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맞붙는 양키스-휴스턴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맞붙는 양키스-휴스턴 ⓒ 정강민

 
왕조는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양키스하면 떠오르는 왕조의 이미지는 월드시리즈 27회 우승으로 이뤄진 아주 유서깊은 것이었다. 아메리칸리그 기준 가장 긴 9년 연속 지구우승도 해냈고 28년 연속으로 5할 이상의 성적을 이어오고 있다. 117년의 역사로 넓게 돌아보더라도 단 21번의 5할 미만 시즌이 있었다는 점에서 과거에도, 지금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만한 위력을 보여줄 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애틀랜타도 14년 연속 지구우승으로 더 큰 역사를 만들어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새로운 투자그룹의 인수로 새단장한 다저스는 7년 연속으로 새로운 왕조를 향한 발걸음을 계속 시도해보고 있지만 아직도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한 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이 연속 우승은 고사하고 포스트시즌조차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여전히 1998-2000년에 걸친 양키스의 3연패 우승 후에는 2연패는 나오지 않았다. (월드시리즈 2연속 진출은 4개 팀 달성)

그런 상황 속에서 휴스턴이 도전장을 던졌다. 강도 높은 탱킹을 감행하며 따가운 시선도 받았지만 감내한 끝에 얻은 열매는 상당히 달았다. 처음 선을 보이는 완전체 전력에서 휴스턴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했고 3년 연속 챔피언십시리즈를 경험하게 됐다. 과감한 투자도 주저하지 않는 결단력을 갖추고 있고, 주축 전력들도 잘 지키고 있다. 얼마나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까지는 알 수 없겠으나, 당장은 단기간에 최대한 많은 임팩트를 보여줄 왕조를 구축하는 단계를 밟고 있다.

2년 전 양키스가 짧은 재정비를 마치고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가을야구에서 왕조의 저력을 보여줬었는데 당시 휴스턴이 정말 어려운 승부 끝에 이들을 다시 잠재웠던 바 있다. 또 다시 임팩트를 발산할지, 아니면 전통의 양키스가 10년의 공백을 딛고 월드시리즈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을지, 왕조형 팀들의 빅매치가 또 한 번 성사됐다.

# 양키스-휴스턴, 2019 최고 빅매치에 또 한 번 자웅을 겨룬다
 
 양키스-휴스턴 주요 성적 비교

양키스-휴스턴 주요 성적 비교 ⓒ 정강민

 
양키스의 미네소타 상대 절대강세의 역사는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반복됐다. 시즌 막바지와 디비전시리즈 직전까지도 선수들의 이탈(헤르만, 사바시아)이 끊이지 않았는데, 올해 극복하는 힘이 또 발휘됐고 여기에 기분 좋은 역사까지 반복되며 미네소타를 상당히 쉽게 제압해냈다. 유일하게 3연승으로 디비전시리즈를 끝내 휴식까지 챙겨받은 양키스는 잘 충전하여 휴스턴과의 시리즈를 대비하고 있다.

반면 휴스턴은 의도치 않은 고전에 곤혹스러워했다. 첫 시리즈부터 2승을 먼저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두 번 장소를 옮기며 경기를 가져야 했다. 만약 게릿 콜의 힘이 없었으면 정말 위험했을 정도로 의외의 복병에 힘겨운 가을 초반부를 보내야 했다. 급한 불을 끈 휴스턴은 짧은 재정비 기간이지만 추가 이동 없이 홈에서 양키스를 기다리며 시리즈를 준비한다.

두 팀은 홀수해 포스트시즌에 격년제로 만나고 있다. 2015시즌 첫 맞대결은 와일드카드에서 이뤄졌는데 당시 휴스턴이 카이클의 힘으로 양키스를 제압했다. 2년 뒤 무대를 챔피언십시리즈로 옮긴 두 팀은 홈팀이 모두 승리를 거머쥔 끝에 홈 어드밴티지를 가진 휴스턴이 월드시리즈로 올라 우승을 이뤄냈다. 양키스는 계속 마지막에 휴스턴을 넘지 못해 번번히 가을야구를 마감했는데, 올해는 다른 전개를 기대한다.

전력측정 및 랭킹산정시스템인 ELO 레이팅에서는 정규시즌 최종일 기준으로 두 팀을 나란히 2위와 3위에 올렸었다. (현재 1위-2위) 선발진의 힘은 휴스턴에 더 있고, 일단 템파베이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홈경기 극강 면모를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 더욱이 이제 남은 4팀은 모두 홈구장에서 우위를 보였기에 모든 시리즈에 홈 어드밴티지를 확보해놓은 휴스턴은 홈에서 많은 경기를 치를 수 있어 가장 유리하다. 이를 등에 업고 휴스턴은 홈구장에서 가을야구 한정 양키스 상대 5연승을 계속 이어가려 한다.

# 선발 분석
 
 양키스와 휴스턴 선발진 ALDS 주요성적 비교

양키스와 휴스턴 선발진 ALDS 주요성적 비교 ⓒ 정강민

 
양키스의 선발진은 팩스턴-다나카-세베리노로 재편됐고, 오프너 활용도 공언된 상황이었다. 팩스턴의 기세가 괜찮긴 했지만, 대신 다나카의 활약이 이전 시즌들에 비해 아쉬웠고 세베리노는 막판에 돌아와 정규시즌 단 3경기만 소화하고 포스트시즌에 합류했다. 그러다보니 무게감은 최근 3년 중 가장 부족한 상황이다. 일단 디비전시리즈는 타선의 폭발을 업고 선발투수들이 맡은 이닝에 확실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나갔다.

그러나 진정한 시험대는 바로 이 챔피언십시리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휴스턴은 어쨌든 가을야구 최고 전력으로 정규시즌을 마쳤고 그에 걸맞게 주전 대부분이 .850 이상의 OPS를 기록하는 강타선을 보유하고 있다. 양키스 투수진을 상대로 더 화끈한 공격력을 아낌없이 보여줬던 바도 있다. 무게감이 안그래도 부족한 양키스 선발진이 어떤 방식으로 휴스턴의 활화산 타선에 대응해낼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

휴스턴의 마운드는 고민스럽기 그지 없다. 그레인키와 마일리가 지키게 될 원정 2연전이 불안했다고 판단한 휴스턴은 벌랜더를 4차전에 내세우며 적지에서 시리즈 마무리 후 긴 휴식을 가지길 원했다. 그러나 대가는 매우 컸다. 그레인키가 버티지 못했던 것은 물론, 3차전에 마일리를 소비하고 4차전 3일 휴식 후 등판한 벌랜더마저 초반에 무너지는 생각지도 못한 전개로 휴스턴에서 남은 한 경기를 더 치를 수 밖에 없었다.

챔피언십시리즈는 7경기까지도 치뤄지므로 마일리는 선발로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순번대로라면 1차전은 그레인키의 차례인데, 원정에서 좋지 못했던 팀의 활약을 감안한다면, 첫 2경기에는 극강의 활약을 한 게릿 콜을 낼 수 없는 상황은 아쉬움이 매우 크다. 다행히 벌랜더가 휴식일을 정상적으로 소화한 채 그레인키의 뒤를 받친다. 홈에서 2승을 선취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인 상황에 이번에는 그레인키가 기대에 응답할지 지켜봐야 한다.

양 팀 모두 선발진 쪽에서 이탈과 부진 등으로 불안요소가 있는 상황인데, 이를 어떤 팀이 발빠르게 잘 추스를지도 매우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불펜 분석
 
 양키스와 휴스턴 불펜진 ALDS 성적 비교

양키스와 휴스턴 불펜진 ALDS 성적 비교 ⓒ 정강민

 
양키스의 불펜은 자신들이 보여온 위용을 미네소타에게 그대로 보여줬다. 물론 거의 1:1 비율로 선발-불펜의 이닝이 분담되어 3차전 시리즈 치고는 불펜을 많이 활용하긴 했지만 홈 2연전에서 승전조들에게 다소 휴식을 줄 수 있는 큰 리드가 확보됐기 때문에 선수 개개인의 이닝 소화는 많지는 않았다. 오히려 투구 감각을 유지하는 등판을 모두 한 번씩 하는 선에서 디비전시리즈를 마무리해 나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휴스턴은 5경기를 소화했음에도 불펜투수들이 양키스보다 ⅔이닝 모자른 13이닝만을 던졌다. 선발투수들의 활약이 많으면서 자신들의 약점이 감춰진 부분들이 있는데, 사실 불펜은 템파의 타선을 잘 제어하지 못했다. 패전조들이 투입된 3차전에는 그레인키를 무너트린 기세를 잇지 못했다. 승전조를 보더라도 프레슬리와 오수나의 아찔한 투구들이 나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더 큰 곤경에 처하는 것을 막아준 윌 해리스의 투구가 그래서 아주 값졌다.

정규시즌 두 팀의 불펜은 모두 상대 타선을 제어해내지 못했다. 모두 6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정도로 타선의 힘에 밀리는 모습들을 보였다. 프레슬리, 헥터 론돈, 잭 브리튼, 토미 케인리, 채드 그린 같은 빅리그 어느 팀에서도 승전조에 들어갈만한 구위를 갖춘 수준급 불펜 자원들도 양 팀이 보유한 여러 강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이번에 다른 모습을 보일 불펜은 어떤 팀 불펜일지 지켜봐야할 것이다.

많은 불펜투수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양 팀의 핵심 불펜투수인 양키스 오타비노(3.2이닝 2.45)와 채프먼(1.1이닝 무실점), 휴스턴 해리스(2이닝 무실점)와 오수나(3이닝 무실점)는 좋은 모습을 이어왔다. 가장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을 이 셋업맨-마무리 조합 간의 명암이 어떻게 나뉠지도 시리즈 명운을 가를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타선 분석
 
 양키스와 휴스턴 타선 ALDS 성적 비교

양키스와 휴스턴 타선 ALDS 성적 비교 ⓒ 정강민

 
양키스의 타선은 글레이버 토레스가 이끌고 있다. 작년에 처음 등장해 24개 홈런으로 예열한 최고 유망주 출신의 미들인필더 토레스는 올해 38개 홈런을 치는 활약에 이어 포스트시즌에도 기세가 살아있다. 최고의 영입 중 하나인 DJ 르메이휴도 여전한 기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 내내 이탈 없이 자리를 지켜준 두 일등공신이 여전히 타선을 떠받치며 미네소타 타선에게 무난히 점수를 뽑아냈다.

그러나 이제는 양키스의 앞에 공략난이도가 확 오른 선발진이 대기하고 있다. 그레인키가 흔들렸다곤 하지만 여전히 강한 투수이며, 벌랜더와 콜은 이번시즌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투수를 양분했다. 미네소타 상대로 경기 초반을 흔들어 재미를 본 양키스인데 이번 상대는 그걸 거의 허용하지 않는 정반대의 경험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연한 적응력을 발휘해 이 최강 선발진에 대응해 내놓을 전략을 지켜봐야 한다.

휴스턴 타선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 템파베이 불펜투수들에게 어려움을 겪었다. 오히려 템파베이 타선보다도 비율 스탯은 밀렸으며, 휴스턴이 자랑하는 타선은 템파베이와의 득점 대결에서 딱히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맥을 못췄던 타선은 곧바로 템파베이 다음의 fWAR를 올린 역시 만만치 않은 불펜들을 보유한 양키스와 상대를 하게 됐다.

그래도 휴스턴의 타자들은 정규시즌 무게감이 이전같지 않은 양키스 투수진을 잘 공략해냈다는 점이 있고, 득점력에 관계없이 일단은 디비전시리즈에서도 알투베-브레그먼-알바레즈의 클린업 트리오는 제대로 가동이 됐다는 게 매우 큰 희소식이다. 테이블세터와 하위타선이 조금만 힘을 내준다면 휴스턴의 득점포는 금방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챔피언십시리즈에는 정규시즌 때 보여준 타선의 힘이 회복될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 한다.

# 관전포인트

제아무리 양키스 타선이라 해도 휴스턴의 빅3 선발진은 큰 벽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벌랜더와 콜은 정상적인 등판간격이 보장되면 무너트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잭 그레인키와 웨이드 마일리가 맡을 경기들은 무조건 잡아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1차전이 그 어느때보다 양키스에 매우 중요할 것이다.
휴스턴이 홈에서 절대 강세인만큼 (17-19시즌 홈 12승 5패)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승을 거둘 수 있느냐가 원정을 오는 팀들에겐 상당히 중요하다.

17-19시즌 미닛메이드파크 휴스턴 상대 결과

17 DS 보스턴 2패 (휴스턴 ALCS 진출)
17 CS 양키스 4패 (휴스턴 WS 진출)
17 WS 다저스 1승 2패 (휴스턴 우승)
18 DS 클리블랜드 2패 (휴스턴 ALCS 진출)
18 CS 보스턴 3승 (보스턴 WS 진출)
19 DS 템파베이 3패 (휴스턴 ALCS 진출)

휴스턴은 타선의 불균형이 해소된다면 다시 위용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몇몇 허점을 드러내긴 했어도 아직도 지금 가장 강한 전력의 팀은 휴스턴으로 꼽을 수 있다. 이제 초반 의외의 위기를 잘 극복한 뒤 순항해가는 강팀의 모습이 필요한데 상위 및 하위타선이 각각 클린업 트리오의 공격 기회 창출 및 뒷받침을 원활히 해주던 모습이 돌아오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몇몇 투수들이 좀 더 힘을 내줄 필요가 있긴 하지만, 지금의 휴스턴에게는 타선 부활이 더 절실히 필요해보인다.

실질적으로 이번 가을의 가장 큰 빅매치는 아마도 이번 매치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반대편에도 다저스를 대신하는 데 부족함 없는 전력을 가진 팀들이 올라와 맞대결을 진행하고 있지만, 흥행이나 티켓파워에서 다저스가 포함된 매치업의 주목도를 이 두 팀이 넘어서기엔 어려움이 조금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리즈의 주목도는 월드시리즈도 충분히 넘어서는 것이 가능하다.

가장 큰 주목도를 등에 업을 시리즈에서 이겨 기세를 몰고 갈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은 누가될 것인가. 휴스턴이 신흥왕조의 임팩트가 또 한 번 옛 왕조를 삼킬지, 아니면 양키스가 거듭 체면을 구기게 한 휴스턴에게 이번엔 명가의 위력을 보일 수 있을지 곧 서막이 오르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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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포스트시즌 가을야구 챔피언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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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에서 일어난 팩트에 양념쳐서 가공하는 일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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