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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공정 사회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 속에 탄생한 '촛불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어떤 개혁을 완수해야 할지 여러 의견을 소개합니다. '반환점 돈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 기획은 모든 시민기자가 참여할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3일 70대 노모와 40대 딸 3명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성북구의 한 다세대 주택 출입문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집 안에서 유서로 보이는 종이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
 3일 70대 노모와 40대 딸 3명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성북구의 한 다세대 주택 출입문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집 안에서 유서로 보이는 종이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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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네 모녀의 죽음 소식에 달린 댓글 하나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70대 노모는 그렇다 쳐도, 40대 장년의 딸이 셋이나 있는데,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뭘 하면 밥 못 먹을까'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절대 빈곤을 지내온 세대들에게는 풍요로운 시대의 가난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나 음식 쓰레기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손자 돌 기념으로 아파트를 물려주는 세상에도 온 가족이 생활고에 몰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은 예사다. 아무리 노력해도 밥 먹기 힘들고, 발버둥 쳐도 네 모녀의 가정을 온전히 지킬 수 없는 것. 부인키 어려운 2019년 대한민국 음지의 모습이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난 지 5년이 지났다. 엄청난 변화의 시간이기도 했다. 대통령이 바뀌었고 여당은 야당이, 야당은 여당이 되었다. 국정농단을 일으킨 정권이 국민의 힘에 굴복해 물러나고 촛불의 민심을 등에 업은 정권이 출범했다. 그리고 그 정권도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하지만 서민들의 질식할 것 같은 삶은 좀체 바뀌지도 나아지지도 않는다. 송파 세 모녀의 죽음 이후 5년이 지나 성북구에서 네 모녀가 죽음으로 발견되었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자살률 OECD 1위 국가. 최장의 노동시간과 소득격차 세계 2위의 나라다.

그래서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탄식이 넘쳐난다. 고작 이런 세상 만들려고 엄동설한에 촛불 들었냐는 볼멘소리도 있다. 당연하다. 대기업을 위해 환율까지 움직여 물가를 폭등시켰던 정부, 빚 내서 집 사라던 과거 정부와 비교해도 국민들의 삶이 나아졌다는 반증은 어디에도 찾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당연히 성토되어야 하고, 경제 정책은 도마에 올려 검증을 받아야 한다. 반환점을 도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가 지나온 시간과 같다면 그건 정권에게도 국민에게도 끔찍한 일이다.

자유한국당도 잘한 거 없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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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을 도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정권 출범 때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며, 입만 열면 평등과 정의를 외치지만 소득 불평등이 최악에 이르렀다고 성토했다. 성북구 네 모녀 죽음에 관해서도 어찌 이런 것들이 우연이겠냐, 민생 파탄의 시작일 뿐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사회주의 정책을 덮어씌우려는 정부의 참담한 경제성적표라 했고, 김광림 최고위원은 소득주도성장이 잘못된 정책임을 인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이 바라보는 경제 현상은 동의되지만 진단은 틀렸다. 소득불평등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최악에 이른 것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최악이었다. 성북구 네 모녀의 죽음이 민생 파탄의 한 단면이기는 하지만, 이 원인이 사회주의 정책이나 소득주도 성장 때문이라는 건 얼토당토않은 궤변이 가깝다. 누가 뭐래도 민생이 파탄나고 소득불평등이 최고조에 이른 건 과거 정부의 대기업 중심 수출주도 성장과 빚 내서 집 사라는 잘못된 부동산 정책의 후과와 무관치 않다.

또 소득주도성장에 사사건건 발목 잡은 건 자유한국당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을 편의점주와 알바생 간의 '을'들의 싸움으로 몰아갔던 것도 자유한국당이었다. 비정규직이 늘어났다는 통계를 두고 비정규직 개미지옥이 됐다며 날을 세웠던 황교안 대표. 그러나 정규직화 정책을 '세금 퍼붓기'라고 가로막아섰던 것 또한 자유한국당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 일차적인 책임은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져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호주머니를 채워 경제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사사건건 반대만 해왔던 책임도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회초리를 맞아야 할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과거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을 바꾸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왜 안 지켰냐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재벌 개혁을 완수해 정경유착이라는 말을 사리지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해서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또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 경제, 혁신성장의 3대 경제정책을 안착시켜 경제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고 수차례 약속했다. 그러나 임기의 절반이 넘어선 지금, 국민의 호주머니를 먼저 채우겠다는 약속. 흔들리지 않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야당 탓이라고 할 수도 있고, 언론의 보도가 너무 비관적이라고 하소연도 할 수 있다. 중국과의 갈등, 일본과의 무역 마찰, 미국의 압력 등 세계적인 불황과 보호 무역의 파고가 너무 높다는 변명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 때문에 과거 정부처럼 대기업을 살리고 보자고, 수출을 우선하자고 말할 수는 없다. 국민들이 진정 우려하는 것은 값싼 노동을 성장 동력으로 삼았던 과거 정권의 경제정책으로 회귀다. 임기 내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스스로 폐기해버린 문재인 정부의 줏대 없는 경제정책. 국민들이 실망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더딘 걸음에 채찍을 든다
 
국무회의 발언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국무회의 발언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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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경제 실현 공약도 퇴색되기는 마찬가지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는 여전하다. 과거 정경유착의 단죄는 느리고 솜방망이 처벌도 다를 바 없다. 여전히 대기업이 골목 상권을 잠식하고 있고, 자영업자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기보다는 최저임금을 놓고 알바생과 다툼을 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공정이 보장되지 않는 혁신 성장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건 빈말이다. 오히려 인간의 노동을 기계로 대체하고 기업은 반사이익을 키우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혁신 성장은 기업, 공정 경제는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 그러나 공정 경제보다 혁신성장에 목매듯 하는 정부의 균형 잃은 경제 정책, 우려스럽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는 낙제점이 가깝다.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이 시장에 넘쳐나고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70대 노모와 40대 세 딸이 사는 가정은 고단한 삶을 죽음과 맞바꾸었다. 이런 아우성과 벼랑 끝에 내몰린 생존권과 삶을 죽음과 맞바꾸는 처절한 선택은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 경제를 움켜잡지 못하면 치유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처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막아서는 것이 아니라, 갈팡질팡, 더딘 걸음의 꽁무니에 채찍을 드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의 반이 지났다. 아니, 아직 반이 남았다. 대통령이 약속했던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혁신 성장을 다시 한번 다그쳤으면 한다. 송파 세 모녀, 성북구 네 모녀의 죽음은 대기업 주도 수출 주도 성장이나 가계의 빚을 늘려 경제를 지탱하는 정책으로는 막을 수 없다. 일한만큼 받고, 일한 대가로 가정을 지탱할 수 있는 경제 정책은 여전히 소득주도성장뿐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좋은 경제 지표도 많다며 언론 보도를 문제 삼는다. 그러나 국민들은 지표를 보고 반응하지 않는다. 당장의 삶이 어느 때보다 힘들다. 고단한 삶에 조금이라도 온풍이 돈다면 지표보다 국민들이 먼저 박수로서 화답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의 길을 뚜벅뚜벅 가라. 그게 정권도 국민도 나라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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