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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서울대학교 공학관 휴게실에서 청소노동자 A(67)씨가 에어컨도 창문도 없는 좁은 휴게실에서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이에 신학대학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여건은 어떨지 9월 초 서울에 있는 감신대학교, 장신대학교, 총신대학교를 방문하여 청소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을 취재했다.

기사가 보도된 이후 과연 그들의 근무 환경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진 11월 7일 다시 그들을 만나기 위해 신학대학을 방문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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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에어컨도 없고 한 사람이 눕기에도 비좁은 공간을 세 명이 사용하던 장신대학교 소양관 3층 휴게실로 향했다. 휴게실 문은 잠겨 있었고 청소노동자도 만날 수 없었다. 지난 취재 때 만난 홍아무개 권사에게 전화를 걸자 반가운 목소리로 휴게실이 옥상정원으로 이사했다며 9층으로 오라고 했다.

옥상정원으로 이사한 휴게실

9층에 도착하자 예쁜 정원이 있었고 왼편에는 아름답게 가을 단풍이 물든 아차산이 보였고 오른 편으로는 한강이 내려다보였다.

새로 만든 휴게실에 들어서자 깨끗하게 도배한 넓은 방과 벽에 설치된 새 에어컨이 눈에 들었다. 휴게실은 5명이 누워도 충분할 정도로 넓었고 창문이 있어 환기도 잘 되었다. 네 분 청소노동자들의 얼굴에선 기쁨의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그간의 경과와 소감을 묻는 말에 홍 권사는 "인터뷰를 하고 얼마 안 되어 학교 담당자가 찾아왔고 에어컨만 설치해 주셔도 감사한 일인데 이렇게 넓고 쾌적한 휴게실을 새로 만들어 주셨다. 정말 꿈인지 생시인지 믿어지지 않는다. 앞으로 더욱 감사한 맘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학교를 깨끗하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소양관 옥상정원에 새로 준비된 휴게실 입구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밝게 웃고 있다.
 소양관 옥상정원에 새로 준비된 휴게실 입구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밝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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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변화도 있었다. 지난해 한 명이 퇴사하고 남은 사람들이 퇴사한 청소노동자의 업무까지 떠맡으며 업무량이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그런데 학교는 지난 10월 1일 자로 부족했던 인력을 충원하여 과도한 업무량도 줄었다.

쓰레기 분리수거장 옆에 있는 창문도 없어 환기도 안 되고 남녀가 같은 출입문을 이용해 불편했던 본관 지하 2층 휴게실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이곳 역시 학교에서 휴게실을 새로 만들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이사로 한참 분주했다.

학교는 불과 2개월 만에 청소노동자의 애로사항을 전부 해결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학생들이 요구하고, 학교가 응답

지난 10월 초 "신학교 청소노동자를 만나다"란 제목의 기사가 나가고 얼마 후 장신대 학교 신문인 <신학춘추> 9월 30일 자에도 김예은 기자(기독교교육과 2)의 교내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휴게공간을 다룬 '당신의 주위는 안녕하십니까?'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그리고 신학대학원 학우회에서는 가을 축제인 '새싹개혁' 기간에 교내 비정규직 근로자(청소, 급식 보조)를 위한 모금 행사를 했다.

<신학춘추> 학보사에서 김 기자를 만나 기사를 쓴 이유와 그 후 일어난 변화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김 기자는 "사실 아침 일찍 등교한 어느 날 우연히 청소노동자 한 분이 열악한 곳에서 지쳐서 쉬고 계신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분의 휴게실의 상태를 알아보고자 직접 방문했다가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어 기사를 쓰게 되었다. 그런데 학교가 이렇게 빨리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고 휴게실을 새로 만들며 문제를 해결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총장님과 학교에 감사할 뿐이고 기자로 큰 보람을 느꼈다"라고 대답했다.

김 기자는 "많은 학교 구성원들이 이분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진심 어린 마음을 보여 준 것이 문제 해결을 빨리 가능하게 한 것 같다"라고 했다.

학우회를 방문해 가을 축제 기간에 비정규직 근로자를 돕기 위한 모금행사를 한 배경을 알아보았다. 부 학우 회장 박은지(신대원 2)는 "평소에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첫걸음으로 지난 10월 '새롭게 싹 틔우는 종교개혁제' 기간 동안 다양한 행사를 통해 청소 노동자와 같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돕기 위한 모금을 했다. 앞으로 모금액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제114기 학우회 회장 이훈희(신대원 2)는 "작년 출마 선거 공약으로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단순히 청소노동자들의 근무 조건이나 환경개선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이분들을 학교의 구성원으로 정규직화를 목표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사할 새로 준비된 청소노동자 휴게실(위), 쓰레기 분리수거장 옆에 위치한 청소노동자 휴게실 입구(아래)
 이사할 새로 준비된 청소노동자 휴게실(위), 쓰레기 분리수거장 옆에 위치한 청소노동자 휴게실 입구(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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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담당자인 홍성진 차장(행정실)을 만나 휴게실을 새로 만든 것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홍 차장은 "지난번 <뉴스 M> 기사가 총장님께 보고되었고 이와 관련한 논의도 있었다. 사실 학교도 늘 교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분들을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인격적으로 대우하려고 노력한다. 학기마다 총장님은 학생들에게 채플 시간에 그분들을 초대해 감사를 표현했고 음식을 대접했다. 학교 교직원과 학생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해하고 있다. 이번에 총장님께서 많은 관심과 의지를 가지고 청소노동자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도록 해 주셨다. 일단 10월 1일 자로 소양관의 부족한 인력을 충원했다. 그리고 열악한 휴게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가능한 예산을 집행하여 소양관과 본관 옥상에 휴게실을 새로 만들었다"라고 했다.

변화가 전혀 없는 학교도
 
 오전 5시에 시작한 청소를 끝내고 싸늘한 강당에서 식사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청소노동자들
 오전 5시에 시작한 청소를 끝내고 싸늘한 강당에서 식사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청소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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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신학교인 총신대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아침 9시 30분 총신대 종합관에 도착했다. 새벽 5시에 청소를 시작한 노동자들이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청소를 이미 끝낸 분들이 지하에 있는 휴게실에서 쉬지 않고 계속 건물 안을 배회했다. 일부는 싸늘한 한기가 가득한 강당에 모여 있었다.

오전 청소를 마치고 휴게실이 아닌 싸늘한 강당에 있는 이유를 물었다. 한 분이 "원래 근무시간이 오전 6시부터다. 그런데 그때 청소를 시작하면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로 인해서 제시간에 끝내기 어렵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1시간 일찍 5시에 출근하여 청소를 시작한다. 그런데 계약상 정해진 근무시간이 있어 오전 청소가 일찍 끝나도 휴게실에서 쉴 수 없다"라고 대답했다.

취재 기사가 나간 후 근무 조건이나 휴게실 환경 개선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김아무개 씨는 "변화나 개선은 전혀 없었다. 기사가 나갔는지도 몰랐다"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분은 "한 시간 일찍 와서 청소하는 사람에게 '누가 일찍 오라고 했냐?'라고 원칙을 따지기보다 일찍 출근한 사람들은 휴게실에서 쉴 수 있도록 배려해주면 좋겠다. 규정대로 6시에 청소를 시작하면 제시간에 일을 끝내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주면 좋겠다"라고 했다.

다른 건물에 근무하는 청소노동자도 만나 근무여건을 알아보았다. 제2 종합관이나 신관에 근무하는 분들은 대체로 "별다른 불만은 없다. 아침 일찍 6시에 일을 시작하고 오후에 일찍 퇴근하기 때문에 좋은 것 같다. 신학교라 학생들도 인사를 잘하고 비교적 건물을 깨끗하게 사용한다"라고 대답했다.

총무처 담당 직원에게 종합관 청소노동자들의 애로사항을 전했다. 총무처 담당자는 "청소노동자들은 학교에 속한 분들이 아니다. 용역업체 소속이라 우리가 이래라저래라할 수 없다. 애로사항이 뭔지는 듣고 용역업체에 전달한다"라고 대답했다. "1시간 일찍 출근한 분들은 1시간 일찍 휴식을 취하도록 배려해줄 수 있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마찬가지로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용역업체에서 관리한다"라고 답했다.

한편 감리교신학대학은 지난번 취재 때 청소반장이 총무과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면담을 거절하여 총무과장의 이야기만 들어야 했다. 다시 총무과장에게 청소노동자를 만날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과장은 이번에는 "우리가 의사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웃소싱이라 용역업체 담당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용역업체 담당자에게 전화하여 "청소노동자와의 만남을 허락해 달라"라고 요청했지만 "왜 만나려고 하는가. 무슨 질문을 할 거냐. 꼭 만날 필요가 있는가. 학교 담당자와 상의하고 전화해 주겠다. 기다려달라"라고 하고 연락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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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뉴스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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