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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관광 1번지' 제주도가 너무 많은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한민국 관광 1번지" 제주도가 너무 많은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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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확정고시를 앞두고 제주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다수 도민들의 공론화 요구를 외면하며 확정고시를 서두르고 있고, 제2공항을 반대하는 도민들은 광화문에서, 제주도청 앞에서, 청와대 앞에서 제2공항을 막아내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제주도의회에서는 제2공항 공론화 지원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마저 표류하고 있으며,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지역은 찬반으로 나뉘어 오랜 공동체가 쪼개질 위기에 처해 있다. 누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주민으로서 현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작은 해결책이라도 나올 수 있다는 절실함으로 이 글을 쓴다.

먼저 국토교통부의 환경영향평가 문제점을 지적한다.

필자는 몇몇 지인들과 함께 올 6월부터 지금까지 제2공항 예정부지 부근의 새와 양서류의 움직임을 관찰해 왔다. 형식적인 환경영향평가와 난개발에 맞서려면 우리 주민들이 먼저 지역의 소중한 환경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처음에는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기에 조류연구가 주용기 교수의 도움을 받아 주기적으로 제2공항 예정부지 부근에서 새소리를 녹음하며 조사를 했다. 6월 장마철 새와 맹꽁이들의 산란기, 짝짓기 철에는 거의 매일 새벽 4~5시에 일어나 제2공항 피해 예정지인 난산리, 온평리, 신산리, 수산리 등을 돌며 관찰한 결과 놀라운 발견을 할 수 있었다.

나갈 때마다 천연기념물인 두견이의 울음소리를 녹음할 수 있었고 천연기념물이며 멸종위기종인 팔색조와 긴꼬리딱새의 존재까지 확인했다. 또한 온평리, 난산리 일대 습지마다 수십마리 이상의 맹꽁이떼가 울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짝짓기하는 맹꽁이들과 맹꽁이알을 촬영하고 노랫소리를 녹음하며 지역의 특별한 가치를 실감했다. 여러 지역을 다녀봤지만 희귀종인 맹꽁이가 이렇게 떼지어 서식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엉터리임이 확인된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10월 28일 환경단체가 제2공항 건설사업의 불법성과 환경파괴 등을 들어 정부에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10월 28일 환경단체가 제2공항 건설사업의 불법성과 환경파괴 등을 들어 정부에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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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보고 너무 놀라 믿어지지 않았다. 우리가 어렵지 않게 발견하고 새소리까지 녹음했던 두견이, 팔색조, 긴꼬리딱새 등은 언급조차 없고 장마철 습지마다 가득했던 수많은 맹꽁이는 예정지에서 2km 떨어진 해안 부근에 몆 마리 서식하는 것으로 나와 있었다.

전문가들이 왜 이리 허술하게 조사했을까? 우리 같은 문외한도 나갔다 하면 발견하는데... 그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조류 조사의 경우, 문헌조사와 3차례의 현지조사(1차 : 2017년 9월 18~19일, 2차 : 2018년 1월 13~15일, 3차 : 2018년 2월 6~8일)를 실시한 결과를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 제시한 것을 확인했다. 이렇듯 겨울철인 1월, 2월에 2박 3일 조사했고 9월 하순에 1박2일 조사한 것이 전부였다. 실제로 새소리를 많이 확인할 수 있는 5~7월엔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 주민들이 쉽게 확인하고 녹음했던 두견이, 팔색조, 긴꼬리딱새, 맹꽁이 등을 전혀 발견하지 못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다.

또한 조류연구가 주용기 전북대 교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조류 종별로 이동 시기, 번식 시기를 잘 파악하여 조류조사를 진행해야 하고, 제주도에 내려 앉지 않고 공항 건설 예정지 위의 상공으로 지나가는 새들도 조사해야 하는데 이런 조사도 하지 않았다. 철새도래지인 하도리, 종달리, 오조리 해안이 공항 건설 예정에서 가깝기 때문에 비행기와 조류의 충돌가능성이 커져 비행기 안전상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조사가 거의 없다.

이렇게 허술한 환경영향평가가 아무 제지 없이 환경부 심의를 통과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이제까지 조사했던 모든 자료와 새소리, 맹꽁이 소리 녹음 동영상, 주용기 교수 보고서를 환경부에 보냈다. 

그러나 지금은 환경부가 국토교통부에 무엇을 요구했는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환경부의 형식적인 문제제기로 국토교통부의 제2공항 강행에 면죄부를 주게 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이 정도로 허술한 환경영향평가가 아무런 제지 없이 통과된다면 우리 환경에 미래는 없다.

우리는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원칙만 지켜달라는 것이다. 환경부에서 제주 제2공항을 당장 중단시키기는 어려워도 새와 맹꽁이들의 번식기인 늦봄까지만이라도 보완 조사를 요구해야 한다.

도민공론화 거부는 민주주의 하지 않겠다는 것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청으로 들어가다가 현관 앞에서 제주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 등의 항의를 받았다. 2019.1.9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청으로 들어가다가 현관 앞에서 제주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 등의 항의를 받았다. 2019.1.9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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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제2공항 도민공론화 문제에 대한 논란이다. 제2공항은 제주도민 모두의 최대 관심사이고 무엇보다 중차대한 국책사업이다. 이제까지 추진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제기됐고 국토부와 제주도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대다수의 도민들이 문제의식을 느끼는 만큼 좀 더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달라는 요구는 합리적인 주문이다. 도민공론화를 통해 제2공항 건설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도민이 70%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론화에 반대하는 원희룡 지사의 논리는 더더욱 납득이 안 된다. 그는 이제까지 65차례에 걸쳐 도민의 의견을 들었고 도민공론화가 시간과 예산을 낭비한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제2공항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단 한 번도 논의과정을 접한 적이 없었다. 제2공항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추진을 전제로 구색 맞추기에만 활용했기 때문에 반대측 도민들은 참여하지 못했고 열린 자리를 요구했던 것뿐이었다. 제2공항에 찬성하는 주민과 공무원들만을 모아놓고 설명한 것을 공론화 절차라 말한 거라면 원 지사는 앞으로 민주주의를 논할 자격이 없다.

또한 시간과 예산낭비라는 원 지사의 말에 지금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폐해를 돌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공론조사에 들어갈 몇억 원의 예산이 아까운가? 아니면 수십조 원의 예산을 들여 사업을 진행한 후 망가진 환경을 되돌릴 수도 없는 제주의 상황이 더 아까운가? 공론조사 하는 몇 달의 기간이 중요한가? 잘못된 개발로 인해 전 도민이 피해에 시달릴 몇십 년의 세월이 더 중요한가?

눈앞의 표만 보지 말고 근본 질문에 답하라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은 "제2공항은 제주도민을 위하고 제주도민의 결정이 최우선되어야한다"며 "공론화를 통해 결정권을 제주도민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 김태석 의장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은 "제2공항은 제주도민을 위하고 제주도민의 결정이 최우선되어야한다"며 "공론화를 통해 결정권을 제주도민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제주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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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제는 제주도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눈앞의 표만 볼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지금 제주도의 수용력이 공항 하나를 더 만들어 2천 만 관광객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인가?

천오백만 관광객 시대에 쓰레기 매립장이 임계상황을 넘었고, 넘치는 쓰레기뿐 아니라 오·폐수, 수질오염, 과도한 환경파괴, 교통혼잡, 주차 문제 등 뭐 하나 괜찮은 것이 없다. 제주도는 중산간 지역까지 과도한 난개발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책임 있는 지도자라면 제2공항에 앞서 이에 대한 답을 먼저 내놔야 한다.

지금도 감당이 안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 제2공항을 말할 때 2천만 관광객 시대에 대한 대안을 명쾌하게 내놓는 정치인이 없다. 대안이 없다면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머리 맞대고 대안을 찾아야 할 것 아닌가?

지금은 관광객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입도세를 물려서라도 관광객 수를 조정하고 그 예산으로 제주환경과 복지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본다. 지금은 관광 수익이 영세시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고 큰 규모의 업체들에만 돌아가는 것을 막고 각 지역의 주민들에게 이익을 나누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논해야 한다. 관광객 수를 늘려 대기업만 배불리는 정책으로는 공항 하나 더 생겨도 서민들의 경제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원희룡 제주도정은 뭐가 중헌지 아직도 알지 못하는가?

세 명의 제주도 국회의원 책임 있는 대답해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강창일, 위성곤, 오영훈 등 세 명의 제주도 국회의원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고 싶다. 제주도 국회의원들은 제2공항 추진과 2천 만 관광객 시대에 대한 대안을 정확히 내놓든지, 제2공항에 대한 생각을 뚜렷하게 밝혀 달라.

왜 이 상황에서 국회의원들까지 거론하는지 반문하는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한다. 제주도는 국회의원 세 명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그러니 청와대에서 누구의 말을 먼저 듣겠는가? 세 명 국회의원은 이미 청와대에 '제2공항 찬성하는 도민이 더 많고 본인들도 찬성 입장'이라고 보고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니기를 바란다. 처음에는 제2공항을 찬성하는 주민이 더 많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이제까지의 행보에 가타부타 말하고 싶지 않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니까.

하지만 제2공항의 문제점이 사실대로 알려지며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보다 반대 의견이 많아져서 찬반이 팽팽해졌으며, 도민공론화를 원하는 도민이 70%를 넘는다(<제주의소리>가 2019년 6월 24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제주지역 현안 인식조사' 결과 도민 공론조사로 결정하자에 찬성 의견이 76.7%로 반대 의견17.2%을 압도했다).

그렇다면 이 사실까지도 청와대에 있는 그대로 보고하고 여론대로 도민공론화 실시를 요구해야 할 의무도 이들에게 있는 것 아닌가? 만약 지금의 제주도 상황을 대통령이 오판하여 제2공항을 밀어붙인다면 민주당 소속인 세 명의 국회의원에게도 책임이 적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세상에 책임지지 않는 공짜 이득은 정치판에 없다. 아니 없어져야 한다. 제주도의 환경을 지키며 백년대계를 준비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한번이라도 보고 싶다.

제주섬에 두 개의 공항? 이제는 청와대가 답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문 대통령, 수석보좌관회의 주재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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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제는 대통령이 이에 대한 답을 직접 해야 할 시기가 되었음을 많은 도민들이 느낀다. 작은 도세로 인해 제주도민들이 갖는 피해의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중앙정부와 맞서 싸우는 상황에서도 에둘러 피해보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이제까지 제주 제2공항을 막아보려 노력하고 있는 반대 대책위마저 국토부와 힘겹게 싸우면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언급을 자제하면서 국토부만 주로 공격해온 것도 고민의 흔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제는 벼랑 끝에 다다랐다. 에둘러 표현할 시간과 힘이 없다. 국토부장관과 환경부장관을 임명한 것은 대통령이다. 청와대가, 대통령이 직접 답해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말도 안 되는 4대강을 추진하여 대한민국의 환경을 망친 책임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져야 하는 것처럼, 제2공항으로 제주환경을 망친다면 원희룡 지사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책임이 돌아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나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원한다. 무리한 제주 제2공항 추진이 문재인 대통령의 후반기 운영에 큰 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김광종 기자는 성산읍 신산리 주민입니다.


태그:#제2공항, #제주환경, #환경영향평가, #도민공론화, #제주난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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