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인스타인> 스틸컷

영화 <와인스타인>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 SMC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들, 그 뒤에는 하비 와인스타인이 있었다. 최고의 영화 제작사였던 '미라맥스' 설립자이자 '와인스타인 컴퍼니'의 회장인 그를 가리키는 이름은 많다.

세상을 뜨겁게 만들었던 미투 운동의 시발점 하비 와인스타인은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30년 동안 100여 명의 피해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던 이유를 BBC 제작 다큐멘터리 <와인스타인>이 밝혔다.

와인스타인은 어쩌다 괴물이 되었나
 
 영화 <와인스타인> 스틸컷

영화 <와인스타인>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 SMC

 
지난 9월 26일 국내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와인스타인>은 피해자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하나씩 되짚으며 괴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간다. 할리우드는 영화로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꿈의 공장이다. 꿈을 꾸는 여성들을 힘과 권력으로 착취한 와인스타인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물불 가리지 않았다.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밑 빠진 독을 가진 사람이었다.

다큐멘터리에서 와인스타인의 유년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외모에 자신감이 없고 사교 활동도 안 하던 소심한 아이였다고 말한다. 영화판으로 옮겨 오기 전에는 그저 야망 가득한 공연기획자였다고. 하지만 언제부터 그는 권력과 명성을 얻길 원했고 영화판으로 뛰어들며 욕망의 파이를 키워갔다.

지는 것을 싫어하고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 믿는, 거만한 제작자로 변하기 시작했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와인스타인을 꼭 거쳐가야만 배역을 맡을 수 있었다. 권력을 얻은 그는 점점 더 할리우드의 왕처럼 군림하고자 했다.
 
 영화 <와인스타인> 스틸컷

영화 <와인스타인>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 SMC


그는 참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와 기획력, 마케팅력을 가진 천재임은 분명했다. 좋은 영화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동생 밥 와인스타인과 환상의 콤비로 시너지를 만들었다.

<시네마 천국>,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시나리오 기획을 주도했다. 그 후 <펄프 픽션>, <셰익스피어 인 러브>, <굿 윌 헌팅>, <킬 빌>, <반지의 제왕>, <시카고> 등 내로라하는 수작들이 와인스타인의 손끝에서 나왔다.

1993년 미라맥스를 디즈니에서 인수해 최대한의 독립성을 유지하며 더욱 키웠다. 현재까지 그가 기획하거나 제작한 영화들의 수상과 흥행은 다 열거하기도 벅차다.

용기 있는 고백,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영화 <와인스타인> 스틸컷

영화 <와인스타인>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 SMC

 
하지만 용기 있는 여성들의 충격적인 고백으로 와인스타인은 무너져 내린다. 2017년 <뉴욕타임스>의 성 추문 보도는 세상을 발칵 뒤집었고 미투 운동을 촉발했다. 인터뷰에 응한 전·현직 동료들의 폭로는 듣는 사람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와인스타인과 같은 배를 타면 뭐든 누릴 수 있었다. 이들은 모두가 알면서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영화는 수많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통해 침묵한 사람들도 공범자라 말한다. 이 바닥에 다시는 발을 들이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피해자의 두려움은 철옹성을 만들었고, 30년 동안이나 유지되었다.

성범죄를 떠올리며 진술하는 것은 2차 피해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 내어 카메라 앞에 선 여성들의 인터뷰에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졌다. 성공을 위해 많은 여성들이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덮어버렸다. 큰 배역을 따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언제나 비난과 가십의 대상은 여성들이었다.

누군가는 피해자에게 이런 말을 한다. "왜 소리 지르지 않았냐", "싫다고 할 수 없었냐", 그리고 "왜 신고하지 않았냐"고 말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때론 몸이 통제력을 잃고 얼어버려 저항할 수조차 없었다고 답한다. 거듭되는 수치심은 삶을 통째로 잠식하기도 한다.

제2의 하비 와인스타인이 생기지 않길 바라며...
 
 영화 <와인스타인> 스틸컷

영화 <와인스타인>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 SMC

 
할리우드라는 크고 화려한 집에는 항상 어둡고 음침한 지하실이 존재했다. 그 지하실에 와인스타인이 살았던 셈이다. 유명 배우들이 와인스타인과 사진을 찍었지만 가식적인 미소였다. 디즈니와 결별한 후에도 그는 권력의 중독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자신과 관계 맺은 여성들이 혹여나 다른 마음을 먹을까봐 철두철미하게 감시했다.

성범죄는 같은 패턴으로 반복된다. 권력을 가진 자는 침묵하는 관행을 등에 업고 멈추지 않는다. 이런 일은 비단 영화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까지 번진 '미투 운동'을 통해 우리는 와인스타인같은 사람이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 공감대가 형성되면 연대가 쌓인다. '나도 당했다', '당신과 함께 연대한다'라는 개개인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우리는 다윗이 골리앗을 무너뜨리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함께라는 마음의 크기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장혜령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와인스타인 하비 와인스타인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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