어정쩡하게 공을 몰고 전진하다가 앞으로 넘어졌다. 이 기회에서 중국 골잡이 동 쉐셩이 왼발 슛을 골문 안으로 날렸다면 동점골로 연결될 뻔했다.

고비를 넘어 더 높은 곳으로

유럽파 에이스들이 모두 빠진 형편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할 상황은 아니지만 이번에 뽑힌 선수들도 각자 자리에서 1인자 소리를 들을 만한 인물들이기에 이쯤으로 만족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주목받고 있는 미드필더 중 이영재도 단 두 번째 A매치만에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했다. 하지만 57분에 이정협이 오른쪽 측면에서 낮게 깔아준 컷 백 크로스를 윤일록이 절묘하게 흘려줘 마크맨도 없이 맞이한 추가골 기회에서 오른발 슛이 허무하게 떠서 날아가고 말았다. 그가 왼발을 더 잘 쓰는 선수이기 때문에 하필이면 오른발 앞으로 굴러온 공을 원망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78분에는 나상호가 왼쪽 끝줄 바로 앞에서 중국 수비수를 기막히게 따돌리며 공을 몰고들어간 마르세유 턴 기술을 발휘했다. 그 위치가 왼쪽 구석이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나상호의 컷 백 크로스를 받은 황인범의 오른발 인사이드 슛은 역시 마크맨이 없었지만 어이없게도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이처럼 우리 선수들은 필드 골 기회를 몇 차례 더 만들어냈지만 모두 골문을 외면하고 말았다. 이에 벤투 감독은 81분에 원 톱 이정협을 빼고 문선민을 들여보내 또 다른 공격 실험을 짧은 시간이나마 주문했다. 

하지만 문선민은 중국 수비수가 자신의 얼굴을 때린 것에 화가 나서 곧바로 보복성 거친 태클을 날리는 바람에 멋쩍은 옐로 카드만 받아들고 말았다. 그들이 진정 바라는 것이 겨우 동아시안컵이 아닐 테니까 쉽게 흥분하지 않고 진짜 고비를 넘어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 자신의 역할이 어떤 것이며 더 빠르고 정확하게 그 역할 이상의 퍼포먼스를 펼쳐야 끝내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오는 18일(수) 오후 7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나란히 2승을 거둔 일본과 이번 대회 우승 트로피를 놓고 마지막 게임을 치른다.

2019 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결과(15일 오후 7시 30분, 부산 아시아드)

한국 1-0 중국 [득점 : 김민재(13분,도움-주세종)]

O 한국 선수들
FW : 이정협(81분↔문선민)
MF : 윤일록(68분↔김인성), 이영재(75분↔손준호), 주세종, 황인범, 나상호
DF :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김태환
GK : 조현우

O 남자부 현재 순위
일본 6점 2승 7득점 1실점 +6
한국 6점 2승 3득점 0실점 +3
중국 0점 2패 1득점 3실점 -2
홍콩 0점 2패 0득점 7실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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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김민재 파울루 벤투 동아시안컵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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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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