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조형물

전주국제영화제 조형물 ⓒ 전주영화제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이하 CGK)이 최근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집단 사임과 관련해 27일 성명을 발표하고 전주영화제 내부 추천을 무시한 이사회에 엄중하게 항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CGK는 성명에서 "전주시의 의뢰로 영화제 집행부가 추천한 인사를 이사회가 불명확한 이유로 배척한 것은 그간 여러 공식적인 자리에서 영화제를 지원만 할 뿐 간섭하지 않는다고 천명한 김승수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의 원칙을 부정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또 "영화인들을 배제하고 전주 지역 유지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과거를 평가해 미래를 설계하는 안목을 저버리고 지난 7년간 영화제를 큰 도약에 이르게 한 김영진, 이상용, 장병원 프로그래머의 능력과 헌신을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예전의 내분 등에서 역할을 했던 이사회 구성원들 일부를 현재도 그대로 온존 시키면서 다시 유사한 위기를 초래하게 만든 전주시의 예술 행정은 영화제 불간섭원칙을 또 한 번 부정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CGK는 "문화는 자율성과 독립성이라는 대전제 아래 진흥한다"며, "국제영화제의 틀에 맞는 거시적인 전망과 안목을 상실한 채 지역사회의 잣대로 거듭 영화제 핵심 인력의 누수를 조장하며 위기를 스스로 초래한 전주국제영화제의 현 상황에 대해 다시 한번 엄중하게 항의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CGK의 성명은 영화단체가 전주영화제 이사회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 선임권을 갖고 있는 이사회는 지역 독립영화관계자와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집행위원장이 참여하고 있으나 핵심 인사들은 지역 정치인과 언론인, 학계 인사 등 지역 토호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전주영화제가 시작할 때부터 운영위원으로 있으면서 현재까지 이사를 맡고 있거나, 꽤 오랜 시간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사 서너 명이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전주영화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 집행위원장 문제로 일어난 프로그래머 집단 사퇴에 대해 한 이사는 "김영진 프로그래머가 지금까지 훌륭하게 잘 해왔으나 집행위원장 역할과 프로그래머는 다르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왜 자격이 안 되는지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못했다.
 
영화계에는 부적합한 인사가 아닌데도 이를 거부한 이사회의 판단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CGK의 성명은 영화인들의 이런 분위기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성명에서 밝힌 대로 "이사회의 판단은 그간 프로그래머들이 이뤄온 능력과 헌신을 부정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 구성이 부산영화제처럼 지역 토호들이 아닌 영화인들이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영화계 인사들의 생각이라는 점에서 CGK의 성명은 이런 영화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이다. CGK는 지난 부산영화제 사태 당시에도 감독조합, 영화노조 등과 함께 보이콧을 유지하며, 부산영화제 정상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회 전주영화제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

20회 전주영화제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 ⓒ 전주영화제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한 전주국제영화제 이사회의 행위에 대한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이하 CGK) 성명서
 
전주국제영화제를 이끌던 프로그래머들이 최근 사임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충직 전집행위원장이 물러난 후 영화제 집행부가 전주시에 차기 위원장으로 추천한 김영진 수석프로그래머를 영화제 의결기구인 이사회의 과반수의 이사들이 반대했던 상황에 대해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유감을 표하고 사임했다. 바깥에서 영화제 내부의 상황을 알 수는 없고 알 필요도 없으나 우리 CGK는 그들의 사임으로 전주영화제의 미래를 둘러싼 논란이 종식되기를 바란다는 프로그래머들의 의견과 상관없이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이 사태를 엄중하게 항의한다.
 
첫째. 전주시의 의뢰로 영화제 집행부가 추천한 인사를 이사회가 불명확한 이유로 배척한 것은 그간 여러 공식적인 자리에서 영화제를 지원만 할 뿐 간섭하지 않는다고 천명한 김승수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의 원칙을 부정했다.
 
둘째. 영화인들을 배제하고 전주 지역 유지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과거를 평가해 미래를 설계하는 안목을 저버리고 지난 7년간 영화제를 큰 도약에 이르게 한 김영진, 이상용, 장병원 프로그래머의 능력과 헌신을 부정했다.
 
셋째. 지난 2012년 전주국제영화제를 큰 위기에 빠트린 프로그래머 해임과 조직 내분 사태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당시 분란의 중추 역할을 했던 이사회 구성원들 일부를 현재도 그대로 온존 시키면서 다시 유사한 위기를 초래하게 만든 전주시의 예술 행정은 영화제 불간섭원칙을 또 한 번 부정했다.
 
문화는 자율성과 독립성이라는 대전제 아래 진흥한다. 영화문화의 융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거점을 맡고 있는 영화제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영화제의 틀에 맞는 거시적인 전망과 안목을 상실한 채 지역사회의 잣대로 거듭 영화제 핵심 인력의 누수를 조장하며 위기를 스스로 초래한 전주국제영화제의 현 상황에 대해 다시 한번 엄중하게 항의한다.
 
2019년 11월 27일
 
강국현, 강승기, 고락선, 고정호, 공평재, 김대성, 김동영, 김병서, 김병정, 김보람, 김선령, 김성안, 김영노, 김영민, 김영호, 김용흥, 김우형, 김일연, 김재호, 김정원, 김종선, 김지용, 김태수, 김형구, 김형주, 김홍기, 노승보, 나희석, 남동근, 류재훈, 박세승, 박용수, 박정훈, 박종우, 박종철, 박현철, 박홍열, 백윤석, 변봉선, 성승택, 소정오, 손원호, 신태호, 양정훈, 엄혜정, 오승환, 유 억, 유재응, 유지선, 윤남주, 윤영수, 윤종호, 윤지운, 이강민, 이두만, 이모개, 이선영, 이석준, 이성제, 이성중, 이승훈, 이영진, 이재혁, 이종열, 이중배, 이진근, 이창재, 이태윤, 이태오, 이형덕, 이형빈, 전대성, 정기원, 정석원, 정정훈, 제창규, 조상윤, 조영직, 조용규, 주성림, 지윤정, 지승우, 진현우, 차택균, 최상묵, 최영환, 최용진, 최윤만, 최진웅, 최진택, 최찬민, 최현기, 추경엽, 하경호, 홍재식, 김성진, 박경석 이상 97명
- CGK 조합원 일동
전주영화제 CGK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