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모비스와 안양 KGC 인삼공사의 프로농구 3라운드 경기가 열린 안양실내체육관, 이날 경기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모비스의 새로운 외국인 선수 에메카 오카포였다. 2004년 NBA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지명된 오카포는 첫 해 신인왕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NBA에서 총 11시즌을 뛰면서 평균 12점 9.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명실상부한 KBL 역대 외국인 선수 중 최고의 경력을 자랑하는 스타였다.

모비스는 지난 11월 22일 자코리 윌리엄스의 대체 선수로 오카포의 영입을 발표했다. 농구팬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아직 KBL에서 데뷔전도 치르지 않은 오카포가 올스타 팬 투표에서 벌써 2천 표 가까이 획득하며 상위권에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오카포의 화려한 경력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NBA 커리어는 화려하지만,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 잦은 부상경력, 소속팀없이 공백기로 인하여 실전감각의 저하 같은 불안요소도 뚜렷했다. 소속팀 유재학 모비스 감독도 오카포가 어느 정도 활약해줄 수 있을지 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KGC전은 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뛰는 오카포의 한국무대 데뷔전이었다. 평가는 일단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반은 실망에 가까웠다. 1쿼터 종료 3분여를 남기고 리온 윌리엄스와 교체되어 처음 코트에 투입된 오카포는 다소 긴장했는지 몸놀림이 무거워 보였다 최근 물오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KGC의 주득점원 브랜드 브라운과 초반 매치업이 되었는데 페이스업 상황에서 브라운드의 스텝을 따라가지 못하고 연이은 실점을 허용했다. 공격에서도 쉬운 슛을 놓치는 등 전반에는 자유투로 2득점에 그치며 다소 헤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모비스의 문제는 오카포가 아니었다. 오랜 휴식기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는지 모비스는 전반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올 시즌 전반 최소인 21득점에 그치며 KGC에 더블 스코어(21-42)로 리드를 허용하는 굴욕을 당했다.

그래도 후반 들어 경기력이 조금씩 살아났다. 오카포도 적극적인 공격 리바운드 가담으로 팀의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3쿼터 오카포의 경기 첫 필드골도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덩크슛으로 나왔다. 4쿼터에는 KGC 맥컬러의 슛을 완벽한 타이밍에 블록하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오카포가 후반 수비에서 맥컬러를 잘 틀어막으며 기세를 탄 모비스는 경기 막판 맹추격전으로 KGC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비록 공격이 마지막까지 풀리지 않아 끝내 역전에는 실패했지만 20점 넘게 벌어졌던 점수 차를 막판 시소게임으로 몰고 간 끝에 60-65로 석패한 것은 다음 경기에 대한 희망을 살릴 수 있었던 결과였다.

오카포의 데뷔전 최종성적은 11점-12리바운드로 소리소문없이 '더블-더블'에 성공했다. 가로채기와 블록슛, 어시스트도 2개씩 기록했다. 팀은 비록 패했지만 리온 윌리엄스(15점 9리바운드)와 출전시간을 양분하며 고작 17분 29초밖에 뛰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좋은 성적이었다.

데뷔전에서 오카포가 보여준 장단점은 분명했다. 수비와 리바운드에서는 확실히 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경기 후반 추격의 분위기를 살린 공격 리바운드에서의 탁월한 위치선정, 상대 포스트업을 버텨낼 수 있는 파워와 블록슛 타이밍 등은 NBA 출신다운 농구센스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NBA 출신이라는 자존심을 내세워 무리하지 않고 동료들을 활용할 줄 아는 이타적인 움직임도 돋보였다.

하지만 득점력은 역시 아쉬웠다. NBA에서도 그랬지만 일 대 일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모비스가 개인보다 팀플레이를 추구하는 팀인 만큼 큰 문제는 아닐 수 있지만, 클러치타임이나 위기 상황에서 공격의 활로를 열어줄 '해결사'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파트너인 리온 윌리엄스도 공격보다 수비형 선수에 가깝다는 것을 감안할 때 KGC전처럼 국내 선수들이 득점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못한다면 모비스로서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오카포는 나이와 체력부담 때문인지 공격과 수비 모두 빠른 템포로 전개되는 흐름에서는 팀원들에게 뒤처지는 모습도 뚜렷했다. 스몰라인업과 속공 위주의 팀을 만났을 때 오카포의 활용도가 제한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애초에 오랜 공백기로 실전감각도 부족한 노장급 선수에게 그 이상을 기대했다면 그것도 무리일 것이다.

오카포의 데뷔전 점수는 80점 정도였다. 첫 경기였고 KBL 무대에 적응해갈수록 좀 더 향상될 여지는 남아있다. 오카포의 KBL 두 번째 경기는 8일 부산 KT전이다. 2연패에 빠져있는 모비스로서는 오카포의 빠른 리그 적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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