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로힝야족 학살과 난민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미얀마는 로힝야족 외에 다른 소수민족과의 갈등 또한 끊이지 않는 곳이다. <만타레이>로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오리종티 대상을 수상한 푸티퐁 아룬펜 감독과 함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뒤를 잇는 태국의 새로운 거장으로 평가받는 논타왓 눔벤차폴 감독의 <소년병: 영토 없는 국가>는 태국인의 시선에서 미얀마 소수민족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소년병: 영토없는 국가> 논타왓 눔벤차폴 감독과 로힝야족 학살을 다룬 <만타레이> 푸티퐁 아룬펜 감독 등 현재 전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태국 감독들은 왜 미얀마 난민 문제에 주목 했을까.

해외 매체에 기고된 아룬펜 감독의 변에 따르면, 로힝야족 포함 미얀마 난민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태국의 지정학적 위치에서 기인한다. 2009년 7월 수백명의 로힝야족 난민들은 미얀마 당국의 탄압을 피해 보트를 타고 태국으로 도망쳤지만 태국 정부는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대로 바다 위에서 목숨을 잃었다.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소년병: 영토없는 국가>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소년병: 영토없는 국가>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011년 태국 붉은 셔츠(반독재 민주전선, UDD) 시위에 휘말렸다가 고향인 캄보디아 접경 지역으로 돌아가는 군인의 이야기를 통해 태국과 캄보디아의 정치적 갈등을 전면으로 다루며 전세계를 놀라게한 <경계에 서다(Boundary)>로 화려하게 데뷔한 눔벤차폴 감독 신작 <소년병: 영토없는 국가>에 등장 하는 주인공 역시 한때 태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일했던 미얀마 샨족 청년이다.

어린 시절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피해 샨족 자치구에 정착한 자이는 일자리를 찾아 태국으로 건너갔지만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15세 이상 45세 이하 샨족 남성은 무조건 병역 의무를 수행해야하는 자치 규칙에 따라 군인이 된다.

샨족 청년에게 의무적으로 부과되는 병역 의무는 민족 간 전쟁이 끊이지 않는 미얀마 현실에 기인한다. 자이가 속한 샨족은 오랫동안 미얀마로부터 독립을 요구해왔고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군대를 운영하고 수많은 남성 청년들을 징집해왔다. 군인이 되는 것을 썩 내키지 않아하는 자이 또한 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하고 당연히 존재해야한다고 여긴다. 영화가 미얀마 소수민족 문제를 상세히 다룬 것은 아니지만, 이 대목만 봐도 미얀마 정부와 소수민족 간의 갈등이 얼마나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태국 군부 세력의 시위대 무력진압과 캄보디아 접경지역에서 벌어지는 학살과 난민 문제, 양국간 군사 대치를 다룬 <경계에 서다> 이후 태국의 또 다른 접경지역 미얀마로 눈을 돌린 눔벤차폴 감독은 태국과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전쟁과 군사대치, 혼란스러운 정국 등을 이유로 군부가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미얀마의 현실에 주목한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나오는 '태국의 군부정권이 집권할 당시 제작 되었다'는 자막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소년병: 영토없는 국가>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소년병: 영토없는 국가>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미얀마 소수민족 남성에게 부과되는 병역 의무와 이에 따라 많은 것을 제약받게되는 샨족 청년의 이야기는 전세계 유일 휴전 분단국가로서 20세 이상 남성들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한국의 현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한국, 미얀마 샨족 등 의무징병제로 유지되는 국가의 남성들은 한창 혈기왕성하고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시기에 신체적 정신적 자유와 선택권을 박탈당하고, 이는 이후 군에 징집되지 않는 여성들과의 역차별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불법 체류자로 일했던 태국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자이도 군인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싶었으나 입대 외에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미얀마 샨족의 법에 따라 군에 입대한 20대 청년의 시선에서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상명하복 군대문화, 미얀마 정부와 소수민족 간의 군사적 대립을 보여주는 영화는 이에 대한 어떠한 판단도 내리지 않는다. 다만 영화 오프닝에서 태국 군부집권 시절 찍었다는 자막 한 줄로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의도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과 이에 맞서기 위한 반군의 공격이 거듭 이어지는 미얀마의 혼란스러운 정세, 군부 쿠데타를 일으킨 쁘라윳 짠오차가 다시 총리로 재집권한 태국, 그리고 양국간의 끊임없는 갈등, 그 소용돌이에서 자유와 평화를 저당잡히고 원치 않는 군복무를 해야하는 사람들까지.

미얀마 소수민족의 현실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휴전 상태의 분단 국가로 과거 오랫동안 군부독재체제를 겪어야했고 지금도 수많은 젊은 남성들이 군대에 가야만 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도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담은 영화 <소년병: 영토없는 국가>이다.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소년병: 영토없는 국가>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소년병: 영토없는 국가>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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