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승리 환호'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와 코칭스태프 (2019.9.16)

'한일전 승리 환호'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와 코칭스태프 (2019.9.16) ⓒ 국제배구연맹

 
패했다면, 정말 끔찍할 뻔했다. 여자배구 한일전이 일본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2019 여자배구 월드컵 대회' 한국-일본 경기의 일본 지상파 방송사 시청률이 매우 높게 조사됐다.

일본 시청률 전문 조사기관인 '비디오 리서치(Video Research)'는 최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9월 9일~15일, 9월 16일~22일까지 주간 시청률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 지상파 방송사인 '후지TV'가 16일 생중계한 여자배구 한일전의 시청률이 12.3%로 나타났다.

이는 후지TV가 지난주(9월 16일~22일)에 방영한 모든 프로그램 중에서 최고 시청률이다. 인기 드라마를 능가하는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또한 한일전 시청률은 2019 여자배구 월드컵 대회 전 경기를 통틀어 최고 기록이다. 1위 한일전에 이어, 18일 일본-카메룬 경기가 10.1%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22일 일본-미국전 9.9%, 15일 일본-러시아전 9.4%, 19일 일본-중국전 9.3%, 14일 일본-도미니카전 8.8% 순으로 조사됐다.

인기 드라마 능가... 후지TV '주간 최고 시청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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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국

 

이번 월드컵 한일전은 한국과 일본 양국에게는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 숙명의 라이벌일 뿐만 아니라, 승리할 경우 어느 한 쪽의 우세를 규정할 수 있는 빅매치였기 때문이다. 양 팀은 이날 경기 전까지 올해 2번 맞대결에서 1승 1패를 주고 받은 상태였다.

한국과 일본은 당연히 1군 최정예 멤버들이 나서 정면 충돌했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도 엄청났다. 한일전의 뜨거운 관심은 방송사와 관중의 열기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일본 팀의 월드컵 전 경기를 생중계하는 후지TV는 오래전부터 인기 아이돌 그룹 등 대중 스타들을 앞세워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또한 한일전이 열린 '요코하마 아레나(Yokohama Arena)'에는 1만 2000명의 만원 관중이 가득 들어찼다.

승자는 한국이었다. 일본 관중의 엄청난 응원 열기를 극복하고 세트 스코어 3-1로 통쾌한 역전승을 거두었다.

역시 한일전이었다. 경기 내용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모든 걸 압도한다는 점을 여실히 증명했다. 승리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엄청난 부담감에서 시원하게 탈출했다.

특히 이번 한일전은 내년 1월 태국에서 열릴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공식명칭 대륙별 예선전)'에서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낼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대표팀에게 큰 자신감을 안겨 주었다.

일본은 한국이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서 마지막 본선 티켓 1장을 놓고 끝장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태국과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전력도 태국보다 강하다. 때문에 월드컵 한일전은 '최상의 모의고사' 성격을 띠고 있었다.

한일전 승리 이후 대표팀은 여러 면에서 급격한 상승세를 탔다. 2018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에서 완패를 당했던 아르헨티나에 설욕을 했고, 비록 1.5군이지만 '세계랭킹 1위' 세르비아마저 격침했다.

월드컵 전체 순위(12개 참가국)도 일본과 도미니카를 제치고 7위로 뛰어 올랐다. 마지막 3경기 결과에 따라 중상위권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대표팀 선수 기량, 스피드 배구 완성도 '급속 향상'
 
 여자배구 한일전, '1만 2000명' 만원 관중 열기... 2019 여자배구 월드컵, 요코하마 아레나 경기장 (2019.9.16)

여자배구 한일전, '1만 2000명' 만원 관중 열기... 2019 여자배구 월드컵, 요코하마 아레나 경기장 (2019.9.16) ⓒ 국제배구연맹

 
가장 반가운 대목은 대표팀이 그토록 염원했던 '스피드 배구 완성도'가 급속히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하는 스피드 배구'가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대표팀 선수 대부분이 지난해보다 기량이 크게 늘어났다. 배구계와 대표팀 모두의 지상 과제인 내년 1월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 경쟁에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반면, 한국에 패한 일본 대표팀은 쏟아지는 언론 인터뷰에 나카다 쿠미 감독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침통했다. 언론 언론도 '굴욕적 패배'라는 표현을 써가며 충격을 받았다. 한일전의 높은 시청률마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만큼 엄청난 일본인들이 한국 여자배구에게 패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번 한일전 승리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정하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만약 한국이 패했다면 어땠을까. 여자배구 대표팀 앞날에 큰 후폭풍이 불어닥칠 수도 있었다.

한 배구계 관계자는 26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만약 우리가 패했다면, 그 후폭풍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며 "한일전 승리 이후 선수들의 사기와 실력이 크게 상승세를 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쉼 없이 달려 온 여자배구 대표팀의 국제대회도 이제 마지막 3경기만 남겨 놓고 있다. 대표팀은 경기 장소를 일본 오사카로 옮겨 27일부터 29일까지 3연전을 치른다.

27일 케냐, 28일 브라질, 29일 미국과 경기를 끝으로 이번 월드컵 대회를 마친다. 경기 시간도 모두 오전 11시다. 국내 스포츠 전문 채널인 SPOTV는 한국 팀의 남은 3경기도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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