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팀 역사상 처음으로 올랐던 월드 시리즈 무대에서 워싱턴 내셔널스가 그야말로 겁없는 질주를 이어가며 창단 첫 월드 챔피언에 보다 가까이 다가갔다.

23일(한국 시각)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시작된 월드 시리즈 1차전에서 1점 차 승리를 거둔 내셔널스는 24일에 있었던 2차전에서는 9점 차 대승을 거뒀다. 경기 후반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불펜을 집중 공략하며 점수를 크게 벌린 덕분에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사실 이번 월드 시리즈를 앞두고 다수의 전문가들은 애스트로스의 챔피언 등극을 예상했다. ESPN에서 밝힌 전문가들의 예상에 따르면 애스트로스의 우승 예상이 22표, 내셔널스의 우승 예상이 7표로 큰 차이를 보였을 정도였다.

정규 시즌에서의 모습을 보면 충분히 그럴 만 했다. 애스트로스는 정규 시즌 107승으로 메이저리그 30팀 중 가장 많은 승리를 거뒀다. 내셔널스는 5월 중순까지만 해도 승률이 4할을 넘기지 못하며 한때 데이브 마르티네스 감독의 경질설까지 거론되는 위기를 넘기고 와일드 카드 자격을 따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전력 차는 있었다.

내셔널스 타선 막지 못한 콜, 이번 PS 첫 패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다른 모습들이 나오고 있다. 당초 월드 시리즈에서 내셔널리그 탈삼진 2와 3위(1위 제이콥 디그롬 255탈삼진), 아메리칸리그 탈삼진 1위와 2위가 맞붙는 파워 게임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1차전은 아메리칸리그 탈삼진 1위 게릿 콜(정규 시즌 326탈삼진)과 내셔널리그 탈삼진 3위 맥스 슈어저(정규 시즌 243탈삼진)의 대결이었다. 슈어저가 1회말에만 2실점했고, 콜이 2회와 4회에 1점 씩 내주면서 1차전 초반은 팽팽한 투수전 양상을 띄었다.

그러나 5회 미닛 메이드 파크를 찾은 애스트로스 팬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순간이 발생했다. 2번 타자 아담 이튼의 1타점 적시타 그리고 내셔널스의 젊은 타자 후안 소토의 2타점 2루타가 터지면서 콜을 상대로 한 이닝에 3점을 뽑은 것이다.

5실점하긴 했지만 콜은 그래도 7이닝 8피안타(2피홈런) 1볼넷 6탈삼진 5실점으로 자신이 던져야 할 이닝은 던졌다(104구). 슈어저는 경기 초반 제구가 흔들리면서 투구수 관리가 안 되는 바람에 5이닝 5피안타 3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생각보다 일찍 내려왔다(112구).

이후 불펜 대결에서 애스트로스는 윌 해리스와 조 스미스가 각각 1이닝 씩 던지며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타선이 침묵하면서 그대로 콜이 패전투수가 됐다. 내셔널스는 선발투수인 패트릭 코빈이 6회에 구원 등판하는 강수까지 두었고, 이후 태너 레이니, 대니얼 허드슨, 션 두리틀이 이어 던지며 도합 4이닝 2실점으로 승리를 지켰다.

사실 콜은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디비전 시리즈 2차전과 5차전 도합 15.2이닝 1실점,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 7이닝 무실점의 완벽 피칭으로 3경기 3전 전승에 평균 자책점 0.397의 압도적인 모습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월드 시리즈 1차전에서 7이닝 5실점 패전을 당하면서 포스트 시즌 성적 3승 1패 평균 자책점 1.82가 됐다.

이전까지 통산 포스트 시즌 20경기에 등판했던 슈어저도 월드 시리즈 등판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시절이었던 2012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6.1이닝 3실점 노 디시전을 기록한 적이 있었다. 다만 이 때는 슈어저가 각성하기 전이었고, 이번 등판을 포함하여 월드 시리즈 2경기 1승 무패 평균 자책점 3.97을 기록하게 됐다(포스트 시즌 통산 21경기 17선발 7승 5패 1홀드 3.36).

벌랜더 끌어내린 내셔널스의 뜨거운 타선

2차전은 아메리칸리그 탈삼진 2위 저스틴 벌랜더(정규 시즌 300탈삼진)와 내셔널리그 탈삼진 2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정규 시즌 251탈삼진)의 대결이었다. 신인상을 수상한 2006년 시절부터 월드 시리즈를 경험했던 벌랜더와 달리 스트라스버그에게는 생애 첫 월드 시리즈 등판이었다.

벌랜더와 스트라스버그는 1회에 각각 2점씩을 내주고 시작했다. 벌랜더는 앤서니 랜던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했고, 스트라스버그는 알렉스 브레그먼에게 2점 홈런을 허용했다. 그러나 그 이후 두 투수는 6회까지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에이스로서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줬다.

팽팽하던 승부는 7회초 급격히 그 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7회초 내셔널스의 선두 타자로 나온 커트 스즈키가 벌랜더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날리며 균형을 깬 것이다(3-2). 다음 타자 빅토르 로블레스까지 볼넷으로 출루하자 애스트로스의 A.J. 힌치 감독은 마운드에 올라 벌랜더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그러나 벌랜더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내셔널스의 타선은 더 화끈하게 불탔다. 트레이 터너의 2루타, 아담 이튼의 희생 번트와 랜던의 중견수 뜬공으로 2사 2, 3루까지는 그래도 어떻게 이닝이 끝날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애스트로스는 소토를 고의4구로 거르고 하위 켄드릭을 상대했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후반부터 경기력이 살아나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MVP까지 되었던 켄드릭은 내야안타로 밀어내기 타점을 올리며 공격 흐름을 계속 이어갔다(4-2). 이어서 아스드루발 카브레라의 2타점 적시타(6-2)와 베테랑 라이언 짐머맨의 타석에서 폭투와 내야안타 그리고 수비 실책까지 이어지면서 점수는 순식간에 벌어졌다(8-2).

애스트로스 불펜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벌랜더는 통산 30번째 포스트 시즌 등판(선발로는 29번째)에서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107구). 벌랜더는 포스트 시즌 통산 성적이 30경기(29선발) 2완투로 14승 10패(1완봉승) 평균 자책점 3.35에 202탈삼진(포스트 시즌 탈삼진 역대 1위)인데, 월드 시리즈 성적만 따지면 6경기 승리 없이 5패 평균 자책점 5.73으로 영 좋지 않다.

반면 생애 첫 월드 시리즈 선발 등판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 스트라스버그는 이번 포스트 시즌을 통해 더욱 강한 에이스가 되어가고 있다. 6회에도 1사 1, 2루 위기를 맞이했지만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고, 7회에 6점이 터진 덕분에 승리투수가 됐다. 이 경기까지 포함하여 스트라스버그는 통산 포스트 시즌 8경기(7선발) 5승 2패 평균 자책점 1.34에 64탈삼진을 기록하게 됐다.

급격히 기울어버린 승부의 추, 위기의 애스트로스

벌랜더를 끌어내리며 7회에만 6득점한 내셔널스는 그 이후에도 타선이 식지 않았다. 8회초 이튼의 2점 홈런과 카브레라의 적시타를 추가한 내셔널스는(11-2) 대수비로 투입된 마이클 테일러가 9회초 홈런으로 한 점을 더 보탰다(12-2).

애스트로스는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마틴 말도나도가 홈런으로 한 점을 만회하기는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12-3). 9회에 올라온 하비 게라는 홈런으로 한 점을 허용하고 이후 수비 실책으로 경기 시간이 좀 길어지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큰 위기 없이 경기를 끝냈다.

이리하여 월드 시리즈 전적은 내셔널스가 2승으로 앞서가게 됐다. 애스트로스에게는 단순한 2패가 아니라, 콜과 벌랜더 원투 펀치를 냈던 경기에서 모두 패하면서 그 충격이 더 컸다. 3차전 선발로 사이 영 상 수상 이력의 잭 그레인키가 등판하는데, 그레인키의 어깨가 크게 무거워지게 됐다.

그러나 그레인키의 포스트 시즌 통산 성적은 14경기 3승 6패 평균 자책점 4.44로 임팩트가 그리 강하진 않다. 그레인키는 다저스에서 뛰었던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의 성적만 보면 6경기 2승 2패 평균 자책점 2.376인데, 다저스 시절을 제외한 나머지 포스트 시즌 성적이 8경기 1승 4패 평균 자책점 6.58이다. 거기에다 그레인키도 이번 3차전 등판이 월드 시리즈 첫 등판이다.

애스트로스는 정규 시즌에서 콜과 벌랜더가 연속으로 나왔던 경기를 진 적이 2번 있었다. 4월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원정 경기, 6월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경기였다. 그런데 홈 경기에서 2경기 연속 패배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을 정도로 이 월드 시리즈에서의 2패는 충격이 크다.

올 시즌 애스트로스 선발진은 분명 강했다.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이 바로 왼손 선발투수의 부재였다. 그리고 이번 내셔널스와의 월드 시리즈에서 그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데, 내셔널스 중심 타선에 있는 젊은 왼손 타자 소토의 월드 시리즈 2경기 성적은 7타수 4안타(1홈런) 2볼넷 1도루 3타점 3득점으로 뜨겁다(타율 0.571 OPS 1.952).

포스트 시즌 8연승, 첫 월드 챔피언 보이는 내셔널스

반면 내셔널스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 들어와서 공포의 8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이번 가을에 가장 마지막으로 패했던 경기는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3차전, 바로 류현진의 올 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 경기였다. 류현진과 워커 뷸러만 이번 가을 내셔널스를 상대로 유이하게 승리를 거뒀다.

내셔널스는 정규 시즌 구원 투수 평균 자책점이 5.68로 내셔널리그 최악이었다. 그러나 와일드 카드 결정전과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슈어저와 스트라스버그 그리고 코빈까지 구원 등판하며 불펜의 약점을 최대한 메우려는 작전이 통했다. 이번 가을 내셔널스의 가장 큰 고비는 내셔널리그 정규 시즌 1위였던 다저스와의 디비전 시리즈였던 것이다.

그러나 가장 힘든 고비였던 다저스를 넘은 이상 그 어떤 팀도 내셔널스를 막지 못하고 있다. 통산 월드 챔피언 11회로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많은 우승 이력을 갖고 있는 "가을 좀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마저 내셔널스에게 4연패로 허무하게 패하고 말았다.

애스트로스와의 월드 시리즈에서도 원정 경기로 치렀던 2경기를 모두 잡아낸 내셔널스는 이제 워싱턴 D.C 내셔널스 파크에서 홈 경기를 치른다. 애스트로스에게 반등 요소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릴 3경기 중에 시리즈가 끝날 가능성이 높다.

코빈이 월드 시리즈에서도 한 차례 구원 등판을 치렀기 때문에 월드 시리즈 3차전 선발투수로는 베테랑 어니발 산체스가 선발로 나선다. 산체스도 포스트 시즌 통산 10경기(9선발) 3승 5패로 승운이 따르진 않았으나 평균 자책점 2.57로 좋은 편이다. 월드 시리즈에서는 벌랜더와 함께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시절인 2012년 1경기 등판하여 7이닝 2실점 패전을 당했지만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로 호투했다.

4차전에서는 코빈이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며, 5차전에서는 1차전에 등판했던 슈어저가 다시 나선다. 창단 첫 월드 챔피언의 기회를 잡은 내셔널스가 이 여세를 몰아 창단 첫 월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지, 아니면 애스트로스가 최소 2승 이상의 반격을 시도하여 휴스턴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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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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