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7일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작전 지시하는 유상철 감독.

지난 10월 27일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작전 지시하는 유상철 감독. ⓒ 연합뉴스


축구 감독이 느끼는 중압감, 시즌이 끝날 때까지 조금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을 빗대어 피가 마른다는 말을 종종 쓴다. 그런데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이끌고 있는 유상철 감독 앞에 당도했다.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은 것이다.

한 달 전, 10월 19일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 K리그 원 34라운드 성남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간판 골잡이 무고사의 재치있는 직접 프리킥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고 인천 유나이티드의 승리를 확인한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벤치 쪽에서 심상치 않은 눈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김진야는 벤치에 앉아서 오열했고 이천수 전력강화실장도 눈물을 보였다. 

파이널 라운드 B그룹 첫 게임에서 승리한 것, 유상철 감독에게 선수들이 생일 선물로 절실했던 승점 3점을 얻어 뜨거운 감정이 올라온 것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표정이 유독 어두웠던 유상철 감독은 이 게임을 정리한 뒤 황달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 입원하는 중대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10월 2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블루윙즈와의 홈 게임에 돌아와 선수들을 직접 지휘하며 1-1로 귀중한 승점 1점을 얻어냈다. 

이 때 유상철 감독은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정확한 검진 결과가 나온 뒤 직접 말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시즌 마지막 두 게임을 앞두고 있는 19일 직접 팬들에게 전하는 편지를 통해 가슴 아픈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편지에 따르면 유상철 감독은 10월 중순에 황달 증세가 나타나는 등 이상 징후를 발견했고 정밀 검사 결과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병의 예후는 아니었지만 피 말리는 강등권 탈출 싸움을 펼치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위해 그는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그래서 퇴원 후 바로 다음 게임(10월 27일, vs. 수원 블루윙즈)에 인천 유나이티드 벤치를 지키기 위해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켰고,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2019 K리그 1 남아있는 2게임 일정을 소화하며 팬들에게 약속한 1부 리그(K리그1) 생존 선언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버티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지난 해 8월 전남 드래곤즈의 감독직을 내려놓은 유상철 감독은 2019년 5월 14일 부진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던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구하기 위해 9대 감독으로 취임했고 5일 뒤 열린 대구 FC와의 어웨이 게임부터 벤치를 지키기 시작한 것이다.

유상철 감독이 팀을 맡기 전까지 인천 유나이티드는 11라운드 종료 시점 1승 3무 7패(승점 6)로 최하위(12위)를 찍고 겨우 서 있었다. 8게임 연속 무득점이라는 초라한 경기력으로는 더이상 버틸 힘이 없었던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감독 교체 효과는 곧바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부임 후 2주만에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까다로운 어웨이 게임을 2-1로 이겨 강등권 탈출 희망을 팬들에게 선물해주었다. 

그리고 2019년 마지막 A매치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순위표는 아슬아슬한 10위 자리다. 바로 아래 경남 FC와의 승점 차는 단 1점이며, 최하위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승점 차이도 3점밖에 안 된다.

승점이 같을 경우 득점이 더 많은 팀이 순위표 위로 올라가는 규정상 남아있는 두 게임에서 어느 한 게임이라도 패했다가는 1부리그에 남기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도 있는 입장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강등권 3팀 중 득점(인천 유나이티드 31득점, 경남 FC 41득점, 제주 유나이티드 42득점)이 가장 적기 때문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오는 24일(일)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7위 상주 상무와 시즌 마지막 홈 게임을 치른다. 그리고 30일(토) 오후 3시 창원 축구센터로 찾아가서 경남 FC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야 한다. 

이에 유상철 감독은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약속을 또 한 번 내놓았다.

"팬 여러분과 했던 약속을 지키고자 합니다. 남은 2경기에 사활을 걸어 팬 여러분이 보내주신 성원과 관심에 보답하고자 감독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립니다. 축구인으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우리 인천의 올 시즌 K리그 1 잔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팬 여러분께서 끝까지 우리 인천을 믿고 응원해주시듯이 저 또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또 버티겠습니다.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으로 병마와 싸워 이겨내겠습니다."(유상철 감독이 팬 여러분께 전하는 편지 중, 2019. 11. 19 인천 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

이 편지를 접한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은 유상철 감독과 팀의 운명을 두고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기도로 기적을 바라고 있다.

O 2019 K리그 1 강등권 순위표
10위 인천 유나이티드 FC 30점 6승 12무 18패 31득점 54실점 -23
11위 경남 FC 29점 5승 14무 17패 41득점 60실점 -19
12위 제주 유나이티드 27점 5승 12무 19패 42득점 65실점 -23

O 2019 K리그 1 강등권 3팀 남은 일정표(왼쪽이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 - 상주 상무
성남 FC - 경남 FC
제주 유나이티드 - 수원 블루윙즈 (이상 11월 24일 일요일)

경남 FC - 인천 유나이티드 FC
성남 FC - 제주 유나이티드(이상 11월 30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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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FC K리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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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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