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린 2019 서울독립영화제 기자회견

5일 오전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린 2019 서울독립영화제 기자회견 ⓒ 성하훈

 
1980년대와 1990년대 한국독립영화의 대표작이자 상징적 영화인 대표작인 <오! 꿈의 나라>와 <닫힌 교문을 열며>가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30년 만에 다시 공개된다. <파업전야>와 더불어 정권의 탄압을 받아 상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어머니, 당신의 아들> 역시 오랜 시간이 흘러 관객들과의 만날 수 있게 됐다. 
 
올해 45회를 맞는 서울독립영화제가 5일 오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막작을 포함한 주요 상영작을 발표했다. 개막작은 장률 감독의 <후쿠오카>로 선정됐다. 올해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됐던 <후쿠오카>는 후쿠오카국제영화제 개막작과 홍콩아시아영화제를 거쳐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의 절친이던 두 남자가 한 여자 때문에 절교한 후, 20여 년 만에 조우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동현 집행위원장은 <후쿠오카>에 대해 "서울과 후쿠오카를 오가는 이야기로 감독의 전작인 <경주>, <춘몽>,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의 연장선에 있으면서 장률 감독 작품세계의 새로운 징후를 공간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라며 "영화를 통해서 역사와 현실을 인식할 수 있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윤제문, 박소담 배우와 함께 주연을 맡은 권해효 배우는 "아직까지 영화를 보지 못했다"며 "지난해 3월부터 4월까지 연희동 일대와 후쿠오카 일대에서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과 중국, 일본이 서로 상처받거나 상처를 주는, 역사 속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여성감독 약진 두드러져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의 특징은 여성감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늘어난 여성 창작자 비율은 전년 대비 10%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신작부문에서는 47%가 여성감독이었고, 신작 장편은 49%를 여성감독이 차지할만큼 여성감독의 강세가 돋보인다. 신진작가를 응원하는 새로운선택 부문 상영작의 여성 창작자 비율은 61%를 넘겼다.
 
김동현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장편 상영작 중 여성감독의 데뷔작이었던 김보라 감독<벌새>, 이옥섭 감독 <메기>, 한가람 감독 <아워바디>, 유은정 감독 <밤의 문이 열린다>가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서울독립영화제가 새로운 가능성과 흐름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라고 강조했다.
 
 2019 서울독립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해효 배우, 유은정 감독, 김현정 감독, 문소리 배우, 김동현 집행위원장

2019 서울독립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해효 배우, 유은정 감독, 김현정 감독, 문소리 배우, 김동현 집행위원장 ⓒ 성하훈

 
국내 영화제들 중 가장 마지막으로 열려 한 해를 결산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영화제답게 서울독립영화제는 국내 영화제들에서 주목받았던 빼어난 작품들을 준비했다.
 
경쟁부문에는 올해 부산영화제 3관왕을 차지한 김초희 감독의 <찬실이는 복도 많지>와 남녀 배우상 수상작인 <에듀케이션>,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받은 적 있는 박석영 감독의 <바람의 언덕> 등 11편이 상영된다.

신인감독의 장편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선택'에는 부산영화제 4관왕인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과 전주영화제 수상작인 정승오 감독의 <이장> 등 7편이 선정됐다. 초청작에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인 경순 감독의 <애국자게임2-지록위마>, 부산영화제 뉴커런츠 경쟁에 올랐던 임선애 감독의 < 69세 >, 박정범 감독의 <이 세상에 없는>, 신수원 감독의 <젊은이의 양지>, 부천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인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 홍형숙 감독의 <준하의 행성> 등이 포함됐다.
 
특별전에서는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의 홍콩영화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프루트 챈 감독의 <메이드 인 홍콩>으로 시작해 캐롤라이 감독의 <유리의 눈물>, <노리스 윙 이람> 감독의 <프린스 에드워드역에서 : 내 오랜 남자친구에게> 등 10편을 선보인다.
 
홍콩 특별전은 최근 홍콩민주화시위와 맞불려 시의성이 더해졌다. 김동현 집행위원장은 "홍콩 상황에 맞춰 준비한 것은 아니었지만, 변화하는 상황을 프로그래머들이 잘 포착해 준 것 같다"면서 "관객들이나 아시아의 역사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운동 상징 작품 소개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해 마련한 기획전은 국내 유명 영화인들의 청년시절에 초점을 맞췄다. 강릉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인 김홍준 감독이 1976년에 만든 단편영화 <서울 7000>, 서울대 얄라셩 영화연구회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국풍>, 봉준호 감독의 1994년 단편영화 <지리멸렬>은 쉽게 보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1989년 시작된 여성영화운동단체 '바리터'의 30년을 기념하기 위해 바리터의 중심이었던 김소영 감독의 <겨울환상> <푸른 진혼곡> <작은 풀에도 이름이 있으니> 등 3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것도 특별하다. 이들 영화들은 바리터에서 제작된 작품들로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담고 있다.

영화운동사에 길이 빛날 <오! 꿈의 나라>, <닫힌 교문을 열며>, <어머니, 당신의 아들>은 영상자료원이 디지털로 복원해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공개된다. 이들 작품은 필름만 보관돼 있어 일반 관객들이 접하기 어려웠던 영화들이다.
 
김동현 집행위원장은 "한국영화가 100년이 된 올해 독립영화도 곧 50년을 맞이하고 서울대 얄라셩도 40주년이 된다"며 "독립영화 아카이브전을 통해 독립영화사를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2019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문소리 배우, 배우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권해효 배우

2019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문소리 배우, 배우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권해효 배우 ⓒ 성하훈

 
권해효 배우의 제안으로 지난해 처음 시작돼 호평을 받은 배우발굴프로젝트는 올해도 이어진다. 권해효 배우는 올해 행사에 대해 "새롭게 진입하는 배우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올해부터 조우진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며 "어제 최종 예심을 결론지었는데, 감독과 배우들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는 필모그래피가 없는 배우지망자들이 수상자로 선정됐는데, 올해도 이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을 대표해 참석한 문소리 배우는 "영화제 심사를 하면서 가장 즐거운 점은 올 한해의 주요한 영화들을 한꺼번에 다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인상적인 독립장편 영화들이 많던데, 최근 한국독립영화의 경향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독립영화제가 대표적인 독립영화 축제로서 굳건하게 멋지게 걸어갔으면 좋겠고, 독립영화 감독이 멋진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꽃길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독립영화제는 오는 11월 28일 개막해 12월 6일까지 CGV 아트하우스압구정과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최된다. 상영작은 모두 119편이다.
서울독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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