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고동저(西高東低). NBA팬들에게는 일석이조(一石二鳥)나 구사일생(九死一生)만큼이나 쉽고 익숙한 사자성어(?)다. 그만큼 지난 수년 간 NBA는 서부 컨퍼런스의 강세가 오래 지속됐다. 당장 지난 시즌만 보더라도 동부 컨퍼런스 8위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승률이 5할(41승 41패)이었던 반면에 서부 컨퍼런스 8번 시드였던 LA클리퍼스의 승률은 무려 .585(48승 34패)에 달했다.

하지만 정작 지난 시즌 파이널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팀은 동부 컨퍼런스의 토론토 랩터스였다. 올랜도 매직과 필라델피아 76ers, 밀워키 벅스를 차례로 꺾고 동부 컨퍼런스의 대표가 된 토론토는 파이널에서 리그 3연패를 노리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4승 2패로 꺾고 창단 24년 만에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물론 골든스테이드는 케빈 듀란트가 부상으로 시리즈를 거의 소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디펜딩 챔피언' 토론토를 우승후보로 분류하는 농구팬은 거의 없다. 팀의 에이스 카와이 레너드(클리퍼스)가 토론토의 첫 우승을 이끌고 미련 없이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동부에는 밀워키, 필라델피아, 보스턴 셀틱스처럼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강 팀들이 많이 있다. 과연 동부 컨퍼런스는 2011-2012 시즌, 2012-2013 시즌의 마이애미 히트 이후 두 시즌 연속 NBA 우승컵을 사수할 수 있을까.

토론토 약해진 동부, 밀워키-필라델피아 양강 전망
 
 LA 클리퍼스에 입단한 레너드와 폴 조지

LA 클리퍼스에 입단한 레너드와 폴 조지 ⓒ AP/연합뉴스

 
지난 시즌 파이널 우승을 차지한 팀은 토론토였지만 정규리그에서 가장 높은 승률(.732)을 기록했던 팀은 바로 밀워키였다. 밀워키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에 선정된 '그리스 괴인' 야니스 아테토쿤포를 중심으로 올스타 슈터 크리스 미들턴, 긴 슛거리를 자랑하는 빅맨 브룩 로페즈 등이 주축이 돼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을 이뤄냈다. 밀워키의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은 레이 알렌과 글렌 로빈슨이 활약하던 2000-2001 시즌 이후 18년 만이었다.

토론토의 전력이 약해진 이번 시즌에도 밀워키는 동부 컨퍼런스의 최강자로 꼽힌다. 밀워키는 베테랑 슈터 웨슬리 매튜스와 카일 코버를 영입해 미들턴과 '양궁부대'를 완성하는데 성공했고 브룩 로페즈의 쌍둥이 동생 로빈 로페즈의 수비와 기동력도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시즌 전력에서 큰 이탈 없이 약점을 착실하게 보강한 밀워키는 분명 이번 시즌에도 동부 컨퍼런스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밀워키를 위협할 수 있는 있는 강한 전력을 가졌음에도 노련함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필라델피아는 알 호포드라는 경험 많고 영리한 빅맨을 영입했다. 토바이어스 해리스-호포드-조엘 엠비드로 이어지는 프론트 코트는 단연 NBA 최강으로 불리기 충분하다. 여기에 슛 빼고 다 가진 벤 시몬스가 비 시즌 동안 점프슛을 장착해 시범경기에서 3점슛을 성공시키는 장면을 연출해 필라델피아 팬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카이링 어빙(브루클린 네츠)이 떠난 보스턴은 샬롯 호네츠의 에이스 켐바 워커를 영입했다. 다만 호포드를 비롯해 마커스 모리스(뉴욕 닉스), 애런 베인스(피닉스 선즈) 같은 빅맨들이 차례로 팀을 떠나면서 골밑 전력이 대단히 약해졌다. 보스턴은 수비에 큰 약점이 있는 에네스 칸터가 주전 센터로 활약해야 하는 만큼 제일런 브라운, 제이슨 테이텀처럼 젊고 빠른 선수들을 적극 활용한 도움 수비가 매우 중요해질 전망이다.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면서 원활한 세대교체를 하는 팀으로 유명한 인디애나 페이서스는 에이스 빅터 올라디포가 단 36경기를 소화한 지난 시즌에도 동부컨퍼런스 5번시드를 차지했다. 올라디포가 부상을 털어내고 마일스 터너, 도만타스 사보니스 등 골밑 자원이 건재한 인디애나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말콤 브로그단, TJ 워랜 같은 선수들을 영입하며 더 높은 순위를 노리고 있다.

브루클린의 통 큰 투자, 듀란트-어빙-D.조던 동시 영입

비 시즌 동안 동부 컨퍼런스에서 NBA 팬들을 놀라게 한 의외의 행보를 보인 팀은 단연 브루클린이었다. 2010년대 중반 무분별한 노장 선수 영입과 신인 지명권 상실로 긴 암흑기를 겪었던 브루클린은 착실한 리빌딩 끝에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무대에 복귀했다. 그리고 지난 여름 FA시장에서 무려 3억 달러가 넘는 거액을 풀어 슈퍼스타 2명과 올스타 1명을 영입해 전력을 대폭 끌어 올렸다.

브루클린에 가세한 선수들의 면면은 두 번의 파이널 MVP와 올스타 10회 출전에 빛나는 '득점기계' 케빈 듀란트와 올스타 6회와 2014년 올스타전, 농구월드컵 MVP 수상자 카이리 어빙, 그리고 엄청난 운동능력과 리바운드를 자랑하는 디안드레 조던이다. 물론 아킬레스건을 다친 듀란트는 이번 시즌 출전이 쉽지 않지만 브루클린 팬들은 듀란트가 벤치에서 정장을 입고 앉아서 동료들을 격려하는 장면만 봐도 든든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드와이트 하워드(LA 레이커스)가 떠난 이후 4명의 감독이 바뀌는 동안 6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던 올랜도 매직은 지난 시즌 7번 시드로 7시즌 만에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베테랑 포워드 알-파룩 아미누를 영입한 것을 제외하면 전력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올랜도는 애런 고든, 에반 포니에, 조나단 아이작 등 20대 초·중반 선수들의 성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과 4년 연장계약을 체결한 마이애미 히트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슈퍼스타 드웨인 웨이드가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마이애미는 웨이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인앤 트레이드를 통해 리그에서 공수조화가 가장 뛰어난 스윙맨 중 하나로 꼽히는 지미 버틀러를 데려 왔다. 조쉬 리차드슨(필라델피아)과 하산 화이트사이드(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가 빠진 이번 시즌 마이애미는 버틀러를 중심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한편 신인 드래프트에서 '괴물' 자이언 윌리엄슨(뉴올리언스 펠리컨스)를 지명하고 FA시장에서 슈퍼스타 한 둘을 영입해 단숨에 우승후보로 떠오르려 했던 뉴욕 닉스의 원대한 포부는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뉴욕은 차선책으로 줄리어스 랜들, 타지 깁슨, 엘프리드 페이튼, 마커스 모리스 등을 영입했지만 전체 3순위 루키 RJ 베럿이 돌풍을 일으키지 못하면 '빅 애플'의 상위권 도약은 이번 시즌에도 꿈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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