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부산 동서대센텀캠퍼스 만석소극장에서 열린 국립영화박물관 토론회

5일 오전 부산 동서대센텀캠퍼스 만석소극장에서 열린 국립영화박물관 토론회 ⓒ 성하훈

 
'국립영화박물관' 건립 주체는 누구이고 어떤 식으로 운영해야 할 것인가?
 
지난 5일 오전 동서대 센텀캠퍼스 만석소극장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포럼 '국립영화박물관 : 한국영화 100년, 미래영상문화를 위한 투자'는 영화박물관 건립에 대해 영화인들의 의견을 모으는 자리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지난해 한국영화 100년을 앞두고 영화인들은 부천에 국립영화박물관을 건립하자는 데 뜻을 모았으나, 구체적인 계획이나 예산 마련이 안 된 상태였다. 이날 포럼은 박물관 건립에 대해 정부 측이 공감하고 내년 예산안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고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한국영화 100년'과 '5대 영화 강국'의 위상을 고려해 박물관이 있어야 한다는데 영화계가 동의하고 있기에 세부적인 실행안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는 자리기도 했다.
 
5대 영화강국으로서 영화박물관은 필수
 
이날 이 자리에선 작은 규모의 박물관과 국내 영상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의 적극적인 관심이 눈에 띄었다. 영상자료원 조준형 선임연구원은 "영화박물관은 지난 2014년 한국영상자료원 설립 40주년을 맞아 비전 선포식을 통해 발의된 6대 과제 중 하나"라며 추진 배경과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설명했다.
 
2014년 문체부 주관으로 영화박물관 건립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2017년 사전 타당성 조사 등을 통한 연구용역이 발주됐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과 문화정책변화로 인해 함께 추진됐던 부지 선정과 예비타당성조사는 연구용역에서 삭제됐다.
 
2017년 11월 박물관은 건립 추진은 문체부에서 직접 진행하는 것으로 결론났고, 2018년 문체부에 최종 보고가 됐다.

조준형 연구원은 "영상자료원은 국내서 가장 많은 자료를 보관하고 있으나 예산이나 조직 규모를 감안할 때 영화박물관을 추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국립영화박물관 건립을 주제로 한 부산영화제 포럼

지난 5일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국립영화박물관 건립을 주제로 한 부산영화제 포럼 ⓒ 배장수 제공

 
영화박물관은 한국영화의 기술적, 산업적 발전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해외 영화박물관의 교류와 관광 인프라 구축, 유무형 가치가 있는 자료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사라져가는 영화 유물들을 제대로 관리해야 하고 제대로된 전시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기 때문이다. 
 
채지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획 전시와 IT기술 및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 시민을 위한 여가 문화공간의 장 및 영화 역사의 보존과 공유라는 측면에서 박물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채 연구위원은 또한 영화박물관의 규모에 대해 "1만6500㎡(5000평) 면적이 필요하다면 건립비용은 665억 원 정도가 소요되고 전시공사비와 사업추진비 등의 비용을 더해 1천억에 조금 못미치는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립 기간은 대략 7년 정도로 예상했다. 그는 이어 전시 기본방향에 대해서도 "나열식 전시는 지양하고 새로운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는 전시기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영상자료원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영화박물관과의 협동체계를 구축해 운영해야 하며 궁극적으로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전문 자료의 보존과 복원 등에서 겹쳐지는 업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박물관 건립에 부산, 부천, 인천 등 관심
 
박신의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장은 해외 영화박물관의 실태를 전하면서 프랑스 파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중국 상하이 영화박물관, 호주 무빙 이미지 센터, 네덜란드 영화박물관과 2020년 개관 예정인 LA 아카데미 영화박물관 등의 규모-활동에 대해 이야기 했다. 
 
박 교수는 "해외 영화박물관들이 국가적 대표 시설로서 건립하는 추세"라며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조하고 대중 친화적 참여 프로그램을 통한 변화가 크고, 박물관과 아카이브, 영화상영관 등이 유기적 연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시 주제에 대해서도 "영화사와 산업, 영화인, 영화기술 등의 특성을 살린 연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영화박물관에 관심을 갖고있는 지자체는 부산과 부천, 인천 등이다. 토론자로 참여한 영화인들은 내부 조율을 통해 하나의 안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양윤호 한국영화감독협회 대표는 "영화계가 합의해서 하나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정 중앙대 교수는 "지역에서 랜드마크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건립 지역과의 관계 설정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남양주종합촬영소 안명예의전당에 전시돼 있는 옛 영화촬영장비

남양주종합촬영소 안명예의전당에 전시돼 있는 옛 영화촬영장비 ⓒ 성하훈

 
박물관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토론회였지만 정작 보존해야 할 유물들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영화박물관을 채울 소장품 확보에 대해 조준형 연구위원은 영화 제작 장비를 국내에서 구입하고 소품이나 의상은 남양주종합촬영소에 보존된 것 중 선별 활용하거나 직접 제작해 전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소품과 의상을 대여해오던 업체는 영진위가 오는 16일 남양주종합촬영소를 폐쇄할 예정인 터라 오갈 데 없는 처지에 있다. 한국영화에 사용된 중요한 유산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규모로 인해 이전 비용만 수억 원이 필요해,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진행되고 있다.
 
또 종합촬영소 안 원로 영화인들의 기자재와 의상, 소장품 등을 보존해 놓은 명예의 전당 역시 같이 폐쇄될 예정이다. 보존돼야 할 영화사적 자료들이 당장 옮길 데가 없는 처지에 놓이면서 원로영화인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 영화계 인사는 "영화박물관 청사진도 중요하지만 박물관에 필요한 소중한 자료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데 대한 영화계 차원의 대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남양주종합촬영소 안에 위치한 대여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촬영 소품들

남양주종합촬영소 안에 위치한 대여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촬영 소품들 ⓒ 성하훈

 
국립영화박물관 부산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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