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니 맨> 포스터

<제미니 맨>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2012년 작 <라이프 오브 파이>는 실감나는 호랑이 그래픽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실제 호랑이와 CG를 혼합해 구명보트에 홀로 남은 파이와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표류를 실감나게 담아냈다.

이안 감독은 <브로크백 마운틴> <색, 계> <센스 앤 센서빌리티> 등 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통해 거장에 올라선 인물이다. 하지만 작품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라면 그래픽적인 시도 또한 두려워하지 않는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물론 <헐크>나 <와호장룡> 같은 영화에서 이안 감독은 영화의 질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고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제미니 맨>은 히어로 영화와 시리즈물을 통해 기술적으로 경이로운 수준에 도달한 할리우드 시장에서 이안 감독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선보인 새로운 시도라 볼 수 있다. HFR 3D 플러스 기술을 통해 색다른 영상미를 선보이는 이 작품은 HFR 3D, 4D, 스크린X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개봉을 확정지은 만큼 기술적인 측면이 눈길을 끄는 영화이다.
  
 <제미니 맨> 스틸컷

<제미니 맨>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최강의 요원 헨리는 오랜 활동 끝에 은퇴를 결심한다.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이 계속되는 만큼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심해지고 이런 고통은 그가 늦었지만 남들처럼 살아가기를 결심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려는 그는 자신에게 감시자 대니가 붙은 걸 알게 된다. 빠르게 그녀의 정체를 밝혀내고 친구가 되지만 조직이 감시자를 붙였다는 사실에 불안을 느끼게 된다.
 
헨리의 예상대로 조직은 그에게 공격을 가한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헨리는 대니와 함께 과거 전우였던 배런을 찾아간다. 미국을 떠나 콜롬비아에 있는 배런의 집에 머무르며 계획을 구상하던 헨리 앞에 새로운 암살자가 등장한다.

기존 요원과는 다른 강한 능력을 지닌 그 요원은 생김새부터 능력까지 과거의 헨리와 너무나 닮아 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헨리는 이에 대해 조사하고 자신을 추격하는 그 요원의 정체가 과거 '제미니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DNA로 탄생한 또 다른 자신이란 걸 알게 된다.
  
 <제미니 맨> 스틸컷

<제미니 맨>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플롯의 측면에서 보자면 <제미니 맨>은 신선함이 다소 부족하다. 조직의 실체와 배신, 이에 추격당하는 은퇴한 최고의 요원, 인간복제 등은 기존 액션영화들에서 볼 수 있었던 요소들의 조합에 머무른다. 중요한 건 이를 조합하는 능력과 새로운 느낌으로 전개할 수 있는 표현력이다. 드라마 장르에서 강한 능력을 발휘하는 이안 감독은 액션 블록버스터 안에 휴머니즘의 감성을 담아낸다.
 
헨리가 복제된 자신에게 느끼는 연민과 복제된 헨리인 주니어가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지점은 파괴력 높은 액션에 자칫 무너질 수 있었던 스토리의 감정선을 잘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감독은 이를 위해 헨리가 젊은 시절 전쟁에 참전하고 사람들을 죽이며 느꼈던 감정적인 고통을 깔아두고 이를 통해 주니어가 겪는 혼란을 장황한 드라마 없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여기에 기술적으로 색다른 액션 블록버스터의 매력을 선사한다. HFR 3D 기술력을 통해 동력을 얻은 이 영화의 액션 장면들은 화끈하고 강한 힘을 선사함과 동시에 기술을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섬세한 고민이 돋보인다.
  
 <제미니 맨> 스틸컷

<제미니 맨>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하이라이트는 헨리와 주니어가 펼치는 추격전이라 할 수 있다. 강렬한 속도감이 돋보이는 이 장면은 마치 FPS(1인칭 슈팅 게임)를 즐기는 듯한 총격전과 오토바이 추격전이 일품이다. HFR 기술을 통해 표현된 3D 화면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통해 추격전의 속도감과 액션의 파괴감을 동시에 살려낸다. 이런 기술적인 발전은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가 주는 쾌감을 높여준다. 
 
<제미니 맨>은 집에서도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에 왜 극장을 찾아야 되는지에 대한 이유 또한 알려준다. 입체감 있는 3D 화면은 여기에 자연스러운 속도감을 더하며 더욱 실감나는 액션 장면을 연출해낸다. 극장이 지닌 힘은 커다란 화면과 귀를 울리는 사운드에만 있지 않다. 기술적인 완성도가 주는 색다른 체험감과 이를 표현할 수 있는 극장의 플랫폼이야 말로 관객들을 모으는 힘임을 영화는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제미니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