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대회가 개막하기 전까지는 큰 기대를 걸지 못했다. 하필이면 조 편성 결과가 참담했기 때문이다. 지난 대회 우승팀 프랑스를 첫 게임에서 만나야 하고 2013년에 이 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던 브라질이라는 벽과 부딪쳐야 했다. 그리고 조별리그 마지막 게임에서는 현재 세계 랭킹 1위 독일을 만났다. 그런데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조 1위로 메인 라운드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3승 2무라는 무패의 기록도 놀라울 뿐이다.

강재원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핸드볼대표팀이 6일 오후 7시 일본 구마모토현 야마가 시립체육관에서 벌어진 2019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B조 독일과의 게임에서 핸드볼 팬들에게 오랜만에 손에 땀을 쥐는 빅 게임을 선물하며 27-27로 비겼다.

6골 차로 끌려가던 한국, 후반전 놀랍다

이번 대회에서 어느 팀보다 많은 활동량을 자랑했던 우리 선수들은 이 게임 초반부터 민첩하게 움직이지 못했다. 그만큼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일정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세계 랭킹 1위 독일의 초반 속공을 막아내지 못했고 6-12까지 끌려다닐 정도였다. 여기서 우리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고 강팀 독일에게 주눅 들기만 했다면 더 많은 점수를 내주며 완패했을 것이다. 

벤치를 지키고 있는 강재원 감독은 비교적 이른 시간에 작전 시간을 요청하여 선수들을 독려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것을 강조했고 에이스 류은희에게 집중되는 수비를 분산시키기 위해 이미경에게 더 많은 공간 침투를 주문했다. 

그 덕분에 우리 선수들은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6점 차이를 따라잡는 놀라운 뒷심을 발휘했다. 26분 19초에 터진 이미경의 아름다운 동점 골은 이번 대회에 임하는 우리 선수들의 강한 의지를 담아낸 것으로 보였다.
 
 이미경 선수가 볼을 던지고 있는 모습.

이미경 선수가 볼을 던지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전반 종료 직전에 1골을 내주는 바람에 14-15로 후반전을 시작한 우리 선수들은 믿기 힘든 뒤집기 드라마를 차근차근 만들기 시작했다. 33분 28초에 터진 에이스 류은희의 역전 골(17-16)이 그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다 잡은 승리 놓쳐 '2무' 성적 안고 메인 라운드로

후반전에 반전 기세를 휘어잡은 우리 선수들은 '류은희-이미경' 콤비의 놀라운 활약 덕분에 3골 차까지 달아나는 놀라운 흐름을 만들었다. 

43분 7초에 라이트백 류은희가 이중 점프 속임 동작으로 독일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유연하게 꽂아 넣은 오른쪽 대각선 골(22-19)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 흐름은 게임 종료 10분도 남기지 않은 시간대까지 이어졌다. 

순발력이 뛰어나고 상대 팀 수비수들의 움직임을 읽는 능력이 뛰어난 이미경이 51분 40초에 독일의 에이스 스톨레를 2분간 퇴장시켰고, 이어서 52분 15초에 오른쪽 날개 김선화가 상대 골키퍼 머리 위로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켜 3골 차 리드를 이어나갔다. 

심지어 우리 선수들은 점수 차이를 하나 더 늘려놓기도 했다. 53분 21초에 류은희가 역시 오른쪽 대각선 지점에서 절묘하게 틀어던지는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이 순간 점수판은 27-23이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종료 부저가 울릴 때까지 7분 가까이 단 1골도 성공시키지 못하고 끝내 독일에게 추격을 내준 것이다. 

예선 리그 성적을 그대로 안고 올라가는 대회 규정상 이 게임은 반드시 이겨야 했고 충분히 이길 수 있었는데 아쉬움만 남았다. 58분 49초 독일의 바이겔에게 오른쪽 대각선 슛을 내준 것이 파이널 스코어 27-27로 찍혔다.

이로써 한국 여자핸드볼대표팀(2점 2무 53득점 53실점)은 '독일, 덴마크'와의 예선 성적을 안고 메인 라운드에 올라가 A조에서 올라온 네덜란드(4점 2승 66득점 51실점), 노르웨이(2점 1승 1패 56득점 55실점), 세르비아(0점 2패 48득점 64실점)와 1게임씩 치르게 됐다.

우리 선수들은 메인 라운드 첫 게임으로 세르비아(8일, 구마모토 아쿠아 돔)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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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이미경 류은희 강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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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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