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감독이 공석이었던 KIA 타이거즈의 사령탑이 마침내 선임되었다. 지난 15일 KIA는 맷 윌리엄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작전 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감독 경력이 있는 윌리엄스 감독은 2001년 애리조나 다이몬드백스에서 김병현과 한솥밥을 먹으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바 있었다. 

타이거즈 구단 역사상 최초로 외국인 감독이 부임하면서 하마평에 올랐던 타이거즈 레전드 출신 감독 선임은 무산됐다. 대다수 KIA 팬들의 여론도 순혈 인사의 감독 부임에는 부정적이었다.
 
 해설위원-단장-감독을 모두 거친 양상문 전 롯데 감독

해설위원-단장-감독을 모두 거친 양상문 전 롯데 감독 ⓒ 롯데 자이언츠

 
최근 KBO리그 감독 선임에는 흥미로운 흐름이 있다. 레전드급 스타플레이어가 은퇴한 뒤 방송 해설 위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는 잦다. 하지만 스타플레이어 출신 방송 해설위원이 감독으로 선임되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 새 감독을 물색 중인 롯데 자이언츠를 제외하면 9개 구단 감독 중에는 KBO리그 해설 위원 경력을 가진 이는 없다. 

감독 경력의 해설 위원이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한 적은 있었다. 롯데 사령탑이었던 양상문 감독이 해설 위원을 거쳐 LG 트윈스의 감독으로 발탁되어 시즌 도중인 2014년 5월 현장에 돌아왔다. 이후 LG 단장을 거쳐 다시 롯데의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했었다. 두산 베어스의 사령탑을 역임했던 김진욱 감독도 해설 위원을 거쳐 2016년 10월 kt 위즈의 감독으로 선임되었다. 
 
 해설위원 시절 재치있는 입담으로 인기를 모았던 LG 차명석 단장

해설위원 시절 재치있는 입담으로 인기를 모았던 LG 차명석 단장 ⓒ LG 트윈스

 
해설 위원의 단장 '영전'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LG는 2018시 즌 종료 뒤 차명석 단장을 선임했다. 그는 해설 위원 시절 '자학 개그'를 비롯해 빼어난 유머 감각을 자랑했다. 최근에는 한화 이글스가 정민철 해설 위원을 단장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해설 위원 경력'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몇몇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경우 해설 위원으로서 야구 팬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방송에서 요구되는 순발력이나 매끄러운 언변은 둘째 치고 최근 눈높이가 높아진 야구팬들의 기대 수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우 원 소속팀에서 감독 후보자로 물망에 올라도 팬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해설 위원으로서 대중들과 접촉한 경력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용덕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된 정민철 신임 한화 단장

한용덕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된 정민철 신임 한화 단장 ⓒ 한화 이글스

 
야구팬들은 감독의 자격에 대해 선수 시절의 플레이보다는 코치로서의 성과에 방점을 두고 따지기 시작했다. 코칭스태프의 명확한 분업화와 데이터 야구가 주류가 되면서 해당 분야에서 성과나 지식을 갖추고 있는지를 이른바 '매의 눈'으로 팬들이 주시하고 있다. 

스타 선수도 은퇴 뒤 코치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구단 역시 감독 선임에 있어 팬들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타 선수 = 감독 선임'의 등식은 사라지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스타 선수들이 감독을 비롯한 지도자를 기피하는 추세다. 연봉이 선수 시절에 비해 크게 적은 가운데 업무의 강도 및 스트레스는 심하기 때문이다. 최근 KBO리그가 메이저리그와 비슷한 트렌드를 따라간다고 볼 수 있다. 감독보다는 단장으로 영입되고 있는 스타 해설위원들의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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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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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용선 /감수: 김정학 기자)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프로야구 KBO 정민철 차명석 양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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