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오브 마인> 포스터

<엔젤 오브 마인> 포스터 ⓒ (주)영화사 빅

 
스웨덴 출신의 배우 누미 라파스는 <밀레니엄> 시리즈와 <프로메테우스>로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그녀가 관객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건 작년 2월 개봉한 SF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를 통해서였다. 이 작품에서 그녀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만큼 차별화된 7명의 캐릭터를 혼자 소화하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오는 30일 개봉을 앞둔 <엔젤 오브 마인>은 이런 누미 라파스의 인상적인 연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앞서 가족을 소재로 한 <스트레인저랜드>(2015)를 통해 분위기와 대사로 긴장감을 끌어내는 심리전을 선보인 킴 파란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비슷한 전개를 선보인다. 7년 전 리지는 병원 화재 사건으로 신생아였던 딸을 잃게 된다. 이 사고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은 그녀는 몇 년간 치료를 받아야 했고 자연스럽게 남편과도 멀어지게 된다. 남편 마이크와 번갈아 가며 아들 토마스를 돌보던 리지는 어느 날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우연히 마주친 소녀 롤라에게서 묘한 감정을 느낀 그녀는 롤라의 가족에게 접근한다. 롤라의 오빠가 토마스와 같은 축구부라는 것과 롤라의 집이 부동산에 올라와 있다는 걸 알게된 리지는 학부모라는 점과 부동산을 보러 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녀는 침대 위에서 롤라의 머리를 쓰다듬다 거울을 보고 말한다. 우리 둘은 닮은 것 같지 않느냐고 말이다.
  
 <엔젤 오브 마인> 스틸컷

<엔젤 오브 마인> 스틸컷 ⓒ (주)영화사 빅

 
롤라의 어머니 클레어는 리지의 행동에 수상함을 느낀다. 그들 가족에게 지나칠 정도로 가깝게 접근하는 건 물론 롤라와 단 둘이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애쓰기 때문. 결국 클레어는 리지에게 자신의 집에 오지도 말고 롤라에게도 접근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리지는 끊임없이 롤라에게 다가서기 위해 노력한다. 리지는 생각한다. 롤라는 자신의 딸이라고. 7년 전 병원 화재 사건 때 다른 아기와 바꿔치기 당한 내 딸이라고 말이다.
 
이 작품은 우연히 본 소녀를 자신의 딸이라고 생각하는 한 여자를 통해 묘한 심리 스릴러를 선보인다. 여기서 '묘한'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리지의 캐릭터가 <요람을 흔드는 손>, <미져리> 같이 광기와 집착에 빠진 인물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리지는 친절하고 따뜻하며 다정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딸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롤라에 대한 집착 때문에 점점 행동이 과감해진다. 
 
파티장에서 롤라를 납치해 같이 배를 타는가 하면 몰래 롤라의 집에 침입하기도 한다. 이런 리지의 행동은 등골이 오싹해 지는 섬뜩함과 슬픔에 빠진 어머니를 향한 동정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리지라는 캐릭터는 집착과 광기를 지님과 동시에 모성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녀는 광녀인가 아니면 모성을 지닌 어머니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만든다.
  
 <엔젤 오브 마인> 스틸컷

<엔젤 오브 마인> 스틸컷 ⓒ (주)영화사 빅

 
누군가는 롤라에게 과하게 집착하며 롤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공포와 걱정으로 몰아넣는 그녀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또 다른 누구는 모성 때문에 스스로를 파멸로 나아가는 리지의 모습에 슬픔과 동정을 느낄지도 모른다. 감독은 리지의 캐릭터를 극단적으로 그려내지 않으면서 이런 두 가지 생각을 공존할 수 있게 한다. 때론 슬픔에 찬 어머니의 얼굴을, 때론 집착에 빠진 광녀의 얼굴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심리적인 긴장감을 높인다.
 
누미 라파스는 이런 리지의 얼굴을 다채롭게 표현해내며 다양한 감정을 전달한다. 여기에 리지와 대립하며 딸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클레어의 존재는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리지가 롤라에게 접근하면 할수록 점점 더 리지를 밀어내기 위해 강인해지고 대담해지는 클레어의 모습이 나오는데, 이는 한 소녀를 사이에 둔 두 모성의 충돌을 보여주며 극적인 재미를 끌어당긴다.
 
<엔젤 오브 마인>은 슬픔에서 벗어났다 생각했던 한 어머니가 한 소녀를 만나면서 환희와 집착에 동시에 빠져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심리 스릴러다. 잔인한 장면은 없지만 슬픔에 무너지는 리지와 그런 리지 때문에 곤경에 빠지는 클레어의 모습은 심리적 잔혹함을 안기며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 씨네리와인드에도 게재됩니다.
엔젤 오브 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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