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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구청이 보낸 철거 계고장
 종로구청이 보낸 철거 계고장
ⓒ 반아베반일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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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적치물 강제정비 예고통지서'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소녀상 옆에서 농성 중인 소녀상지킴이(현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이하 공동행동)들이 종로구청 건설관리과로부터 받은 '철거계고장' 머리글이다. 통지서에는 "법질서 확립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강제수거에 앞서 자진 정비할 것을 촉구하오니 2019년 10월 18일까지 정비해 줄 것을 바란다"라고 명시돼 있다.

종로구청은 지난 17일 오후 3시께 7~8명의 철거반을 현장에 보냈다. 현장에 있던 공동행동은 거세게 항의했고 철거반은 "일단 알겠다"며 물러났다. 그러나 다다음날인 19일 오후 5시께 철거반이 다시 한번 종로구청 조끼를 입고 농성장을 찾았다. 공동행동은 저항했고 철거반은 "민원이 들어와 어쩔 수 없이 진행한 것"이라는 말과 함께 현장에서 물러났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공동행동에) 철거반을 보내지 않았다"면서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서 '팔지 말라'라는 경고 차원에서 단속반을 보낸 것이다. 계고장도 붙이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동행동은 "불공정한 한일협약 이후 지난 4년 동안 소녀상을 지켜왔는데 갑자기 불법농성이라면서 철거하라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종로구청이 붙이고 간 강제정비 예고통지서를 증거물로 <오마이뉴스>에 제시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고 있는 전가람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회원을 만났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아베 정부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면서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한 적절한 해결'을 공표하며 한일 위안부 합의안을 발표했다. 합의안 발표 이후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소녀상 옆에 농성장을 차렸다. 29일은 농성을 시작한 지 1400일이 되는 날이다.

다음은 전가람 회원과의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스무 살에 농성 시작한 친구들이 졸업반이 됐다"
 
 반아베반일공동행동 전가람 회원
 반아베반일공동행동 전가람 회원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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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위안부 합의안 발표 이후 소녀상을 지킨 지 1400일이 됐다.
"정확히 46개월이다. 스무 살 새내기 때 농성을 시작한 친구들은 어느새 졸업반이 됐다. 당시에 대학교 2~3학년이던 청년들은 이십 대 중후반이 됐다. 이번 겨울을 포함하면 겨울만 다섯 번째 맞이하는 거다. 오랜 시간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야 어떤 활동을 해야하는지 명확하게 틀을 잡은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굉장히 씁쓸하다. 결의가 서는 것도 사실이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 농성에 언제 합류했나?
"2016년 여름에 합류했다. 소녀상 지킴이 농성장이 만들어진 지 200일이 안 됐을 때다. 19살이었다. 당시 일본군성노예 문제를 전 세계에 알리는 '평화기행'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공부하고 캠페인도 하면서 자연스레 소녀상지킴이로 합류했다."

- 19살, 처음 합류했을 때 청소년이었다.
"그렇다. 경북 상주에서 혼자 올라와 농성장을 함께 지켰다. 그때는 그냥 '함께해야겠다'라는 생각만 있었다. 어느새 4년이 지났다."

- 집에 못 간 지는 얼마나 됐나?
"6개월 정도 된 것 같다. 최근에는 공동행동 '실천단'을 만들어서 5명 정도가 집중적으로 농성장을 지키고 투쟁하고 있다. 인원이 많지 않아 일주일에 4~5일씩은 농성장에서 잔다고 보면 된다."

- 실천단 회원들은 '학교를 쉬고 있다'라고 들었다.
"맞다. 각자의 기준이 있는데 실천단 친구들은 농성장을 지키고 왜곡된 내용을 알리는 것이 가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 생활을 유지하는 거다. 물론 우리도 먹방, 맛집, 예쁜 여행지에 관심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더 가치있는 게 무엇일까 계속 고민하고 있다. 실천단 대부분이 20대 초반의 친구들이다."

"겨울이 싫다. 하지만..."

- 다시 겨울이 오고 있다.
"겨울이 싫다. 여름과 겨울, 농성장에서 지내기 모두 어려운데 그래도 겨울이 더 싫다. 너무 춥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인다. 그럴 때마다 독립운동 했던 선열들을 생각해본다. 약산 김원봉이나 독립운동가도 생각난다. 다들 돈도 없고 상황도 안 좋았는데 독립이라는 확신을 갖고 버틴 거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지지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투쟁을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는 일본의 진정어린 사과와 피해자들에 대한 완전한 법적 배상이 이뤄질 것이라 믿고 있다."

- 그래도 언젠가는 '농성을 마무리한다'라는 생각이 있을 텐데.
"소녀상 지킴이들이 외쳤던 구호는 사실상 소녀상 철거 반대와 매국적 한일합의 폐기였다. 후자가 핵심이다. 매국적 한일합의의 조건이 소녀상 철거였던 만큼 한일합의를 폐기하고 완전한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농성을 마무리 할 수 있다."
 
이낙연 총리, 아베 총리와 악수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19.10.24
▲ 이낙연 총리, 아베 총리와 악수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19.10.24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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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이낙연 총리가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났다.
"이미 일왕의 즉위식도 참석한 상황에서 예상한 바다. 다만 경제보복이나 한일관계에 대해서 저자세를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와 관련해 11월에 재검토도 고려하고 있다고 하던데, 이 시점에서 지소미아를 다시 체결하는 것은 매국적 선택이다. 앞으로 중요하게 지켜볼 사안이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한일 관계 악화를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라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나온 이후 1년 만에 열린 최고위급 회담이었다.

"단체 이름을 바꾼 이유는..."

- 지난해 9월 농성 1000일을 맞았을 때 단체 이름을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으로 바꿨다.
"원래는 '소녀상농성대학생공동행동'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소녀상을 지키는 것이 행동의 중심이 아닌데, 이름에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1000일을 맞아 보다 명징한 활동을 보여주고 싶어 2018년 9월 24일 바꿨다. 무엇보다 그 주에 아베가 선거에서 다시 승리했다. 연임을 하게 된 것인데 아베는 '나를 지지해주는 시민들과 함께 헌법을 개정한다'라고 했다. 징용 배상에 대해서도 계속 비난을 하고 있다. 작년 10월에는 조선학교에 대한 무상화 정책을 배제해 논란이 됐다. 이 모습을 보며 우리가 다시 일본에게 식민지배를 당했던 당시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반아베, 반일본제국주의에 대한 전방위적인 규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름을 바꾼 이유다."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와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옆에서 일본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와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옆에서 일본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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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와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옆에서 일본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와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옆에서 일본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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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다.
"10월에만 철거 계고장을 두 번 받았다. 계속 민원이 들어온다고 하더라. 우리 농성장이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한다고 했다."

- 철거도 하러 왔나?
"그렇다. 남성 7~8명이 지난 17일 오후 3시와 19일 오후 5시에 농성장 철거하러 왔다. 종로구청 조끼를 입고 트럭을 타고 나타났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게 지난 4년 동안 농성을 해왔다. 단 한 번도 계고장을 받은 적 없는데, 갑자기 철거를 하려고 한 거다. 여기가 불법농성이라면서. 불법농성이라면 왜 진작에 하지 않았나. 철거하러 나온 사람들에게 항의했더니 '민원이 들어와서 그렇다'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보수집회 참가자들이 악의적으로 민원을 넣어서 그런 것 같다."

- 보수집회 참가자들이 농성장을 불편해 하나?
"정말로 많이들 불만을 쏟아낸다. 입에도 담지 못할 욕설과 함께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들 앞에서 '친일해야 한다'라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다. '빨갱이들아 집에 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라'는 예사고, 특히 '씨XX들'이라는 욕은 너무 많이 들어서 우리끼리 '오래 살 거라'라는 농담까지 한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소녀상에 침을 뱉거나 발길질을 한다는 점이다. 집회 참석을 전후에 소녀상 머리를 치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소녀상 곁을 떠날 수 있나?"

- 그런데도 어떻게 버티나?
"소녀상 옆에 있으면 생각보다 웃을 일도 많다. 가끔씩 이상한 사람들이 오긴 하지만 절대적인 수치만 놓고 보면 응원해주는 분들이 훨씬 많다. 그 힘으로 버티는 것 같다. 현장에서 투쟁 지지해주고 사람도 만나고 설명이 필요한 분들에게는 자세히 말씀도 드린다. 함께 하다 보면 24시간이 2시간처럼 느껴진다."

이날 전씨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집권 초기에 비해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문재인 정부가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라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4년 동안 소녀상을 지켜온 지킴이로서 할 수 있는 당부이기도 했다.

"일본과의 관계 회복,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중요한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한일관계의 긍정적 발전에는 전제가 있다. 바로 전범 역사에 대한 일본의 인정과 사죄다. 피해자들이 눈뜨고 살아 있는데 과거를 덮고 미래 지향적으로 간다?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지지자들 등만 돌리게 한다. 한일관계에 있어 대통령의 말처럼 '더이상 지지 않겠다'라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이 진정으로 역사를 위한 것인지 항상 고민하고 행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 되면 자연스레 지지율은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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