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9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NC 박민우(2루수), KT 로하스(외야수) 대리수상 김강 코치, 키움 샌즈(외야수) 대리수상 홍원기 코치, 두산 린드블럼 (투수), NC 양의지(포수), 두산 페르난데스(지명타자) 대리수상 배영수. 뒷줄 왼쪽부터 SK 박종훈 (사랑의골든글러브), 키움 김하성(유격수), 키움 박병호(1루수), 키움 이정후(외야수), SK 최정(3루수), LG 채은성(페어플레이).

9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9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NC 박민우(2루수), KT 로하스(외야수) 대리수상 김강 코치, 키움 샌즈(외야수) 대리수상 홍원기 코치, 두산 린드블럼 (투수), NC 양의지(포수), 두산 페르난데스(지명타자) 대리수상 배영수. 뒷줄 왼쪽부터 SK 박종훈 (사랑의골든글러브), 키움 김하성(유격수), 키움 박병호(1루수), 키움 이정후(외야수), SK 최정(3루수), LG 채은성(페어플레이). ⓒ 연합뉴스

 
2019년 한국 프로야구를 빛낸 각 포지션 최고의 선수들이 가려졌다.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 골든글러브는 대체로 큰 이변이나 논란거리 없이 '받을 만한 선수들이 받았다'는 평가다. 투수 부문에서는 두산 베어스를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이 지난해에 이어 2년연속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외국인 선수가 골든글러브를 2년 연속 수상한 사례는 1루수 부문의 에릭 테임즈(전 NC 다이노스·2015∼2016년)에 이어 린드블럼이 역대 두 번째다. 올시즌을 끝으로 두산을 떠나 메이저리그 복귀가 유력한 린드블럼은 마지막 시즌에 팀의 통합우승과 개인 최다승(20승), 승률(0.870), 탈삼진(189개) 3관왕을 차지한데 이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와 골든글러브까지 휩쓸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팀동료 호세 페르난데스도 지명타자 부문에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1루수 부문에서는 홈런왕(33개) 박병호가 개인 통산 5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유격수 김하성(유격수)과 이정후(외야수)도 2년 연속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김하성은 무려 325표를 얻으며 양의지를 제치고 골든글러브 최다득표의 주인공이 됐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 첫 수상 당시에는 '자격 논란'이 있었지만 올해는 당당히 실력으로 골든글러브의 자격을 증명하며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외야수 부문에서 최다인 315표를 획득했다.

타점왕 제리 샌즈(키움) 역시 외야수 부문에서 골든글러브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키움은 박병호, 샌즈, 이정후, 김하성까지 최다인 4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LG·기아·삼성·한화·롯데, 한 명의 수상자도 배출 못 해

kt의 멜 로하스 주니어는 재도전 끝에 외야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뛰어난 성적에도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7위에 그치며 '외국인 핸디캡 ' 혹은 '약팀 차별' 논란의 중심에 섰던 로하스는 올시즌 마침내 골든글러브에 입성하며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만회했다. kt 구단으로서도 사실상 최초의 골든글러브 수상자 배출이다. 2015년 유한준이 있지만 그해 히어로즈에서 활약하다가 연말에 FA로 kt에 이적한뒤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사례라서 진정한 최초는 아니다.

이로서 올해 골든글러브는 린드블럼, 페르난데스, 로하스, 샌즈까지 역대 최다인 4명의 외국인 수상자를 배출하게 됐다. 종전 기록은 2015년의 3명이다. 올시즌 수상자들 모두 경쟁자들에 비하여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며 수상 자격이 당연시되던 선수들이었고 실제로 투표 격차도 컸다. 그동안 골든글러브마다 공공연하게 거론되던 외국인 선수에 대한 차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어 팬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또한 외국인 선수들의 뛰어난 활약은 프로야구계의 뜨거운 감자이기도 한 '외국인 엔트리와 출전수 확대'라는 명분에 좀 더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포수 부문에서는 예상대로 '타격왕' 양의지(NC)가 여유있게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총 316표, 91.1%로 예상보다는 득표율이 저조했던게 반전이라면 반전이었다. 2루수 부문에서는 역시 NC 박민우가 압도적인 격차로 생애 첫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3루수 부문에서는 SK 최정이 개인 통산 6번째로 3루수 부문을 석권하며 이날 수상자 중 최다 골든글러브 기록의 보유자가 됐다. 이밖에 SK 박종훈은 사랑의 골든글러브상을, LG 채은성은 페어플레이상을 수상했다.

올해 골든글러브의 특징은 구단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다. LG·기아·삼성·한화·롯데 5개구단에서는 단 한명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골든글러브 후보는 역대 최다인 102명이었만 정작 누구나 수상자를 다 예측할 수 있을만큼 유력한 후보들과 다른 후보들의 격차가 컸다. 그나마 LG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만큼 팀 성적이 좋았고, 기아는 양현종이 후반기 린드블럼의 대항마로 등장하며 체면을 세웠지만 삼성-한화-롯데는 개인 성적이나 팀성적 모두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흉년으로 남게 됐다.

올해는 특별한 논란의 여지가 없었던 수상자에 비하여 아쉬운 부분은 주로 시상식 운영에서 나왔다. 역대 최다인 4명의 외국인 수상자들이 나왔는데 시상식에 참석한 것은 린드블럼 한 명뿐이다. MVP 시상식 때는 자리를 비웠던 린드블럼은 어쩌면 자신의 한국무대 마지막 인사가 될 수 있었던 골든글러브에는 다행히 참여하며 국내 팬들 앞에서 의미있는 피날레를 장식했다. 하지만 다른 외국인 선수들은 모두 자리를 비워 소속팀 동료와 관계자들이 모두 대리수상을 해야했다.

수상자의 소감이 졸지에 통편집되는 해프닝도

국내 선수들의 참여도도 아쉬웠다. 올해는 수상자를 대부분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수상자 본인들을 제외하면 선수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유력 후보가 특정 구단들에 몰려있었던 것도 선수들의 전체적인 참여도를 떨어뜨린 원인으로 거론된다. 골든글러브 역대 최다 후보를 배출한 의미가 퇴색되는 순간이었다.

시즌이 끝나고 휴식기를 보내는 상황에서 어차피 수상 가능성도 없는데, 굳이 시상식에 나가서 '들러리' 취급을 받고 싶지 않은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골든글러브는 수상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야구인들 전체를 위한 축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영화제나 방송사 시상식의 경우 수상자만 참석하지는 않는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동료들의 영광을 축하해주고 함께 기뻐하는 것도 시상식의 품격을 높이는 데 한 몫 한다. 

또 방송시간 관계로 수상자의 소감이 방송되지 못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날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생중계는 MBC가 맡았다. 그런데 이날의 피날레인 포수 부문을 수상한 양의지가 수상 소감을 말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던 상황에서 중계가 막을 내렸다. 양의지의 수상 소감은 끝내 전파를 타지 못했다. 사랑의 골든글러브를 받은 박종훈의 시상도 생방송 전에 진행되며 중계되지 못했다. 팬들은 '이럴 거면 왜 스포츠 시상식을 왜 편성했느냐'며 방송사를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정규방송 관계로 중계를 마치겠습니다"는 스포츠 채널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 공중파에서 야구 중계를 할 때마다 야구팬들의 속을 뒤집어놓던 캐스터의 단골 멘트였다. 애초에 미숙한 진행과 시상자들의 불필요한 만담으로 시상식이 다소 늘어진 것도 있지만,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수상자의 소감을 앞두고 방송을 끊은 것은 도가 지나쳤다. 영화제로 따지면 남우주연상이나 여우주연상 수상자를 호명만 내놓고 시상식을 끝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럴 거면 결과만 뉴스로 보면 되지 생중계를 할 이유가 없다.

시상식은 단순히 상만 주고받는 자리가 아니다.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과정과 내용을 통하여 그 품격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골든글러브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선수들, 팬들, 미디어 모두 시상식과 각 구성원들에 대한 존중이 더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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