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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첫 구조신호를 가까운 진도가 아니라 제주VTS에 보낸 점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그 교신이 녹음이 안 되는 채널을 이용했다는 사실로 의혹을 샀는데요. 더 이상한 점은 공판 과정에서 교신 당사자인 1등 항해사와 관제사의 진술이 엇갈리는 점 등 제주VTS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4.16 시민연구소는 관련 의혹을 몇 차례에 걸쳐 파헤칩니다. [기자말]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9분경 급격하게 오른쪽으로 회전하고 왼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선원이 아니라 단원고 학생이 8시 52분경 119로 신고를 한 것이 최초의 신고이고, 이어 세월호 조타실에 있었던 1등 항해사 강아무개씨가 8시 55분경 VHF(Very High Frequency, 초단파무선통신)라는 통신장비를 이용하여 제주VTS에 신고했습니다.

VTS센터(Vessel Traffic Service Center, 해상교통관제센터, 이하 VTS로 줄임)는 선박들이 안전하게 통항할 수 있도록 해상교통상황을 파악하고 선박들에 정보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선원이 VTS에 사고 사실을 알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시 세월호가 있었던 위치는 제주VTS(채널 12)가 아니라 진도VTS(채널 67) 관할 구역이었습니다. 세월호와 진도VTS 사이의 거리가 24km 정도인 반면, 제주VTS까지의 거리는 90km에 달해 일반적인 VHF의 교신가능 범위를 벗어나 있었는데 운 좋게 교신이 성공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렇듯 가까이 있는 관할 VTS를 두고 관할도 아닌 멀리 있는 VTS에 신고한 이유가 뭘까 하는 것이 첫 번째로 제기되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했습니다. 12번 채널로 세월호의 신고를 받은 제주VTS의 김아무개 관제사는 세월호에 교신 채널을 21번으로 변경할 것을 요청하였고, 이후 21번 채널에서 진행했던 교신이 녹음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어렵게 교신이 성사되었는데 채널을 변경하자고 한 이유는 무엇이며, 또 변경된 채널에서한 교신이 녹음 안 된 이유는 무엇인가가 다음으로 제기되는 의문이었습니다.

1등 항해사는 왜 제주VTS에 신고를 했나

세월호가 기울고 나서 조타실에 들어온 1등 항해사 강씨는 조타실 앞쪽 VHF를 이용하여 제주VTS에 신고한 경위에 대해 아래와 같이 답하였습니다.
 
- 피의자가 선장인 이준석의 지시가 없는데도 제주VTS와 교신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침실에서 잠을 자다가 세월호가 기우는 것에 잠을 깨고 브릿지 데크로 가서 상황을 보니 딱 느낌이 오는데 '배 넘어갔구나. 일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생각이 들었는데 브릿지 데크를 둘러보아도 아무도 구호요청을 하지 않고, 상황은 급박한데 이준석 선장은 어떠한 지시도 내리지 않아 이준석 선장의 지시 없이 제주VTS와 교신을 한 것입니다."

- 그런데 피의자가 12번 채널로 제주VTS와 교신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는 잠에서 깨다 나왔기 때문에 세월호의 위치가 정확히 어디인지 몰랐고, 제주로 향하고 있으니까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하여 제가 채널을 12번으로 변경하여 제주VTS와 교신을 한 것입니다."

: 강아무개  1등 항해사 검찰 신문조서 (2014. 4. 29)
 
아무도 구호요청을 하지 않길래 선장의 지시 없이 자신의 판단으로 신고했다는 것이고, 자다가 나와서 위치를 정확히 몰랐다는 이야기입니다. 선박에 사고가 생겨 신고하려는 데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지 못할 경우, 당직을 서고 있던 선원에게 물어보면 바로 해결될 문제입니다.

그런데 왜 강씨는 막연히 자신의 추측으로 신고를 했을까요? 더군다나 1등 항해사는 오전 3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조타실에서 당직을 섰던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그로부터 1시간 정도 지난 시점에 선박의 위치를 알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세월호 조타실 전경. 노란 동그라미 안의 장비가 VHF
 세월호 조타실 전경. 노란 동그라미 안의 장비가 VHF
ⓒ 청해진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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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는 다음과 같은 진술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 사고가 나는 경우 채널 16번을 사용하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제주VTS, 진도VTS 뿐만 아니라 당시 교신 가능한 어떤 곳도 연결이 되어 모두 사고 사실을 파악하고 합당한 조치를 할 수 있었을 텐데요?
"당시 제가 자다 일어나 정신이 없어서 그곳이 어디였는지도 몰랐고, 일단 저희가 제주로 가는 중이었으니까 제주로 연결했을 뿐입니다. 16번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 사고가 발생하여 이를 알리기 위해 교신을 한다면 채널 16번을 사용하여 사고 상황을 알리는 것이 항해사로서의 기본적인 대응 아닌가요?
"16번은 모든 배들이 켜 놓고 다니는 것이 상식인데요. 그때는 다급한 나머지 16번이 생각나지 않고 제주가 생각나서 12번으로 한 것입니다."

: 강아무개 1등 항해사 검찰 진술조서 (2014. 6. 26)
 
VHF에서 16번 채널(156.8MHz)은 조난, 비상, 긴급상황에 사용하는 비상주파수입니다. 따라서 검사가 이야기했듯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16번 채널을 이용하여 사고상황을 알리는 것은 "항해사로서의 기본적인 대응"입니다. 강씨 본인도 "16번은 모든 배들이 켜 놓고 다니는 것이 상식"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다급한 나머지 16번이 생각나지 않고 12번이 생각이 났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비상상황'에 '비상주파수'가 생각나지 않았다는 것인데 납득이 되시나요?

그런데 대한민국 검찰은 '납득'을 했던 모양입니다. 검찰은 더는 이 문제에 대해 추가적인 추궁이나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5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세월호가 왜 제주VTS에 신고를 했는지, 세월호 조타실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으며 선원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이러한 검찰의 부실수사는 제주VTS에 대한 부분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됩니다.
 
 세월호 조타실 앞쪽에 설치된 VHF
 세월호 조타실 앞쪽에 설치된 VHF
ⓒ 청해진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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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보수 업체도 모르는 채널 21번

강씨의 신고를 받은 제주VTS 관제사 김아무개씨는 신고를 받은 뒤 세월호에 교신 채널을 12번에서 21번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 세월호와 채널 12번으로 교신을 하다 채널 21로 변경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사용하는 채널 12번은 제주항을 입출항하는 선박들이 많이 사용하는 채널로서 채널 12번을 사용할 경우 다른 선박에 의한 혼선이나 통신간섭이 있을 것이 염려되어 채널 21번으로 변경하도록 하여 구체적인 사고 상황을 묻게 된 것입니다."

: 김아무개 관제사 검찰 진술조서 (2014.6.24)
 
하지만 당시 채널 12번에서 교신했던 음성파일을 직접 들어보면 잡음이나 통신간섭으로 교신이 힘든 상황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강씨도 이를 인정합니다.
 
- 당시 채널 12번으로 교신하면서 다른 배들의 교신이 있거나 잡음이 들어가 교신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이었는가요?
"아니요,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그냥 그쪽에서 채널 21로 바꾸라고 해서 바꾼 것이지 교신이 안 되어 바꾼 것은 아닙니다."

: 강아무개 1등 항해사 검찰 진술조서 (2014. 6. 26)
  
또한 관제사 김씨의 상사인 제주VTS 김아무개 팀장은 이러한 채널변경에 대해 김 관제사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김 팀장은 1990년부터 제주VTS에서 근무한 관제사였는데 검찰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습니다.
 
- 진술인은 21번 채널을 사용하여 교신해 본 경험이 있는가요.
"아닙니다. 저는 한 번도 안 써본 채널입니다."

- 12번 채널로 교신한 내용을 들어보면 아주 깨끗한 감도로 교신이 이루어지는 사실이 확인되는데요. 관제사가 어떤 판단을 하기에 21번으로 채널을 변경하여 교신을 하는가요?
"제가 당시 채널을 21번으로 변경하는 것을 알았다면 제지했을 것입니다."

- 김아무개 관제사가 채널 21번을 사용해 교신하려고 하는 것을 들었더라면 제지하였을 것이라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침몰 중인 선박과의 교신을 채널 16번을 이용해 중계해야 합니다. 그래야 주변에 있는 선박도 바로 구조를 위해 사고 현장으로 올 수가 있고 해경, VTS 등등 사고 직후 조치를 할 수 있는 곳에서 빨리 사고를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원래는 사고 선박에서 조난 통신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12번으로 들어왔으면 저희가 16번으로 바꾸어 교신했어야 맞습니다. 지금 와서는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 김아무개 팀장 검찰 진술조서 (2014.6.30)
 
김 팀장은 21번 채널을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고, 21번 채널로 변경하려는 것을 자신이 알았다면 제지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한편 제주VTS의 관제시스템을 유지보수하는 업체의 직원은 21번이라는 채널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세월호 사건 때 처음 알게 되었다고 진술하기도 합니다.
  
"저는 사실 채널 21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세월호 사건 터지고 그 채널을 처음 알았어요. 그 채널은 통상 사용하는 채널이 아니거든요.

: 김아무개 (제주VTS 유지보수업체 직원) 검찰 참고인 진술조서 (2014.06.25)
  
정리하면 채널 21번은 제주VTS 팀장도 그 이전 24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채널이었고, 자신이 미리 알았다면 변경을 못 하도록 제지했을 채널이었으며, 심지어 유지보수 업체는 그 존재도 알지 못했던 채널이었습니다. 그런데 관제사 김씨는 이러한 채널로 변경을 하자고 제안하였고, 그 채널에서의 대화는 녹음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렇듯 제주VTS 팀장도, 유지보수 업체도 납득하지 못하는 채널변경에 대해 우리의 검찰은 납득해버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수사를 더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신고를 받은 제주VTS가 채널을 변경한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검찰의 부실수사

제주VTS 채널변경과 관련한 검찰의 내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주VTS가 장비 고장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녹음이 되지 않은 채널로 변경해 교신한 것은 사실이나, 장비 점검 및 관리는 외주 업체에 일임하였고, 실제 위 업체가 장비 점검 시 21번 채널이 녹음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어 이 부분에 관해 제주VTS 관계자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움."

: 검토 결과 - 검찰, 내사사건기록 (2014내사36호)
   
장비가 고장이 난 것이고 제주VTS는 이를 사전에 몰랐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제주VTS가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결론도 그렇게 신뢰성이 높은 결론은 아닙니다. 이는 단지 검찰이 관련자들의 진술을 너그럽게 수용해 준 것일 뿐 아직까지 확정된 사실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검찰은 애초에 팀장도 24년 동안 사용한 적 없고 유지보수 업체가 존재도 알지 못하는 채널로 변경한 이유를 명백하게 밝히고 그러한 토대에서 녹음이 안 된 이유 등으로 나아갔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채널변경 경위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뒤의 문제들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였습니다.

제주VTS와 관련된 의혹은 미심쩍은 채널변경이 전부가 아닙니다. 제주VTS는 이후 녹음이 되지도 않았던 교신에 대해 자신들 마음대로 녹취록을 작성하여 다른 기관에 제출하였고 심지어 허위 증인을 한 명 만들어 검찰에 진술을 시키는 기상천외한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검찰은 그 모든 것들을 다 용서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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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지금까지 세월호의 진실을 찾고자 꾸준히 공부해 온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대학원생, 프로그래머, 주부, 교사, 물리학자, 변호사, 선체감독, 프리랜서, 로스쿨생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hello@416citize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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