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한국과 홍콩의 경기. 벤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9.12.11

11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한국과 홍콩의 경기. 벤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9.12.11 ⓒ 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E-1 챔피언십 3연패를 향한 첫 걸음을 승리로 장식했다.

축구대표팀은 11일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 축구연맹 E-1 챔피언십 1차전 홍콩과의 경기에서 황인범, 나상호의 골에 힘입어 2-0의 승리를 거뒀다.

이 승리로 대표팀은 전날 중국을 2-1로 물리친 일본을 제치고 1위에 올랐으며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대회에서 역대 첫 승을 거둔 경기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승리를 거뒀음에도 경기내용면에서는 여전히 낙제점에 가까웠다.

이번에도 상대 밀집수비 깨지 못한 공격력... 답답한 경기 계속 이어져

최근 3개월 사이 축구대표팀의 가장 큰 숙제는 상대의 밀집수비를 어떻게 공략하느냐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이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대표팀은 상대의 밀집 수비에 애를 먹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전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레바논 원정 경기까지 상대팀의 전략은 라인을 내리며 공간을 촘촘히 가져가는 밀집 수비였다. 대표팀은 손흥민, 황의조라는 공격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밀집 수비를 깨지못했다. 결국 지난 북한전과 레바논 원정경기에선 모두 무득점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 문제는 11일 열린 홍콩과의 E-1 챔피언십 첫 경기에서도 나타났다. 벤투 감독은 김민재, 권경원 센터백 조합에 황인범을 3선에 배치했으며 김보경과 문선민, 나상호를 2선에, 김승대를 전방에 배치했다. 후방에서부터 시작되는 빌드업에 2선에서는 스피드와 개인기를 바탕으로한 연계플레이를 통해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고자 하는 라인업을 선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측면에서 오버래핑을 시도한 박주호, 김태환의 크로스는 힘이 없고 부정확해 상대수비에게 걸리기만 했다. 여기에 중원에서 이어진 전진패스는 상대수비에게 길목이 차단되면서 공격이 이어지지 못했다. 간간히 파이널서드 부근까지 이어진 패스들은 이후 부분 전술과정에서 패스가 길거나 상대수비에게 공간이 막히면서 더 이상의 부분전술이 나오지 못했다. 또한 좌우 전환속도가 빠르지 못하면서 대표팀의 공격은 상대수비에게 어떠한 균열도 일으키지 못했다.

이 결과 전반전 볼 점유율 84대 16이라는 압도적인 점유율 우세를 가져갔지만 정작 볼은 측면으로만 돌거나 미드필드 부근에서 돌기만 했지 상대에게 전혀 위협이 될만한 장면은 나오지 못했다.
 
 11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한국과 홍콩의 경기. 한국 김승대가 골키퍼와 충돌하고 있다. 2019.12.11

11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한국과 홍콩의 경기. 한국 김승대가 골키퍼와 충돌하고 있다. 2019.12.11 ⓒ 연합뉴스

 
여기에 부상 악재까지 겹쳤다. 전반 35분 김승대가 볼을 탈취하려 돌진하던 중 홍콩 골키퍼와 부딪히며 부상을 입었다. 벤투호는 첫 경기부터 전력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후반전 들어 교체해서 들어온 이정협, 윤일록의 활약 속에 전반전보다 공격이 날카로워졌다. 문선민과 교체되어 들어온 윤일록은 왼쪽 측면에서 활약하며 상대 수비를 괴롭히며 전반전보다 측 면공격의 활로가 열리도록 해줬다. 이정협 역시 피지컬을 통해 상대 수비와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며 연계 플레이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나상호의 2번째골을 어시스트했다. 이정협은 선제골 과정에서 상대의 핸드볼 파울을 유도하기도 했다.

후반전은 전반전에 비해 나아졌지만 전체적으로 기대 이하인 것은 분명했다. 슈팅 면에선 황인범, 김민재의 슈팅을 제외한 나머지 슈팅은 번번히 수비에게 막히거나 유효슈팅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등 슈팅의 정확도나 예리함이 떨어졌다. 아울러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느린 전환 속도와 간간히 발생하는 패스미스로 인해 공격의 날카로움은 살아나지 못했다.

경기력 논란 황인범, 세트피스로 존재감 보여

최근 3개월 동안 벤투호의 또 다른 이슈는 황인범이었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A매치와 아시안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황인범은 벤투호의 황태자로 올라섰다. 그러나 지난 9월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황인범의 경기력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선발로 출전한 황인범은 90분간 아무런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지난 레바논 원정과의 경기에서도 황인범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레바논전에서 황인범은 장기인 폭넓은 활동량을 비롯해 전진패스, 볼 간수 능력 등을 바탕으로 공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야했다. 그러나 황인범이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해 대표팀의 경기력이 저하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여기에 상대의 강한 압박 속에 약점인 피지컬 문제가 두각되었던 황인범은 미흡한 판단력으로 상대에게 위험한 프리킥 기회를 내주는 등 수비에서도 약점을 보였다. 결국 그 대가는 전반 45분 만에 교체아웃이었다. 이대로 벤투 감독에 대한 황인범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듯 보였다.

그러나 E-1 챔피언십에서 황인범은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으며 엔트리에 합류해 홍콩과의 첫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했다. 황인범은 이전과 달리 4-2-3-1 포메이션에서 2 자리에 손준호와 함께 배치되 이전보다 아래 위치에서 활약했다. 상대의 압박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면서 공간도 넓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전반 20분 황인범이 첫 존재감을 보였다. 측면에서 오버래핑하는 박주호에게 정확한 패스를 내준 이후 침투를 시도한 황인범은 박주호의 패스를 받아 그대로 왼발 슈팅을 시도해 홍콩수비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아쉽게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지만 홍콩 수비에게 충분히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슈팅이었다.

이후 코너킥과 같은 세트피스에서 전담키커로 나선 황인범은 전반 45분 득점을 기록했다. 상대 수비의 핸드볼 파울로 얻어낸 프리킥 기회에서 황인범은 왼쪽 골대 구석을 노린 슈팅을 시도해 득점으로 연결시키면서 답답했던 경기에 활로를 여는 데 성공했다.

후반전에도 황인범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1-0으로 앞서던 후반 24분 오른쪽에서 얻은 코너킥을 황인범이 올렸고 이 코너킥을 김민재가 헤딩슛으로 연결했으나 아쉽게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서 득점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후반 37분 다시 한 번 얻은 코너킥 상황에서 득점이 나왔다.

이번에도 황인범의 발에서 두 번째 골이 이어졌다. 왼쪽에서 황인범이 올린 코너킥을 이정협이 헤딩으로 내줬고 이 볼을 나상호가 득점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이 외에도 황인범은 3선에 위치하면서 여러 차례 패스미스를 범하긴 했지만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이면서 이전보다는 경기력 면에서 향상된 모습을 보여줬다.

황인범의 활약에 벤투 감독의 칭찬도 이어졌다. <스포티비 뉴스>에 따르면 벤투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황인범에 대해 "전반적으로 좋은 활약이었고 돋보였다. 개성이 있다. 본인의 역할을 충실하게 했다. 항상 손해가 있어도 과감한 플레이를 한다. 특히 오늘은 수비 전환 시 역할도 영리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보여준 경기력 저하로 인해 마음 고생이 심했던 황인범에게 홍콩전은 그동안의 부진을 씻어낼 수 있는 기회였다. 과연 홍콩전의 활약이 황인범에게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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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 챔피언십 대한민국 파울루 벤투 황인범 이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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