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다저스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지고 올해 가을야구 여정을 시작한다.

LA 다저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은 오는 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워싱턴 D.C.의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리는 2019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1차전 승리의 기세를 잇지 못하고 2차전에서 2-4로 패한 다저스로서는 시리즈의 흐름을 잡기 위해 3차전 승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그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마운드에 오를 투수가 바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다.

흔히 5전 3선승제의 시리즈에서 1승 1패로 3차전에 돌입하게 되면 1차전 승리팀보다는 2차전 승리 팀의 분위기가 더 좋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워싱턴은 원정경기를 따내고 안방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더욱 기세가 올라 있다. 과연 류현진은 2차전 승리로 잔뜩 고무된 워싱턴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며 '가을사나이'의 진가를 이어갈 수 있을까.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로버츠 감독의 선발 로테이션 감추기
 
메츠전 투구하는 류현진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의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 5회에 상대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지고 있다. 류현진은 이날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오래간만에 여유를 되찾았다.

▲ 메츠전 투구하는 류현진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의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 5회에 상대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지고 있다. 류현진은 이날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오래간만에 여유를 되찾았다. ⓒ AP/연합뉴스

 
다저스가 가을야구에서 클레이튼 커쇼, 류현진, 워커 뷸러로 이어지는 '올스타3인방'을 1~3차전 선발투수로 투입할 거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워싱턴과 밀워키 브루어스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끝난 후에도 1차전 선발이 뷸러임을 발표했을 뿐 디비전시리즈 선발 순서에 대해 철저히 보안을 유지했다. 야구팬들 입장에서는 조금 유난스럽다고 느껴졌을 정도.

결과적으로 로버츠 감독의 '선발투수 감추기'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두 좌완 선배들을 제치고 1차전 선발로 낙점된 뷸러는 같은 14승 투수였던 워싱턴 선발 패트릭 코빈과의 맞대결에서 6이닝 1피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1차전 승리를 이끌었다. 작년 가을야구에서 4경기에 등판해 승리를 챙기지 못했던 뷸러에게 생애 첫 가을야구 승리를 안겨 준 의미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다저스는 5일 열린 2차전에서 1차전 승리의 기운을 이어가지 못했다. 가을에 유독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다저스의 에이스 커쇼는 2차전에서 6이닝 3실점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고도 6이닝 3피안타 10탈삼진 1실점을 기록한 워싱턴 선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의 호투에 밀려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커쇼는 작년 월드시리즈 2경기를 포함해 최근 가을야구 3경기에서 모두 패전을 기록했다).

이제 3차전은 드디어 류현진의 차례다. 류현진은 올 시즌 워싱턴과의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0.61(14.2이닝 1실점), 워싱턴의 홈구장 내셔널스 파크에서도 1경기에서 6.2이닝1실점으로 호투한 바 있다. 워싱턴에게 유난히 강했던 류현진이 팀 내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뷸러, 사이영상 3회 수상에 빛나는 다저스의 에이스 커쇼를 제치고 가장 부담스러울 수 있는 원정 3차전 선발 투수로 낙점된 이유다. 

원정경기 등판 부담 대신 주어진 7일의 꿀맛 같은 휴식

사실 원정경기 등판은 홈에서 강한 류현진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류현진은 원정경기에 등판하는 대신 충분한 휴식을 보장 받았다. 실제로 류현진은 지난 9월29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7이닝 무실점) 이후 7일의 휴식을 취하며 워싱턴전에 대비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강행군을 치르고 있는 워싱턴 투수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가 팀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짧았던 황금기가 끝나는 듯 했던 워싱턴은 올 시즌 93승을 거두며  2년 만에 가을야구에 복귀했다. 밀워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스트라스버그를 불펜으로 투입하는 초강수를 써가며 디비전 시리즈까지 진출했다. '매드 맥스' 맥스 슈어저와 '다승왕' 스트라스버그,좌완 코빈으로 이어지는 선발 트리오는 다저스를 능가한다는 평가.

워싱턴은 5일 열린 2차전에서 3차전 선발로 낙점됐던 슈어저를 불펜으로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리고 슈어저는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며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는 위력적인 투구를 펼쳤다. 슈어저의 2차전 불펜 등판은 3-0에서 3-2로 추격을 허용한 워싱턴이 반드시 2차전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다저스와 류현진 역시 더욱 결연한 의지로 워싱턴 원정을 치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류현진은 작년까지 가을야구에서 통산 7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4.11을 기록했다. 다저스타디움에서는 3경기에서 2승2.18로 대단히 강했지만 원정경기에서는 4경기에서 2패 ERA 6.00으로 썩 재미를 보지 못했다. 류현진의 올해 첫 가을야구 등판이 원정경기로 결정됐을 때 많은 야구팬들이 우려한 이유다. 하지만 류현진은 언제나 위기의 순간에서 더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던 투수이고 류현진은 7일 경기에서 그 집중력을 최대로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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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2019 포스트시즌 LA다저스 류현진 코리안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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