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방송된 SBS 예능 <미운 우리새끼>의 한 장면

지난 8일 방송된 SBS 예능 <미운 우리새끼>의 한 장면 ⓒ SBS

 
성폭행 의혹에 휩싸인 연예인의 프로포즈 장면을 '최초로' 방송하는 게 그리 중요했을까?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프로그램의 '개국공신'을 챙기는 게 더 가치있다고 판단했을까? "사실무근"이라는 한마디에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더라도 무조건 믿을 만큼 '우리 새끼'에 대한 신뢰가 높았던 걸까. 시청자들은 이 시점에서 성폭행 의혹 대상자의 '세레나데'를 들어야 했을까?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는 지난 8일 김건모의 '러브 스토리'를 그대로 내보냈다. 방송에는 결혼을 앞둔 김건모와 장지연의 설렘 가득한 모습이 담겼다. 정성껏 프로포즈를 준비한 김건모는 피아노를 치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렀다. 장지연은 김건모의 청혼을 받아들였고, 두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포옹했다. 김건모는 지인들과 함께 연애담을 늘어 놓았고, 결혼 후의 계획도 밝혔다. 

평소라면 축복받았을 장면이었다. 시청자들도 아낌없이 축하와 응원을 건넸을 것이다. 문제는 김건모가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라는 데 있다. 물론 아직까지 '의혹'일 뿐이라 하더라도 무혐의 혹은 무죄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을 강행한 건 적절한 조치라 할 수 없다.

더구나 김건모는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사실무근'이란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관련 사건에 대한 진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작진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김건모의 러브 스토리와 프로포즈에 몰입하라고 강요한 셈이다. 

'우리 새끼' 김건모에 대한 <미우새>의 '편애'는 구혜선 사례를 보면 뚜렷하게 알 수 있다. 당시 스폐셜 MC로 출연했던 구혜선이 이혼 논란에 휩싸이자 <미우새> 제작진은 그의 분량을 일부분 들어냈다. 하지만 김건모 관련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미우새> 제작진에게는 좀더 합리적인 선택지가 존재했다. 김건모의 러브 스토리를 포기할 수 없었다면 성폭행 의혹에 대한 논란이 해소되기를 기다렸다가 방송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렇다면 시청자들도 좀더 마음 편히 방송에 몰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MBC every1 <비디오스타>는 장지연씨의 오빠인 배우 장희웅이 출연해 동생의 결혼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 10일 방송분을 통편집했다. 

잘못된 판단으로 시청자들의 비판에 직면한 <미우새>는 시청률에서도 타격을 입었다. 9일 방송분은 1부 13.8%, 2부 15.1%, 3부 14.8%(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주(1부 16.2%, 2부 17.8%, 3부 19.1%)에 비해 크게 하락한 수치다. 물론 같은 시간대로 편성을 KBS2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여파도 있겠지만, 분노한 시청자들의 외면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앞으로 <미우새> 행보 또한 중요하다. 여전히 '의혹'이므로 김건모의 분량을 계속 방송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의혹이 좀더 짙어졌으므로 방송에서 배제할까? 제작진은 향후 입장 표명뿐만 아니라 지난 주 방송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서도 대중들에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미운 우리 새끼 김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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