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최강희 감독의 중국 슈퍼리그(CSL) 첫 시즌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그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상하이 선화는 6일 오후(한국 시각) 중국 상하이 홍커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중국 FA컵 결승 2차전에서 김신욱의 결승골에 힘입어 산둥 루넝을 3-0으로 물리쳤다.

1차전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했던 상하이 선화는 2차전에서 3-0의 승리를 거둬 합산스코어 3-1을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상하이 선화는 올 시즌 CSL에선 부진을 거듭한 끝에 13위에 그쳤지만 FA컵 우승을 통해 내년시즌 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획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올 시즌 중국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최강희 감독은 올해에만 중국에서 무려 3팀의 감독으로 부임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마지막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중국에서의 첫 시즌을 의미 있게 마무리 지었다.

2번이나 팀을 옮긴 최강희 감독.. 순탄치 않았던 중국무대의 시작
 
 최강희 감독의 모습.

최강희 감독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시즌을 끝으로 13년 동안 몸담았던 전북 현대를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선 최강희 감독. 그 첫 시작은 톈진 취안젠(현 톈진 텐하이) 감독 부임이었다. 톈진과 3년 계약을 맺으며 중국무대에 진출한 최강희 감독은 시즌 시작 전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에 휘말리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모 기업인 취안젠 그룹이 허위광고 논란이라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며 구단의 소유권이 톈진 체육국으로 넘어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최강희 감독의 거취도 안갯속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즌 개막에 맞춰 UAE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던 최강희 감독은 일방적으로 계약이 파기되다시피 하면서 단 한 차례의 공식경기도 치르지 못 한 채 감독직에서 물러나고 말었다.

우여곡절끝에 곧바로 다롄 이팡의 감독으로 부임한 최강희 감독은 여기서도 일이 꼬였다. 이번에는 외국인 선수와의 불화가 문제였다. 중국선수들과는 유대감을 형성했던 최강희 감독은 마렉 함식, 야닉 카라스코 등과 같은 외국인 선수들과 불편한 관계가 형성되면서 최강희 감독의 다롄에서의 생활 역시 순탄치 못했다.

마렉 함식이 지난 3월 인터뷰에서 "중국 축구는 전술이 없다"라고 발언하면서 시작된 불화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벨기에 국가대표팀에 차출되었던 카라스코가 소속팀에 지연 복귀하는 것에 이어 경기출전거부 그리고 불성실한 훈련태도까지 보였던 것. 최강희 감독이 이례적으로 '프로답지 못했다'라고 비판할 정도로 분위기는 심각해져 갔다. 결국 카라스코의 사과와 벌금징계로 사태는 일단락되는가 싶었지만 최강희 감독은 사실상 이로 인해 다롄에서의 감독 생활이 마무리되었다.

팀 성적은 중위권에 맴도는 상황에서 전력에 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들은 태업성 플레이로 일관하니 최강희 감독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 쉽지 않았다. 최강희 감독은 결국 부임 4개월만에 다롄 감독직에서 물러나면서 한 시즌에 두 번이나 팀을 떠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3번째 팀 상하이 선화에서 우승컵 들어 올려.. 김신욱 영입이 신의 한 수

중국무대에서의 생활이 끝나가는가 싶던 찰나 상하이 선화가 최강희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난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키케 플로레스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경질되면서 그 후임으로 최강희 감독을 낙점한 것이다.

최강희 감독은 상하이 선화에 부임한 이후 곧바로 영입한 선수는 김신욱이었다. 국가대표팀과 전북에서 김신욱 선수와 여러 번 호흡을 맞춰온 최강희 감독은 자신의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 혼신이 노력을 기울였다.

김신욱의 영입은 비단 전술적인 면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다롄 감독으로 활약하던 당시 용병 선수들과의 불화로 힘겨운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는 최강희 감독. 그는 김신욱 선수를 영입함으로써 불화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중도 반영된 영입이었다.

두 사람의 시너지 효과는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이적전까지 K리그에서 9골을 기록하며 득점랭킹 선두를 달리고 있던 김신욱은 중국무대로 이적하자마자 압도적인 피지컬과 제공권을 바탕으로 맹폭을 가했다. 데뷔전이었던 허베이와의 경기에서 첫 골을 터뜨린 김신욱은 초반 7경기에서 8골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김신욱의 활약에 의해 상하이 선화는 강등권에서 탈출했다. 이러한 활약 덕에 김신욱 역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 선발되었다.

그리고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산둥 루넝과의 FA컵 결승 2차전에서 선발로 출전한 김신욱은 전반 4분 헤딩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고, 경기내내 동료들과의 연계에 집중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후반 14분 마침내 김신욱의 발에서 선제골이 터졌다.

스테판 엘 샤라위가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가 상대 수비맞고 흘러나온볼을 김신욱이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김신욱의 발을 떠난 볼은 그대로 산둥 루넝의 왼쪽 골문을 가르면서 상하이 선화의 선제골이 터졌다.

김신욱의 골로 득점의 활로가 열린 상하이 선화는 경기종료 10분을 남기고 엘 샤라위와 은둠부가 연속골을 터뜨리며 3-0으로 점수를 벌리며 승리를 가져갔다. 상하이 선화가 3-0으로 승리하면서 김신욱의 선제골은 이 경기의 결승골이 되었다.

산둥 루넝과의 경기전까지 김신욱은 시즌 후반부에 접어들면서는 부상 등으로 인해 몸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으면서 이적초반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초반 7경기에선 8골을 기록할 정도로 놀라운 골 감각을 과시했지만 이후에는 산둥 루넝과의 경기 전까지 단 1골에 그치는 부진속에 상승세를 타던 소속팀도 부침을 겪으며 리그 13위로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김신욱은 한 해 농사가 결정되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천금 같은 결승골을 터뜨리며 소속팀에 우승컵을 선물했다. 아울러 시즌중반 이적해 적응에 대한 우려가 있었음에도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김신욱은 다음시즌에 대한 기대도 함께 만들어줬다.

한편 상하이 선화가 다음시즌 ACL 무대에 진출하게 됨에 따라 최강희 감독이 친정팀인 전북 현대와의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게 되었다. 2020 ACL 조 추첨은 12월 10일에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이 조 추첨 결과에 따라 최강희 감독이 적장으로 전주 월드컵 경기장을 찾게 되는 일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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